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 북한의 화폐개혁 실패 후 경제가 더 어려워지자 성매매 같은 퇴폐 문화가 급속도로 북한 사회를 뒤덮었다고 한다. 사진은 평양 거리의 여성. 사진공동취재단 |
북한의 시장이나 역 주변에서는 흔히 ‘아재’ ‘큰엄마’라 불리는 여성들과 ‘삼촌’ ‘큰아빠’라 불리는 남성들을 접할 수 있다. 이들은 북한에서 일반적으로 성매매를 알선하는 뚜쟁이들과 포주들을 가리킨다. 최근에는 북한 사회에서 이러한 ‘큰엄마’ ‘큰아빠’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북한의 성매매 시장이 빠르게 확산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일요신문> 역시 지난해 3월(982호) 북한 사회에 번지고 있는 성매매 실태에 대해 자세히 보도한 바 있다. 당시 본지는 철도역이나 시장 주변에서 여행객이나 장사치, 외박 군인들을 상대로 횡행하고 있는 ‘대기여관(한국의 여관발이 성매매)’ 성매매에 대해 소개했다.
어느 사회건 성매매 문화도 계속 진화하기 마련이다. 지난 2010년 화폐개혁 실패 이후 급속도로 성장한 북한의 성매매 문화 역시 최근 여러 변화의 조짐이 목격되고 있다. 최근에는 단순한 ‘대기여관’ 형태의 일반적인 성매매에서 벗어나 시설이나 서비스 형태가 점차 고급화되고 향유계층도 일반인에서 고위급 간부계층까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북한 내부와 직접 접선하며 북한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탈북학술단체 ‘NK지식인연대’는 최근 이러한 북한 내 성매매 문화의 진화 현상에 대해 자세히 소개했다. 단체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북한 내 성매매는 기존의 일반인들에서 벗어나 당·정부 기관 간부는 물론 직접적인 단속 책임이 있는 사법검찰기관의 고위급 간부들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고위급 간부들의 성매매는 중앙 간부들보다는 주로 지방 간부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기쁨조와 같은 공식 향락 루트가 확실히 보장된 중앙 간부들과 달리 지방 간부들은 공식적인 향락 루트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지리적 여건상 통제가 느슨한 것도 하나의 이유로 꼽힌다.
최근에는 아예 고위급 간부들만 전문적으로 상대하는 브로커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신의주와 원산의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당·정·기관 고위급 간부들을 상대로 고정적으로 성매매 여성을 대주는 전문 브로커들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고위급 간부가 지정한 개인적 장소에 성매매 여성들을 보내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이들은 간부들과의 결탁 관계 때문에 해당 지역에서 영향력과 위세가 대단하다는 후문이다. 단속의 책임이 있는 보안기관들도 이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할 정도다.
기자와 만난 NK지식인연대 최강혁 사무국장은 “사실 예전에도 고위급 간부들이 자신의 동료나 지인을 통해 연예인을 소개받아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경우는 꽤 있었다. 중간에 소개해 준 동료나 지인은 일부 수수료를 먹는 형식이었다. 하지만 전문 브로커가 생겨난 것은 최근 일이다. 주요 타깃인 지방 간부들은 중앙 통제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중앙에서도 이러한 기본적 욕구에 대해서는 대체로 눈감아 주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성매매 문화가 고위급 간부로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북한 당국의 단속 의지도 점점 약화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사이에 간부들과의 결탁으로 세를 과시하고 있는 전문 브로커들 때문에 보안기관에 체포된 성매매 여성들의 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한다.
향유 계층의 확산과 더불어 서비스의 고급화도 목격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증막(사우나) 성매매다. 소식통에 따르면 함경북도 함흥 철도역 인근의 한 유명 한증막은 10~20대 여성 7명을 상시 고용하고 손님들을 상대하고 있다고 한다. 한증막의 경우 일반 대기여관과 달리 숙박 및 위생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중국에서 ‘사우나-안마-성매매’ 서비스로 인기를 끌고 있는 ‘사우나 성매매’와 매우 유사한 형태다.
이러한 한증막 성매매는 기존 성매매 시장의 가격대와 비교해 약 2배 정도 비싸다. 일반적으로 북한의 화대 시세는 북한 돈으로 약 3만 원(한화 1만원)정도다. 한증막에서 성매매를 할 경우 북한 돈으로 약 6만 원(한화 2만원)을 줘야 한다. 성행위가 편리한 개인집 등 외부장소로 이동할 경우에는 북한 돈 1만 원이 더 추가된다.
최 국장은 이러한 북한 내 성매매 현상에 대해 “북한에서 성매매는 이제 하나의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이렇게 시장이 확대되고 고급화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성매매는 일반적인 사회 어느 곳에서나 있는 것이다. 어쩌면 북한의 사회통제가 과거에 비해 느슨해지고 있다는 하나의 증거로도 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성병 전문병원 등장
북한 내 성병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점차 확대되고 있는 성매매가 주원인이며 부대 이동이 잦은 장기복무 군인들과 전국을 누비며 먹을 것을 대가로 몸을 파는 꽃제비들이 주요 감염 경로로 파악되고 있다. 이미 북한 당국은 2002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대규모 성병검사 사업을 벌인 바 있다.
하지만 성병의 특성상 환자들이 외부에 알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피임기구 및 치료약 또한 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당국은 지금까지 성병 확산 방어에 애를 먹고 있다. 현재 장마당에서 성병 치료제가 거래되고 있지만 미화 100 달러가 넘는 고가이기 때문에 주민들은 살 엄두를 못 내고 있다.
그동안 북한 당국은 “성병은 자본주의가 낳은 퇴폐병이며 북한은 성병과 에이즈가 없는 청결 사회주의국가다”라는 입장을 외부에 고수해왔다. 이번 김 부위원장의 지시는 이러한 기존 입장을 번복하면서까지 확산되고 있는 성병 문제를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