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창 45인분, 한우 갈빗살 10인분 이상, 삼겹살 목살 약 20인분, 소 곱창구이, 소 염통구이, 볶음밥, 치즈 추가, 사이다, 치킨 두 마리에 술 6만 7000원, 곱창 모듬구이 2개, 볶음밥 등.
모두 그녀를 '잊을 수 없는 손님'이라고 불렀다. 동네 정육점, 곱창집, 피자집, 카페 등 업종을 불문하고 통 큰 주문을 했다는 그녀. 디테일한 옵션에 대량 주문을 한 손님의 정체는 바로 인근 빌라에 사는 아이 엄마 최 아무개 씨(가명)였다.
아이가 자고 있어 내일 계좌이체를 해주겠다며 입금을 약속한 최 씨의 말에 사장님들은 운수 좋은 날이라며 기쁜 마음으로 배달 음식 준비를 했다. 그런데 다음날이 되어도 입금이 되지 않아 결제를 요구하자 태도를 바꿨다.
피해 사장님들은 "그 다음날에 또 재촉을 했죠. 그랬더니 아기 병원을 가야 돼서 병원 갔다 와 주겠다", "아기가 병원에 있어서 지금 돈을 못 보내드린다고 그렇게 연락 오고"라고 말했다.
그 후 보험료가 빠져나가 돈이 없어서, 아이의 수급비를 아직 받지 못해서, 아이와 함께 병원에 와서라며 자신의 사정을 토로했다는 최 씨. 사장님들은 꺼림직하긴 했지만 집 주소와 휴대폰 번호를 공개하고 프로필 사진에 어린아이들 사진까지 올려둔 엄마의 사정에 그녀를 모질게 대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결국 그녀에게 돈을 갚을 시간을 주고 몇 달이고 기다렸지만 이젠 연락조차 되지 않는 상황. 게다가 알고보니 최 씨는 과거에도 가족과 함께 정육점에 방문해 십만 원어치 고기를 가져간 후 돈을 주지 않았던 전적이 있었다.
전화번호를 바꾸고 몇 년에 걸쳐 어른 입맛의 음식을 시키면서 아이 핑계를 대는 최 씨는 왜 무전취식을 멈추지 않는 것일까. 혹시 그녀에게도 말 못 할 사정이 따로 있는 것일지 어린 두 아이를 앞세워 무전취식을 일삼는 엄마의 정체에 대해 취재해 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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