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활동 매진” ‘범죄도시’ 3·4편 출연…“피해 주장 글 허위” 조사 대상이 조사 결과 발표는 의아
신한대는 1월 19일 이범수를 공연예술학부 학부장에서 면직했다. 2022년 11월 말 익명 온라인 게시판에 폭로된 ‘이범수 교수의 갑질’에 대한 진상 조사 여파다. 대학 측은 학부장에서 면직했을 뿐 이범수의 교수 신분은 유지했지만, 이범수는 학교의 결정이 나오고 10일여 뒤 사표를 제출했다. 이범수는 억울한 누명의 피해자일까, 갈등의 빌미를 제공한 당사자일까.
#이범수 측 “실체 미확인”
이범수가 최근 소속사 빅펀치엔터테인먼트를 통해 대학에서 불거진 갑질 폭로 논란에 대해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고, 총학생회 전담 TF(태스크포스)의 조사 결과 추가 피해 진술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범수로부터 차별 대우 등 피해를 당했다는 내용의 ‘피해 주장 글’ 자체가 허위임을 학교 측으로부터 확인했다고도 덧붙였다. 이후 학교에 사표를 냈다는 설명이다.
‘이범수 교수의 갑질 의혹’으로 명명된 이번 논란은 2022년 11월 말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된 ‘폭로 글’이 발단이 됐다. 신한대 공연예술학과에 재학 중이라고 밝힌 작성자는 ‘종강을 앞두고 있는데 이범수 교수를 본 적 없다’, ‘돈 많은 학생과 가난한 학생을 다른 반으로 나눠 차별했다’, ‘학생 중 절반이 휴학하고 자퇴했다’, ‘조교가 이범수의 욕설로 학교에서 나갔다’ 등의 내용이 담긴 글을 썼다.
익명 게시판에 작성된 해당 글은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이자 폭로였지만, 그 진위와 무관하게 배우 이범수라는 유명인의 이름이 언급된 탓에 삽시간에 기사화됐다. ‘갑질’이라는 민감한 이슈를 건드리면서 당사자인 이범수도 난처한 상황에 놓였다. 즉각 변호사를 선임한 그는 “학생들을 차별하거나 폭언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차별’이나 ‘갑질’은 사실이 아니라고 재차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하지만 논란의 여지를 남긴 일부분은 인정했다. 수업 일정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학사 일정이 정한 대로 따르지 않고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수업을 진행한 사실은 시인했다. 다만 “학교와 사전 논의를 거쳤고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게 이범수의 설명이었다.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보충수업도 빠짐없이 진행했다고 밝혔지만 논란을 잠재울 만큼의 설득력을 갖지는 못했다.
논란이 증폭되자 신한대는 특별 감사에 돌입했다. 총학생회 역시 자체적으로 조사를 시작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강성종 총장 역시 논란 직후 교직원에게 입장문을 보내 “대학 내 갑질 및 수업 운영에 대한 전수조사할 예정”이라며 “민원이 제기된 사건(이범수 관련)에 대해 한 점 의혹 없는 철두철미한 조사를 진행, 사실로 밝혀지면 가해자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징계를 반드시 하겠다”고 단호한 태도를 취했다.
#이범수가 먼저 알린 조사 결과
이범수는 2014년부터 신한대 신설 학부인 공연예술학부 교수를 맡아 강단에 섰다. 신설 학부에 유명 배우가 교수를 맡은 덕분에 짧은 시간 안에 실기 위주의 교육과정을 정립하고, 최근 입시경쟁률 50 대 1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열정적인 성향으로 유명한 이범수가 교수를 맡아 후배가 될지 모르는 학생들에 애정을 갖고 엄격하고 가르쳤다는 부분은 연예계에서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영화와 드라마 촬영을 병행하면서도 시간을 쪼개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임했던 학교에서 뜻하지 않은 ‘갑질 논란’에 휘말리자 이범수는 적잖이 당황한 것으로 알려졌다. 본인이 쏟은 열정과 반대의 결과에 직면한 상황에서도 “무분별하게 재확산하는 루머와 허위 사실에 묵묵히 버티며 학교 측의 감사에 성실히 응했다”는 게 소속사의 설명이다. 소속사는 또 “이범수는 신설학부 공연예술학부의 교육과정을 정립하고 지난 8년 동안 학부장으로서 50 대 1의 입시 경쟁률을 기록하는 등 교수로 최선을 다해왔다”고 설명하면서 현재 상황에 에둘러 안타까움을 드러났다.
다만 이범수의 입장에도 불구하고 이번 논란은 의구심이 남는다. 총장까지 나서서 갑질 및 수업 운영에 대한 진상 조사를 실시한다고 알렸지만, 정작 조사 결과를 발표한 쪽은 학교가 아닌 이범수였기 때문이다. 이범수의 소속사는 2월 24일 “신원불명의 제보 글로 시작된 신한대 내 교수 이범수 관련 논란은 교내 다각적인 조사에도 불구하고 그 실체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총학생회 전담 TF의 조사 결과 추가 피해 진술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후 이범수가 억울한 누명의 피해자라는 동정론이 형성됐지만, 한쪽에선 조사를 진행한 주체가 아닌 조사 대상인 당사자가 ‘조사해보니 피해가 없었다’고 먼저 알리는 상황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신한대가 조사 결과를 직접 발표하지 않으면서 이런 의문은 증폭되고 있다.
#본업 아닌 다른 분야에선 ‘구설’
이범수는 코미디부터 시대극, 스릴러, 범죄극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배우다. 실력에 의문을 품기 어렵지만, 유독 본업이 아닌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릴 때마다 구설에 시달렸다. 대표적인 경우가 2019년 제작을 맡은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이다. 일제강점기 자전거왕 엄복동의 실화를 그린 이 영화는 총제작비 150억 원을 투입했지만 관객은 고작 17만 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투자금 전액 손실이라는 불명예뿐 아니라 작품의 완성도 측면에서도 관객의 혹평과 조롱까지 따랐다.
이범수는 한때 규모를 자랑하는 엔터테인먼트사 대표직도 맡았다. 바이오그룹 셀트리온이 투자한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의 대표직을 맡아 영화와 드라마 등 콘텐츠 제작은 물론 후배 배우 양성에 주력했다. 출범 초기 이범수는 모회사를 든든한 배경 삼아 공격적인 행보를 걸었지만 ‘자전차왕 엄복동’의 참패는 물론 배우 매니지먼트 분야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대표직을 내려놨다. 그 과정에서도 신한대 교수직만큼은 유지하면서 후학 양성에 힘을 쏟았지만, 갑질 폭로 논란에 휘말리면서 불명예 사직했다.
이범수는 당분간 배우 활동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상황은 그리 나쁘지 않다. 이범수는 배우 마동석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다. 2021년 마동석이 이끄는 매니지먼트사 빅펀치엔터테인먼트로 이직한 그는 마동석이 주연과 제작을 맡은 영화 ‘범죄도시’ 3·4편에 연이어 출연한다. 드라마 ‘빌런즈’도 촬영을 마치고 공개를 기다리고 있다. “본업에 충실하겠다”고 선언한 이범수가 과연 목적을 이룰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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