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F 확정기념행사 동영상 캡처. 사진 왼쪽서 세 번째가 이 대표다. |
▲ PF 확정기념행사 동영상 캡처. 아래는 양 영사(왼쪽)가 축사하는 모습. |
기자가 최근 입수한 ‘카자흐 세메이 발전소 수주사업 PF확정 기념식’ 행사 동영상에서는 W 사 이 대표가 현지에서 얼마나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지를 잘 대변하고 있었다. 지난 2010년 5월 22일 있었던 당시 행사에는 카자흐 세메이시 현지 시장과 주정부 대표뿐 아니라 주 카자흐 한국 영사까지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행사에 참석한 양 아무개 영사는 카자흐 정부로부터 대규모 발전소 건설사업을 수주한 W 사 이 대표의 업적에 대해 “작은 고추가 맵다”며 높이 평가하고 축하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당시 행사는 카자흐 정부로부터 발전소 사업 수주를 받은 W 사가 미국 P 사와 홍콩 I 사로부터 건설사업 자금인 7000억 원 규모의 PF를 받기로 확정됐다는 것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실제로 영상에는 행사에 참석한 미국 P 사 박 아무개 씨와 홍콩 I 사 차 아무개 씨가 이 대표에게 PF확정 계약서를 전달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일요신문>이 지난해 11월(1017호)에 처음 공개한 발전소 착공식 영상에는 카자흐 국무총리까지 등장했고, 국내 굴지의 대기업 A 사가 시공사로 참여한다는 이 대표의 발언이 담겨 있었다.
▲ 세메이 발전소 인터뷰 현장에 마시모프 국무총리(오른쪽)도 동석했다. |
<일요신문>은 당시 기사를 통해 이 대표의 사업을 믿고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하다 피해를 당했다는 몇몇 국내 사업가들의 피해 사례를 보도했었다. 급기야 지난 연말에 이 대표가 한 피해자로부터 사기 혐의로 피소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현재 고소장은 마포경찰서에 접수된 상태고, 지난 2월에 한 차례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으로 확인됐다. 기자는 당시 경찰에 접수된 고소장 사본을 입수하고 고소장을 제출한 피해자 P 컨설팅사 대표 장 아무개 씨를 직접 만나볼 수 있었다.
고소장에 따르면 이 대표는 지난 2010년 장 씨에게 “7000억 규모의 PF를 받고 있는 발전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100억 규모의 비자금을 갖고 있는데 지금 사정상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장 대표의 자금을 사용하자”고 꼬드겨 17억 원을 가져갔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장 씨는 이 대표로부터 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기자와 만난 장 씨는 “당시 현지 사업과 관련한 행사에는 카자흐 정부 인사와 국내 대사관 인사들까지 참석했다. 또 눈앞에서 PF계약서가 오갔고 PF를 준다는 외국회사 관계자까지 참석했으니 믿을 수밖에 없지 않나. 그런데 다 거짓말이었다. 이 대표는 PF가 취소됐다고 했지만 그 실체조차 없는 거다. PF를 준다고 한 외국회사 인사들도 이 대표에 의해 동원된 것 같다. 결국 다 꾸민 거다. 지금까지도 이 대표는 이런저런 핑계로 ‘곧 돈이 들어올 것 같으니 다음 주에는 돈을 갚겠다’라며 나를 농락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장 씨는 “문제는 그가 지금도 현지에서 사기행각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워낙 수완이 좋다. 사기를 당한 피해자 중에서도 여전히 그를 믿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있다. 때문에 피해를 보고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직까지 고소장을 제출하지 않은 피해자들도 많다. 내 소장 제출 이후 수사가 계속 진행되면 추가로 고소장이 제출될 소지가 많다. 난 이 대표로 인해서 지금 100억 원 상당의 부동산이 줄줄이 경매로 넘어가고 있다. 난 돈 받는 것도 포기했다. 새로운 피해자가 생기는 걸 막기 위해서라도 고소장을 제출할 수밖에 없었다. 하루빨리 검거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당시 W 사는 국내 대기업 A 사와 발전소 건설사업 시공과 관련해 양해각서(MOU)까지 체결했다. 본지 최초 보도 당시 A 사는 W 사의 계약불이행을 문제 삼아 계약이 결렬됐다고 답변한 바 있다. 최근 취재 결과 A 사는 실제로 카자흐 현장에서 완전히 철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카자흐 신화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던 이 대표는 당시 한인회 간부까지 역임하면서 큰 영향력을 과시하기도 했지만 최근 사기논란이 일면서 한인사회도 그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이 대표를 현지에서 소환해 혐의를 입증할 수 있을지 여부는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자와 만난 담당 수사관은 “지난해 말 고소장을 접수받고 피해자의 진술을 바탕으로 의심이 가는 혐의에 대해 수사를 진행해 왔다. 지난 2월 한 차례 체포영장을 발부했지만 이 대표가 카자흐 현지에서 한국으로 나오지 않고 있어 수사가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현재로서는 이 대표가 귀국하지 않는 이상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몇 차례 이 대표와 통화했지만 ‘입국하겠다’는 말만 반복하고 조사에 응하지 않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해외 체류 생활이 지속될 경우 이 대표는 ‘공소시효’가 지나 사법처리를 피할 수 있는 상황을 맞게 될 수도 있다. 또한 이 사건은 외국정부가 직접 수주한 사업이라는 점에서 자칫 외교 분쟁으로 비화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수사당국이 범죄자인도요청 등 추가적 조치를 통해서라도 이 대표의 사기 논란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