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정치 현안에 쓴소리 내면서도 윤 대통령은 감싸…차기 대선 행보 속 총선 공천 지분 노림수 추측
홍준표 시장은 주로 자신의 SNS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홍 시장 측근은 “홍 시장이 SNS 등 계정을 모두 직접 관리한다. 글도 본인이 적어 올린다. SNS의 게시물이 홍 시장 본인의 생각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홍 시장 페이스북엔 지난 1월 한 달 동안 29개 게시글이 올라왔다. 2월에도 22일 기준 24개 글을 올렸다. 하루에 한 개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참여한 청년 플랫폼 ‘청년의꿈’의 청문홍답(청년이 물으면 홍준표가 답한다) 코너에도 청년들이 남긴 다양한 질문에 홍 시장은 ‘준표형’이라는 닉네임으로 꾸준히 답변을 달고 있다.
홍 시장 SNS에는 배우자나 손자 등 개인적 일상이나 대구시정 소개가 공개되기도 하지만, 주요 현안에 대한 입장이 대부분이다. 곽상도 전 의원 50억 뇌물 무죄 1심 판결에 대해서 홍 시장은 2월 12일 “30대 초반 아들이 5년 일하고 퇴직금으로 50억 원을 받았다는데, 아들을 보고 그 엄청난 돈을 주었을까. 그런 초보적 상식도 해소 못하는 수사·재판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라고 비판했다. 다음날에는 “이번 사건을 보니 검사의 봐주기 수사인지, 판사의 봐주기 판결인지 도대체 모르겠다”며 “어이없는 수사고 판결이다. 검사가 이러니 ‘검수완박’이라는 말도 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른바 ‘대장동 50억 클럽’ 수사 방치에 대해서도 “김만배의 혀끝에 놀아나는 무능 수사로 지난 2년 동안 국민적 상실감만 키워온 대장동 수사는 언제 끝나나. 과거 검찰은 아무리 복잡하고 큰 사건도 석 달을 넘기지 않았는데, 무능하고 무기력한 검사들이 옹기종기 모여 무슨 수사를 한다고 거들먹거리나”라며 “사사건건 시비나 거는 어느 소수 야당이 ‘50억 클럽’ 특검 주장하는 걸 보고 처음으로 그 야당이 예뻐 보이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라고 적었다.
국민의힘 전당대회 관전평도 빼놓지 않았다. 김기현 후보의 ‘김연경·남진 꽃다발 인증샷’ 논란에 대해 홍 시장은 2월 5일 “얼마 전 주말 운동을 나갔다가 요즘 대세가 된 대구 출신 배우 한 분에게 같이 사진을 찍자는 요청을 받았다. 나는 그 친구에게 정중히 거절하며 부적절하다 했다. 그 탤런트는 국민 모두 좋아하지만, 정치인은 호불호가 갈라져 (같이 찍은) 사진이 SNS에 올라가면 나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그에게도 악플을 남길 수도 있다”며 “나도 가수·배우·운동선수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섣불리 말을 꺼내거나 공개할 수 없는 것은 그 분들에 피해가 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김 후보를 질책했다.
같은 날 김기현 후보 경쟁자인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날렸다. 홍 시장은 “안철수 후보가 윤·안 연대를 거론한 것은 역린을 건드린 커다란 착각”이라며 “안 후보는 여태 어느 정당을 가도 착근하지 못하고 겉돌다 지난 대선 때 선택의 여지가 없어 국민의힘에 합류했다. 이번 전대를 통해 국민의힘에 착근하는 데 의미를 가져야지, 윤 대통령에 맞서 당권을 쟁취하는 데 그 목표를 두어선 앞으로 정치 역정만 험난해질 것”이라고 충고했다.
이러한 모습은 오세훈 서울시장이나 김동연 경기지사 등 다른 잠룡군 지자체장들과 사뭇 다른 행보다. 김동연 지사와 오세훈 시장의 경우 2월 들어 자신의 페이스북에 각각 24개와 5개의 게시물을 올렸다. 하지만 대부분이 시·도정이나 민생정책 관련 홍보였다.
정치권에서는 홍 시장의 존재감 과시 전략으로 바라본다. 홍 시장이 차기 대선 출마 의사를 공공연히 밝혀온 만큼 이를 위한 준비과정이라는 것이다. 여권의 한 전략통은 “홍 시장 고향은 경남 창녕이다. 서울을 지역구로 의정활동을 했고, 경남지사를 두 번 지냈다. 그러다가 대권을 잡기 위해서는 ‘보수의 성지’ TK를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 대구에서 국회의원을 거쳐 시장까지 나선 것”이라며 “하지만 지자체장으로 있다 보면 중앙정치에서 잊힐 수도 있다. 이에 SNS를 통해 끊임없이 의견을 개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야 가리지 않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홍준표 시장이지만,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치열하게 대립했던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각을 세우지 않고 지원사격에 나서 눈길을 끈다. 검찰의 이재명 대표 수사에 대해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윤석열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주장하자 홍 시장은 2월 21일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두고 갖가지 설이 난무한다”며 “정적제거설이 있지만, 단임제 대통령에게는 정적이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다. 유시민 특유의 상상력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감히 추측컨대 법치주의에 따른 윤 대통령 특유의 기질에서 비롯된 것이다.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부터 국정원 댓글사건에서 보았듯 정치주의를 배격하고 법치주의를 천명해왔다.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 수사에서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무리할 정도로 철저히 법치주의를 지켜왔다”며 “이재명 대표 사건도 정치주의가 아닌 법치주의로 처리하다보니 작금의 여야 충돌이 깊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전당대회와 관련해서도 “지금은 힘을 모아서 윤석열 정권을 안정시킬 때다. 감정도 욕심도 버리고 오로지 당과 나라를 위해 정치해야 할 때”라며 “대통령과 충돌하는 전당대회로 가고 있어 참 유감스럽다”고 조언했다.
여권 안팎에서는 ‘홍준표 총리론’ 불씨가 다시 살아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이태원 참사 책임소재를 두고 한덕수 총리 교체론이 불거졌을 때 홍 시장이 총리로 등판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 바 있다.
하지만 홍 시장의 총리 발탁은 실현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홍 시장이 대구시장에 취임한 지 반년밖에 지나지 않았다. 또한 홍 시장은 최근 경남지사, 국회의원직을 출마를 이유로 중도사퇴했다. 대구시장직마저 총리를 위해 중간에 그만두면 유권자들에 안 좋은 이미지가 생길 수 있다”며 “권력을 한 곳에 집중시키려는 윤석열 대통령이 차기 대권주자인 홍 시장을 총리로 지명할 리도 없다”고 설명했다.
홍 시장이 윤 대통령과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내년 4월 열리는 차기 총선에 공천 지분을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 서울 출신으로 지역적 정치기반이 없는 윤 대통령에게 ‘TK 맹주’로서 우군이 돼, TK 공천권을 갖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 역시 홍 시장의 계획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윤 대통령이 당무개입 논란까지 불러일으키며 ‘윤심’ 김기현 후보를 차기 당대표로 세우려고 하는 핵심 이유가 ‘공천권’인데, 당선 가능성이 매우 높은 TK 공천권을 홍 시장에게 나눠주겠느냐는 의문이다. 홍 시장과 함께 오랫동안 의정활동을 해온 전직 중진 의원은 “TK 현역 의원들도 검사 출신 ‘친윤’ 인사들로 대거 물갈이될 거라는 전망이 정치권에서 계속 나오는데, 홍준표 시장 몫이라는 게 존재하겠느냐”며 “윤석열 정부와 어울리지도 않으면서, 윤 대통령에 잘 보이려 애쓰는 모습이 안쓰럽다”고 비꼬았다.
대구 시정을 제쳐두고 중앙정치에 과도하게 메시지를 내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홍 시장은 당의 상임고문 자격으로 당무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밝히는 것뿐이라는 입장이다. 앞서 홍 시장은 2022년 10월 당 상임고문에 위촉되면서 “아무래도 지자체장이 되면 중앙정치에 관여하는 것은 부적절한 경우가 있기 때문에 당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갈 때도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며 “상임고문이 되면 그런 시비 없이 중앙정치에 관여할 수 있는 통로가 생긴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앞서의 전직 의원은 “시장으로서 선을 넘었다. 지자체장 역할에서 벗어난 차기 대선 준비다. 지금 한국사회 전체뿐 아니라 대구의 민생도 여러 가지로 어려운 상황이다. 시정에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이재명 대표를 봐도 결국 자신이 한 말들 때문에 발목이 잡혔다”며 “홍준표 시장도 하고 싶은 말이 많겠지만, 정치 현안에 다 관여하면 결국 그 말들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입을 다물고 자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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