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고문이 안철수 원장에게 제안한 ‘공동정부론’이 ‘이해찬-박지원 연대’ 파문보다 더 큰 담합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은 민생공약실천위원회 회의에서 통화 중인 문 고문.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이를 두고 민주통합당 안팎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문 고문이 조급해서 너무 앞서 가는 것 같다” “정파 간 연대 차원에서 충분히 논의해볼 수 있는 사안이다”라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이밖에 ‘장외에서 국민 테마주로 각광받고 있는 김두관 경남지사의 대선 출마를 견제하기 위해 문 고문이 사전 포석을 까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주변에서 퍼지고 있는 문재인의 김두관 아웃 시나리오를 따라가 봤다.
“127석을 가진 제1 야당이 어떻게 정치적 실체도 없는 한 개인에게 공동정부를 구성하자고 제안할 수 있느냐. 말 자체가 안 된다. 또한 문 고문이 그런 제안을 할 자격이 있느냐. 당의 대표주자이긴 하지만 당내 누구의 추인을 받지 않는 상태에서 어떻게 그런 제안을 던지는지 이해가 안 간다. 그리고 같은 부산 출신인 조국 교수가 인터뷰를 했던 것도 이상하다. 대선의 중대한 사안을 둘이서 그렇게 한가하게 얘기한다는 것 자체가 오만으로 비쳐진다.”
민주통합당의 한 핵심 당직자는 문재인 상임고문의 ‘공동정부론’이 나오자마자 상당히 흥분하면서 직설적 비난을 쏟아냈다. 당의 또 다른 한 관계자도 문 고문의 제안을 두고 “한마디로 헛다리 짚은 것이다. 이해찬-박지원 담합 파문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다시 그와 비슷한 언급을 한 것은 상당히 부적절한 것이다. 문재인 고문의 정치적 한계를 보여주는 또 다른 코미디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고문의 공동정부 구성 제안에 대해 당의 대체적 분위기는 “너무 조급하다” “너무 앞서 간다”는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승리한 대선후보는 대통령, 경선 2위 후보는 국무총리가 되는 형태’라는 일각의 해석에 대해서도 “다른 대권주자들은 그냥 들러리란 말이냐. 국민들은 이런 권력 나눠먹기 시도에 대해 뭐라고 할 것인가”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공동정부 자체가 정치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연대의 한 속성이라고 주장하는 측도 있다. 한 정치 컨설턴트는 이에 대해 “지금까지 김대중-김종필 연대 등 수많은 권력분점 형태의 다양한 합종연횡이 시도돼 왔다. 문재인 고문의 공동정부 제안도 진보진영의 대선 승리라는 큰 틀에서 충분히 논의해볼 필요가 있는 것이지, 아직 아무런 권력 나누기도 없는 상황에서 너무 확대해석 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 고문이 이해찬-박지원 담합 논란의 한 복판에서 파문을 일으킨 데 이어 이번에 또 다시 공동정부론을 주장하자 정가에서는 이를 두고 뭔가 다른 정치적 배경이 있을 것이란 쑥덕공론이 이어지고 있다. 평소 신중하기로 소문난 문 고문이 ‘이-박 담합’의 후폭풍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또 다시 대선과 관련한 가장 민감한 뇌관을 건드린 것에는 분명한 정치적 메시지가 숨어 있을 것이란 얘기다.
먼저 ‘이-박 연대’로 훼손된 자신의 존재감을 되살리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해석이 있다. 최근 문 고문은 친노 이해찬 당 대표, 호남 박지원 원내대표로 지칭되는 ‘이-박 연대’의 동조자로 당 안팎에서 담합정치를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문 고문의 공동정부 제안은 그것을 상쇄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 한 관계자는 “이-박 연대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문 고문의 참신한 이미지가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며 “당 내부의 경쟁구도도 만들어지기 전에 안철수 원장과 더 큰 담합을 제안하는 형국이어서 문 고문의 다급함을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다급함 때문인 듯 ‘문 고문이 이번 제안을 통해 안철수 원장의 독자 출마론 동력을 떨어뜨리면서 동시에 자신의 대선 주도권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범야권 여론조사 1위인 안철수 원장과 민주통합당 내 1위인 문 고문이 손을 잡으면 ‘대세론’으로 대선까지 갈 수 있다는 판단이 섰다는 분석이다.
MBN정치아카데미 전계완 대표는 이에 대해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독주체제가 강화되는 시점에 어떤 식으로든 정권교체 가능성을 높인다는 현실적 판단을 했겠지만 당내 경쟁자들이 아닌 외부에 이런 제안을 했다는 것이 좋게 보이지 않는다”며 “공동정부는 대선 후보 결정 또는 집권 이후 국정운영 방안 중 하나이지 경선을 시작하기도 전에 대선 전략으로 내세우는 것은 당내 다른 주자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문 고문의 이런 제안 배경에는 ‘라이벌’ 김두관 경남지사를 견제하려는 정치적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김 지사의 대선 출마가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그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의 급부상을 의식한 문 고문이 출마 선언 전에 미리 기선 제압을 하려는 의도에서 공동정부론을 띄웠다는 얘기다. 이는 “박근혜 위원장의 대항마로 문재인 고문보다 김두관 지사가 낫다”는 당 안팎의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 새누리당 김종인 전 비대위원, 이준석 비대위원, 홍사덕 의원 등과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냈던 인명진 목사도 “박 위원장이 가장 두려워해야 할 야권 후보는 김두관 지사”라고 공개적으로 발언하기도 했다.
김 지사의 최근 공격적 언행이 문 고문의 선제적 대응을 불렀다는 해석도 있다. 김두관 지사는 최근 한 토론회에서 “농사도 지어보지 않은 사람이 농사를 잘 짓겠다고 하면서 인기가 높아지자 사람들이 여기에 끌려간다”며 안철수 원장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이 말 속에는 ‘내 상대는 문재인이 아니라 (그를 건너 뛰어) 안철수 원장’이라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김 지사가 안 원장을 구체적인 경쟁상대로 지목하고 정면공격에 나서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문 고문도 안 원장에게 공동정부를 제안하며 자신의 정치적 존재감을 높이려 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한 정치컨설턴트는 “문 고문 측이 너무 김 지사를 의식하는 것 같다. 아직 출마 선언도 하지 않는 상태인데도 주변에서 자꾸 김두관을 주목하라고 하니까 신경이 많이 쓰였던 것 같다. 문 고문이 최근 맥락 없이 갑자기 공동정부를 제안한 것은 김두관의 싹을 미리 자르려는 참모들의 건의가 대세를 이뤘기 때문에 다소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본다”라고 말했다. 문 고문 측이 ‘김두관 아웃 프로젝트’를 실행하는 첫 단계로 안철수 원장과의 공동정부론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대세는 문재인이다. 김두관이 설 자리는 없다”는 점을 공동정부론으로 못을 박으려 했다는 말도 나온다.
한편 최근 들어 문재인-김두관 양측의 미묘한 갈등도 증폭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음은 최근 정가에 떠도는 한 에피소드.
“이해찬 전 총리가 친노그룹의 대권주자들과 관련해 ‘차기는 문재인, 차차기는 김두관’으로 교통정리를 했다. 그런데 김 지사도 묵시적으로 동의했던 이 친노그룹의 ‘대권 정리’가 김 지사에 의해 깨졌다고 문 고문 측은 보고 있다. 이를 들은 김 지사 측은 ‘경쟁은 자유로운 참여를 보장하는 데서 나온다’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이런 갈등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문 고문의 공동정부론은 그 자체로 김 지사를 정면으로 겨냥하며 견제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의 공동정부론은 여권 내에서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전망이다. 당장 당 안팎에서는 “김두관 손학규 정세균 정동영 등 당내 대선 예비 주자들이 본격적으로 경쟁을 하기도 전에 어떻게 당내 1등 주자가 당 밖의 잠재후보와 일종의 연대제안을 할 수 있느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특히 대권 레이스가 시작되기도 전에 이미 ‘대통령-총리 나눠먹기’라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 되자 문 고문 측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대권주자인 정세균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이에 대해 “개인으로서 제안하는 것은 자유지만 유력한 대선주자가 당 사람들과 아무런 상의도 없이 밖으로 내지르는 것은 이-박 연대보다 더 큰 담합 논란을 부를 것이다. 1, 2등의 공동정부 구성 제안은 결국 문 고문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진동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