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호준 당선자가 초등학교 1학년이었던 1978년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삼대가 함께 찍은 사진. 왼쪽부터 정호준 당선자, 아버지 정대철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할아버지 고 정일형 박사. |
이번 총선에서 서울 중구에 출마해 승리한 민주통합당 정호준 당선자(41)가 고른 ‘이 한 장의 사진’에 담긴 사연은 남달랐다. 사진 속에서 아버지 옆에 서 있는 ‘어린 아이’ 정 당선자는 초등학교 1학년이던 여덟 살 무렵이라고 한다. 1978년 12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당시 서울 서대문구 봉원동에 있던 할아버지 댁에서 삼대(할아버지 고 정일형 박사, 아버지 정대철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정호준 당선자)가 나란히 크리스마스트리 앞에서 찍은 모습이었다.
▲ 정호준 당선자. |
그에게 고 정일형 박사는 ‘유명인사’가 아닌 장손인 정 당선자를 너무나 사랑해주셨던 다정다감한 할아버지였다고 한다. 그는 “할아버지 손을 잡고 시장에 자주 갔었는데 할아버지께서 장난감도 사주시고 아동복도 사주시던 기억이 난다”며 “얼마 뒤 풍(뇌졸중)이 와서 오른쪽 몸이 다 마비됐는데도 그 몸으로 글도 쓰시고 돌아가실 때까지 참 열정적으로 사셨다”고 전했다. 올해로 고 정일형 박사의 작고 30주년을 맞아 얼마 전 기일인 4월 23일에도 기념 사업회를 열었다고 한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이어 3대째 국회의원직을 잇는 대기록을 세운 정 당선자의 총선 출마는 그 도전만으로도 큰 관심을 받았다. 조부인 정일형 박사는 외무부 장관이자 8선 국회의원을 지냈고, 아버지인 정대철 민주통합당 상임고문도 5선을 지냈으니 삼대를 이어 열네 번째 금배지를 단 것. “더 나아가서는 외증조모(박현숙 전 의원)께서 2선을 하셨고, 이모부(조순승 전 의원)께서도 3선을 하셔서 집안 전체를 보면 19선이다. 19대 국회 동안 19개의 배지를 낸 셈”이라며 웃음을 보이는 정 당선자는 “어깨가 무겁고 책임감이 큰 것도 사실이지만 그만큼 동기부여가 되고 아버지의 존재만으로도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선거 사무실 또한 아버지 때부터 24년째 써온 의미 깊은 곳이라고 한다.
정 당선자는 ‘한국의 정치명문가’에서 배출한 3대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젊은 초선임에도 남다른 관심을 받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는 여전히 계보정치의 잔재가 남아있다. 새로운 차기 주자들을 키우려고 하는 정치문화가 아직 부족한 것 같다. 내가 민주통합당 127명 당선자 중 나이로는 124등인데 나와 같은 정치신인들에 대해 관심도 많이 가져주시고 잘 키워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