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어 원 장관은 “매입임대제도는 기존 주택을 매입해 주거취약계층에게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임대하는 주거복지제도”라며 “같은 예산으로 더 많은 분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운용하는 것이 제도의 취지다. 어떤 기준으로 이런 결정을 했는지 철저히 검토하고, 매입임대제도 전반에 대해 국민적 눈높이에 맞도록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1월 3일 윤 대통령은 국토부 업무보고에서 “시장에 나온 미분양 주택을 정부와 공공기관이 매입하거나 임차해 취약계층에 다시 임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국토교통부의 ‘2022년 12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2022년 12월 말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6만 8107호로 집계됐다. 미분양은 2022년 11월부터 두 달 연속 1만 호씩 늘어났다. 그런데 원 장관이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한 LH를 질타하는 모양새를 연출한 셈이다.
2월 2일 위성곤 민주당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미분양 아파트 매입 정책 엇박자에 대해 “좌충우돌하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적 혼란 단면”이라며 “2022년 12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9년 4개월 만에 최대치다. 무주택 가구 40%에 달하는데도 미분양 급증하며 주택 양극화가 심화됐다. 이럴 때일수록 무주택, 주거취약층을 위한 주거복지 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원칙 없는 갈지자 행보에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고 비판했다.
원희룡 장관이 방향을 선회한 주요 배경으론 비판 여론이 꼽힌다. 원 장관이 언급한 미분양 아파트는 서울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다. 지난 1월 15일 LH는 칸타빌 수유팰리스 전용면적 19~24㎡ 36가구를 각각 2억 1000만~2억 6000만 원대에 총 79억 4950만 원어치 매입했다고 밝혔다. 2022년 7월 이 아파트는 15% 할인된 가격으로 분양에 나섰지만 입주를 마무리 짓지 못했다. 국민 혈세로 ‘건설사 살리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거세졌다. 1월 18일 참여연대는 “최초 분양가보다 15% 할인해도 수차례 미분양된 주택을 LH공사가 추가 할인 없이 매입하는 것은 사업을 잘못한 건설사의 책임을 제대로 묻지 않는 조치”라고 꼬집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원희룡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시한 ‘미분양 주택 매입’을 문제라고 지적하는 것이 아니다. 가격을 협상해서 합리적으로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자는 취지다. LH가 미분양 주택 매입하는 건 모두 혈세가 투입된다. 더 좋은 위치의 주택을 저렴하게 사도록 고민하고 노력해야 하는 책무를 지녔다. 미분양이 됐다는 건 가격경쟁력이 없다는 뜻이다. 건설사가 원하는 가격에 사면 안 된다. 협상해서 저렴하게 사야 한다. 그런데 최근 LH가 너무 비싼 가격에 샀다”고 말했다.

다만, 고진동 정치평론가는 “원희룡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항해 독자 노선을 걷는다는 건 무리가 있어 보인다. 미분양 주택 매입 관련해서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 원 장관이 실무적 판단을 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장관직을 제대로 수행해서 정치적 내공과 잠재력을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 원 장관이 자력으로 움직여서 할 수 있는 외부적 상황도 아니고 내부적 조건도 아니다. 현재로선 윤 대통령에 바짝 다가서고, ‘윤심’을 얻는 사람이라고 하는 것이 좋다. 그래야 추후 정치적 변동이 생겼을 때 차기 대권 주자로 행보할 수 있다. 지금 인위적으로 나서서 하는 건 사달이 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