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낮추고 배당금 유지…구본준 회장 일가 약 100억 원 수령
LX세미콘의 지난해 매출액은 2조 1193억 원으로 집계됐다. 매출 2조 원을 넘어선 건 국내 팹리스 기업 최초다. 2020년 1조 원을 처음 돌파한 지 불과 2년 만에 두 배 성장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3106억 원으로 전년 대비 16% 감소했다. 당기순이익도 2336억 원으로 전년 대비 21.2% 감소했다. 이에 따라 LX세미콘은 지난 1월 26일 1주당 배당금을 4500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5400원보다 약 17% 낮아진 수치다. 배당금 총액은 732억 원 수준이다.
LX세미콘 직원들의 상여금도 삭감됐다. LX세미콘은 지난 3일 기본급 300%를 상여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삭감률이다. 지난해 900%에 비해 600%포인트 감소한 수치다. 2021년 600%와 비교해도 절반 삭감됐다. 국내 반도체 기업과 비교했을 때도 LX세미콘의 상여금은 높지 않다.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은 연봉의 50%, SK하이닉스는 연봉의 41%, DB하이텍은 연봉의 50%를 상여금으로 지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당금 감소율과 성과급 삭감률에서 차이가 있다 보니 직원들의 불만이 외부로 새어 나오고 있다. 오너 일가만 배불리는 것 아니냐는 원성까지 나오고 있다. 한 LX세미콘 직원은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대표이사가 상여금 줄 시기가 되니 갑자기 위기 경영이라며 직원들에게 메일을 돌렸다. 그런데 대표이사는 2022년 상반기에만 지난해 연봉 2배 보수를 받았다. 위기 경영이라면서 배당금에만 730억 원을 사용했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실제로 LX세미콘의 배당금 총액에서 약 240억 원은 지분 33.08%를 보유한 최대주주 LX홀딩스가 가져간다. LX홀딩스는 순수 지주사다. 계열사 배당금 수익이 유일한 수입원이다. LX홀딩스는 LX세미콘 외에도 LX인터내셔널에서 약 287억 원, LX하우시스에서 약 6억 원, 비상장사인 LXMMA에서 약 150억 원을 배당받았다. 배당금으로만 683억 원을 챙겼다.
이 덕분에 LX홀딩스는 사명 변경 이래 처음 현금 배당을 결정했다. LX홀딩스는 보통주 1주당 310원, 우선주 1주당 320원의 현금 배당을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240억 9862만 원이다. 이 중 약 100억 원이 구본준 회장 일가의 몫이 됐다. 현재 LX홀딩스 지분은 구본준 회장이 19.99%(1554만 1261주), 아들 구형모 부사장 11.92%(926만 9748주), 딸 구연제 씨 8.62%(669만 9097주), 구 회장의 아내 김은미 씨 0.05%(4만 1685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기준으로 구본준 회장은 48억 1779만 원, 구형모 부사장은 28억 7252만 원, 구연제 씨는 20억 7672만 원, 김은미 씨는 1922만 원을 수령할 수 있다.
또 다른 LX세미콘 직원은 “위기 경영을 핑계로 상여금은 0%에 인력도 감축한다”며 “하지만 승계 작업을 위해 배당금은 700억 원이나 책정됐다. 거기에 지주사(LX홀딩스)는 상여금 1000% 잔치를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 직원의 불만은 상여금이 결정되기 전 나온 것이다. LX홀딩스 관계자는 “상여금 1000%는 사실무근이며, 나올 수도 없는 수치”라고 부인했다. 일요신문i는 배당금과 성과급 감소율 책정 이유에 대해 LX세미콘 관계자에게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지난해 상반기 구본준 회장은 상여금으로 21억 5000만 원을 수령한 바 있다. 2021년 연봉인 28억 7300만 원과 비슷한 수치다. LX홀딩스는 지난해 2369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2021년 1858억 원보다 27.5% 증가했다. 당기순이익도 170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9.1% 올랐다. 따라서 LX홀딩스의 올해 상여금은 예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배당금과 상여금으로 현금을 확보한 구형모 부사장이 올해 지분을 매입해 승계 작업을 준비할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구 부사장은 2021년 12월 구 회장에게 주식 850만 주를 증여받았다. 이후 지난해 9~10월 총 16차례 장내 매수를 통해 30만 5649주를 매입했다. 1월 6일에도 3536주를 매입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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