사건은 지난 4월 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해자 구 군은 또 다른 가담자 이 아무개 양(18)의 자취방으로 백 양을 끌어들였다. 이 양의 자취방은 평소 이들의 아지트로 남녀 구분 없이 뒤섞여 음주 탈선 등의 행위가 벌어지던 곳이었다.
이 양의 자취방에 모인 구 군 등 청소년 9명은 백 양을 상대로 12시간 넘도록 무자비한 폭행을 가했다. 검거 뒤 경찰 조사에서 구 군은 “평소 백 양이 남녀관계 등과 관련해 우리들의 뒷담화를 하고 다녔다. 또 우리가 평소 보살피도록 지시한 선배의 임신한 여자친구를 제대로 돌보지 않았으며 우리 무리 안에서 여자친구가 있는 남자를 좋아한다고 해서 폭행을 가했다. 죽이려 할 생각까지는 없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백 양은 또래 친구들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고 뒷말을 하고 다녔다는 단순한 이유로 집단폭행을 당한 것이다. 특히 가해학생들은 백 양을 폭행하는 과정에서 야구방망이, 빗자루 등 흉기를 이용하기도 했다. 또 폭행을 하다 지치면 백 양과 함께 밥을 먹거나 함께 어울려 놀다가 다시 돌변해 폭행을 가하는 잔인함도 보였다.
12시간 동안 9명으로부터 돌아가며 무자비하게 폭행당한 백 양은 결국 숨을 거두고 말았다. 국과수 조사 결과 사인은 쇼크사였다. 돌연 사망한 백 양을 두고 구 군 등 가해자 9명은 자신들의 죄가 발각될까 두려워 사체유기를 모의하게 된다. 살해 직후 구 군 등은 백 양의 사체를 장롱서랍에 담아 테이프로 밀봉했다. 다음 날 이들은 인근 근린공원을 찾아 백 양을 묻었다.
기자가 직접 현장을 찾아 확인한 결과 살해 장소와 근린공원 사이의 거리는 불과 300m 안팎이었다. 사체 유기장소인 근린공원은 S 중학교와 M 고등학교 사이에 있는 작은 공원으로 백 양이 발견된 곳은 사람들이 다니는 산책로와 지척 거리였다. 집단폭행과 살해한 사체를 인근 공원에 별 고민 없이 묻어버린 이들의 범죄행각은 그야말로 충격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들의 대담한 범행은 일부 가해자의 자수로 막을 내리게 된다. 양심에 가책을 느낀 가해자 2명이 지난 4월 17일 오전 5시경 경찰에 자수를 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같은 날 오후 11시경 이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백 양의 사체를 확인했다. 결국 경찰은 4월 18일 구 군 등 범행에 가담한 나머지 청소년 7명을 모두 검거했다.
경찰조사 결과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들 가담자들 중 산모와 임신부도 포함돼 있었다는 점이다. 백 양 살해와 사체유기를 주도한 구 군의 누나 구 아무개 양(19)은 지난 2월 아이를 출산한 미혼모 청소년이었다. 또한 불구속 기소된 가담자 중 1명은 임신한 지 3개월밖에 안 된 청소년으로 확인됐다. 이들 무리에는 구 군과 구 양 남매 외에 또 다른 한 쌍의 남매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백 양을 살해한 가담자들은 전형적인 비행청소년들이었다. 가담자 9명 중 7명은 이미 폭력 등 전과가 있었고, 일부는 소년원에 수감된 전과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이들 대부분은 학교를 자퇴하거나 불우한 가정생활을 이기지 못하고 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범죄를 주도한 구 군 역시 작은 임대아파트에서 5남매와 함께 홀어머니 밑에서 생활하다 집을 나온 가출 청소년이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