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일 민주통합당 원혜영 의원을 만나 당의 대선전략, 정책목표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새누리당에선 이한구 원내대표가 선출됐다. 친박 친정체제가 강화됐다는 분석이 많다.
▲새누리당은 원래 다양성이 존중되지 않는 정치 풍토를 갖고 있다. 이한구 원내대표 당선은 그걸 확실하게 보여준 셈이다. 당대표 후보자들도 대다수 친박계 아닌가. ‘친박 친위체제’로만 대선을 치르겠다는 건데 과연 좋을 것인지 모르겠다. 이한구 원내대표에 대해선 김종인 전 비대위원이 경제민주화가 무엇인지 모르는 인물이라고 거론한 바 있는데, 내가 보기엔 아예 ‘반경제민주화’ 철학을 갖고 있는 분 같다.
―총선 이후 새누리당 또한 친박계 내분을 겪는 등 잡음이 많았다. 친박 위주의 지도부 구성에 대한 비판도 많은데.
▲박정희 전 대통령이 유신독재를 할 때 북한은 일사불란한데 우리는 중구난방 아니냐며 반대파를 설득했지만 결국 비극적 종말을 맞지 않았나. 박근혜 위원장이 강한 지도력과 힘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포용력을 발휘하는 거야말로 가장 일차적인 것인데 왜 그걸 못하는지 이해가 잘 안 간다.
―민주통합당은 ‘이해찬-박지원 연대’로 논란이 거셌다.
▲이해찬 전 총리한테서 박지원 의원과 그렇게 협력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듣고 의견수렴을 했는데 난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었고…. 그래서 원래 계획했던 대로 유인태 후보를 미는 역할을 했었다. (문재인 고문이) ‘담합’ 논란이 이니까 ‘담합이 아니라 단합’이라고 얘길 했는데, 결국 단합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담합으로 비쳐진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고 또 담합으로 단합할 수 있겠냐는 의구심이 든다. 박지원 원내대표가 이러한 반발 의견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잘 하실 거라고 본다.
―문재인 상임고문도 ‘이-박 연대론’과 관련해 구설에 올랐었다.
▲이번 담합 논란이 생기면서 원내대표를 누가 맡고 당대표를 누가 맡느냐 뿐만 아니라 대통령 후보까지 누가 맡느냐는 것을 염두에 두고 짠 틀이라는 규정이 받아들여지는 것이 문제다. 민주통합당의 가장 유력한 후보인 문재인 고문이 당권 배분의 문제에 있어서 당사자의 하나로 얽히게 된 것은 굉장히 잘못된 일이다. 당대표 선거에서 이 논란이 반복되면 문재인 고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것이 특정 인물을 대통령 후보로 밀기 위한 틀 아니냐는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실제로 당권을 누가 갖는다고 하더라도 어느 대권후보가 유리해질 거라는 그런 상관성은 없다고 본다.
문재인 고문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박 연대론’에 얽혀 민주통합당 대선주자로 지지받는 것에 대한 ‘견제 멘트’를 내놓는 원 의원의 마음속엔 김두관 지사가 가장 크게 자리 잡고 있는 듯했다. 원 의원은 문재인 손학규 정세균 등 대선 주자들에 대해 두루 긍정적 평가를 했지만, 김 지사에 대해선 “긍정적인 측면에서 가장 대권의지가 강한 것만은 사실”이라며 ‘구체적인’ 평가를 건넸다. 김두관 지사의 싱크탱크인 ‘지방자치분권연구소’ 이사장을 맡고 있기도 한 원 의원은 김 지사와 막역한 사이이기도 하다. 원내대표 경선이 있던 지난 4일 민주통합당 의원 30여 명이 모여 만든 ‘정치개혁모임’에서 김 지사를 초대했을 때도 원 의원이 함께 참석했다.
―민주통합당 주자 중 누가 가장 경쟁력이 높다고 보나.
▲경기지사를 역임한 손학규 지사는 수도권 기반이 강한 유일한 후보다. 참신성을 두고 본다면 범야권 후보인 안철수 원장이 가장 높고, 문재인이 가운데, 김두관 손학규가 맨 끝이다. 문재인 고문은 본격적인 정치를 해본 적이 한 번도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산시장 선거에 한번 나가라고 했을 때도 끝까지 고사하고, 불과 2년 전에 양산에서 박희태 대표가 당선될 때 유세 현장에 얼굴만 비추라고 하는데도 100미터 밖에 서있을 정도로 나서는 것을 싫어한다. 그런 면에서 참신성은 높다. 다양한 경험과 경륜에서 나온 리더십과 식견 면에서는 손학규가 맨 위, 중간이 문재인, 맨 끝이 안철수일 것이다. 경륜 면에서는 김두관 지사도 손학규 대표 쪽에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김두관 지사는 일찌감치 이장-군수를 거쳐 장관까지 지내면서 굉장히 적극적이고 다양한 정치적 경험을 축적해왔다. 그런 경험들이 경선 과정에서는 가장 두드러지게 돋보일 가능성이 높다.
―김두관 지사를 가까이서 오랫동안 봐왔는데 대선 주자로 어떻게 평하나.
▲김 지사는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목표와 가치가 매우 뚜렷하고 분명한 사람이다. 쉽게 말해 권력의지가 가장 강한 사람이다. 지금 (민주통합당과 같은) 어려운 상황에 그건 제1의 덕목이다. 김 지사의 권력의지란 내가 잘 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서민과 지방이 잘되어야 국가 경쟁력이 생긴다는 확고한 철학이 담긴 것이기 때문에 시행착오가 가장 적을 수 있는 후보라고 본다. 경상남도의 공동정부 운영 사례도 성공 사례로 평가받고 있지 않나. 국가 경영에 대해 잘 훈련되어 있고 국가 경영의 원리를 잘 체득한 사람이다.
최근 대선 출마 선언이 임박한 것으로 전해지는 김두관 지사는 그 시점을 두고 막판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혜영 의원은 “(김 지사의) 대선에 나서야겠다는 의지는 매우 강한 것 같다. 현직 지사 신분이기 때문에 경상남도 도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주변의 조언을 구하고 있다. 6월 19일까지 예정되어 있는 도정간담회가 끝난 이후, 7월 1일이 취임 3년이 되니까 그 전후로 (대선 출마 선언의) 날짜가 잡힐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
원 “행자부 장관 내가 추천”
원혜영 의원은 김두관 경남지사와 오래전부터 인연을 맺어온 사이다. 두 사람 모두 1995년 전국 기초자치단체장 19명이 모여 만든 ‘머슴골’ 회원으로 당시 김 지사는 37세로 전국 최연소 기초 단체장에 당선된 남해군수였고, 원 의원은 부천시장 신분이었다. 김 지사와 가까운 당내 인사들인 주승용 의원(여수시장 역임), 최용규 전 의원(인천 부평구청장 역임)과 이재용 전 환경부 장관(대구 남구청장 역임) 등도 머슴골을 통해 김 지사와 인연을 맺은 바 있다. 특히 원혜영 의원은 김두관 지사의 싱크탱크인 ‘자치분권연구소’ 이사장을 맡으며 김 지사의 당내 ‘소통창구’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원 의원과 김 지사의 인연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참여정부 초대 행정자치부 장관에 김두관 지사를 추천한 이가 원 의원이었던 것. 원 의원은 이에 대해 “행정이 소비자인 국민이 아닌 공급자인 공무원의 입장에서 이뤄지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교육정책도 실제 정책을 갖고 학교를 운영하고 가르치는 일선 교사가 더 잘 만들 수 있다”며 “그래서 거창고등학교 전성은 교장을 교육부 장관으로 추천했고, 행정안전부 장관으로는 이장에서 군수까지 한 김두관 같은 사람이 하면 좋겠다고 해 추천했는데 그것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초대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김 지사를 임명했다”며 웃음을 보였다.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