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채용 시 범죄자 자녀 응시 제한 두고 찬반 팽팽…전문가들 “획일적으로 다룰 사안 아니다” 지적
저우시훙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위원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범죄자의 자녀, 친인척들이 군입대와 공직 진출 등에 있어서 불리한 처우를 받도록 하는 규정을 없앨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아무런 죄가 없는 자녀들이 피해자가 되고 있다. 불공평하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이 알려지자 인터넷은 그야말로 뜨거운 전장이 됐다. 검색어 상위권은 모두 관련 단어들이 차지했다. 최근 젊은이들에게 가장 민감한 화두 중 하나인 ‘공정’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찬반 여론은 팽팽한 모습이다. 우선 규정 폐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자. 한 대학 교수가 꺼낸 과거 사례부터 소개한다.
“한 젊은이가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후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는 한 조직의 관리자를 자원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조직은 과거 자신의 어머니가 다녔던 곳이었다. 어머니는 횡령을 저질렀고, 이를 알게 된 동료들이 고발해 벌을 받았다. 세월이 흘러 아들이 어머니의 복수를 위해 돌아왔고, 조직엔 피바람이 불었다. 그 젊은이의 채용은 뒤늦게 취소됐다.”
이 사례를 본 한 누리꾼은 “이와 비슷한 일들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누군가의 제보로 처벌 받은 범죄자의 아들이 경찰에 합격해 제보자의 신상정보를 파악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실제 과거 한 마약상의 아들이 공직에 진출한 뒤 아버지를 체포했던 경찰에게 복수를 시도했던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규정 폐지론자들은 연좌제가 중국의 법치주의에 어긋난다고 반박한다. 아무런 죄도 없는 자녀들이 부모로 인해 2차 피해를 받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극단의 사례가 제시되기도 했다.
1년여 전 한 20대 여성은 공무원 시험에 원서를 냈지만 거절을 당했다. 부친의 폭력 전과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사건 피해자는 딸이었다. 이 20대 여성은 가정폭력의 피해자였던 것이다. 비판 여론이 제기됐지만 규정에 따라 이 여성은 공무원 채용 시험 자격을 얻지 못했다.
중화인민공화국 공무원법이 규정한 응시 결격 사유는 총 다섯 가지다. 우선 △본인이 범죄로 형사처벌을 받은 경우 △ 중국공산당에서 제명된 경우 △공직에서 제명된 경우다. 이 세 가지는 응시생 본인의 문제다.
나머지 두 가지는 연좌제로 분류되는 항목들이다. 직계혈족 등의 범죄 사실 등을 따져 채용 자격을 부여한다는 것인데, 직군에 따라 세부 내용은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어 ‘공안기관 인민경찰 채용방법’에선 △직계혈족, 방계혈족 중에서 사형선고를 받거나 또는 응시 당시 복역 중인 인물이 있는 경우 시험을 볼 수 없다.
전문가들은 획일적으로 다룰 사안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연좌제 범위를 점차 줄여나가는 것은 필요하지만 일부 공직의 경우 응시 제한 필요성이 높다는 이유다. 2021년 중국공산당 중앙조직부가 발표한 ‘공무원 채용 시찰 방법’에서도 기밀, 국가안전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공무원들의 경우 직계가족의 범죄 여부를 확인하도록 했다.
범죄 유형에 따라 연좌제 적용 여부를 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죄질이 중하고, 반성하지 않는 범죄자들에 한해 자녀의 공무원 시험 자격을 주지 말자는 것이다.
한 언론은 사설을 통해 “공무원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집단이다. 선발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당연하다. 사회와 국가에 악영향을 미친 범죄자들과 그 가족들에게 일정한 제한을 가하는 것은 공정성을 저해하지 않는다”고 했다. 중범죄자들에 대한 연좌제 적용을 찬성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를 반박하는 견해들도 많다. 범죄의 유형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가 애매하다는 이유다. 또 주관적 감정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반성의 정도를 어떻게 측정할지도 의문으로 제기됐다. 이들은 연좌제 자체가 사회의 진보를 가로막는 악습이라는 입장을 갖고 있다.
이처럼 범죄자 자녀의 공무원 시험 응시 제한은 현 시점에서 중국 사회의 가장 뜨거운 이슈다. 한때는 당연하게 여겨졌던 것이지만 부당하게 받아들이는 이들도 크게 늘어났다. 주로 젊은층에서다.
한 20대 대학원생은 “자녀라는 이유만으로 왜 연대 책임을 져야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가 부모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면서 “아직도 이런 제도가 남아있다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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