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선출된 이한구 의원(오른쪽)과 박근혜 위원장. 유장훈 기자 |
지난 5월 9일 치러진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 1차 투표에서 수도권 쇄신파 남경필 의원이 ‘박근혜 경제 가정교사’ 이한구 의원을 한 표 차로 앞서자 ‘이변’의 가능성이 잠시 점쳐졌다. 그러나 결선투표에서 친박은 이 의원에게 표를 몰아줬다. 신임 정책위의장에는 이 의원과 짝을 이룬 3선의 진영 의원이 선출됐다. 박근혜 위원장 비서실장 출신인 진 의원은 한때 ‘탈박’으로 분류됐으나 이번 경선 과정에서 ‘복박(친박으로 복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 위원장은 경선 전날 진 의원 지역구인 서울 용산을 방문해 ‘박심’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친박 핵심으로 꼽히는 이 의원이 원내대표로 뽑히면서 박 위원장의 친정체제는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더군다나 5월 15일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도 친박 색채의 지도부가 꾸려질 가능성이 크다. 비대위 구성 이후 사실상 ‘친박’으로 분류되는 황우여 의원이 신임 당 대표로 유력하고, 이혜훈·유기준·김태흠·정우택·홍문종 등이 당선권에 있다. 이들 모두 ‘친박’이다. 반면, 친이 주자인 심재철·원유철 의원의 지도부 입성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2월 대선 실무를 총괄할 신임 사무총장 역시 친박인 유정복·서병수 의원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당 일각에선 최경환 의원 얘기도 나오고 있으나 최근 불거진 ‘측근 전횡’ ‘공천 파문’(<일요신문> 1043호 참고) 이후 후보군에서 멀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19대 전반기 국회의장도 ‘친박’ 강창희 의원(6선)으로 정리되는 분위기다. 이는 친박 내 충청 출신을 배려한 포석이다. 이렇게 되면 국회직과 당직을 모두 친박이 차지하는 셈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박근혜 사당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소장파 정두언 의원은 “결국 친박들이 원내대표까지 다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 아니겠느냐. 별것 아닌 ‘현재 권력’을 누리는 데만 급급하다가 ‘진짜 권력’을 연말(대선)에 놓치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꼬집었다. 이재광 정치컨설턴트 역시 “박근혜식 인사 스타일이다. 향후 당을 어떻게 운영할지 답이 나온다”면서 “이렇게 친박이 독식하면 당내 구심력은 강해지겠지만 반대로 확장성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소탐대실의 결과가 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친박 측은 이러한 지적들에 대해 어느 정도 수긍하면서도 ‘불가피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한 친박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 직후 이뤄진 기자와의 통화에서 “솔직히 말하면 남경필 의원이 되는 게 박 위원장에게 더 좋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대권을 앞두고 확실하게 당을 장악해야 한다는 논리가 앞섰다. 박 위원장 의중이 반영됐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말했다. 이한구 의원 역시 당선 뒤 기자들과 만나 “진영 의원과 나는 절대로 계파활동을 하지 않았다. 당내 화합을 제1의 가치로 생각한다”며 친박 ‘싹쓸이’에 대해 해명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