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웅·‘피지컬: 100’ 출연자 논란에 시청자 반응 싸늘…일부 ‘갱생 기회 필요하다’ 주장도
#전과자는 NO ‘철저히 검증하라!’
최근 MBN 트롯 오디션 ‘불타는 트롯맨’에 출연한 황영웅을 둘러싼 논란은 대한민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가 20대 초반에 친구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지인을 폭행해 상해를 입힌 혐의로 벌금 50만 원을 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그를 향한 확인되지 않은 학교폭력, 데이트폭력 등의 주장까지 불거지며 결국 결승전을 단 1회 남겨두고 하차했다.
이외에도 넷플릭스 ‘피지컬: 100’에 출연한 한 스턴트우먼 역시 학폭 가해자로 지목돼 공식 사과했고, 최근 또 다른 남성 출연자는 전 연인을 폭행한 혐의로 2022년 11월 검찰 송치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비 연예인 남녀의 만남을 그린 ‘나는 솔로’나 ‘하트 시그널’ 역시 출연자의 과거사를 둘러싼 폭로가 잇따랐다.
이 과정에서 ‘불타는 트롯맨’ 제작진은 “출연자 선정에 있어서 사전 확인과 서약 등이 있었으나, 현실적인 한계로 유감스러운 상황이 발생했다는 점, 시청자 분들과 팬들께 죄송한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불타는 트롯맨’ 외 대다수 비 연예인 참가 프로그램에서 제작진과 출연자는 이 같은 서약서를 미리 주고받는다. 하지만 출연자가 거짓말하는 것까지 색출할 방법은 마땅히 없다.
그래서 “범죄이력조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는 제작진이 임의로 할 수 없다. 출연을 원하는 이가 직접 떼서 제출하거나 확인 동의를 해야 들여다볼 수 있다. 통상 선거를 치를 때는 이런 과정을 거친다. 그래서 입후보자의 공보물에는 범죄 이력도 함께 기재된다.
현재 아동이나 청소년,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업체의 경우 성범죄를 포함한 범죄이력조회를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그 외의 경우 의무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요구하고 받는 것이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런 과정을 거치면 전과자가 자신의 과거를 숨기고 TV에 얼굴을 드러내는 일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갱생의 기회를 주자
황영웅 논란을 두고 그를 옹호하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등장 이후 응원투표에서 내리 1위를 달린 그를 향한 팬덤의 힘이라는 의견에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을 찬찬히 훑어보면 일견 수긍도 간다.
황영웅은 20대 초반, 즉 성인이 된 후에 발생한 사건에 의해 전과자가 됐다. 정식 재판을 받지 않고 약식 기소로 50만 원의 벌금을 받은 것으로 보아 상대방의 피해 정도도 중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법조계의 반응도 많다. 황영웅은 이를 인정하고 반성한다며 “열심히 살아갈 기회를 달라”고 읍소했다. 하지만 대중의 반응은 차가웠다.
물론 그를 향한 학폭, 데이트 폭력 등의 주장도 있었다. 이는 입증된 바가 아니다. 하지만 적잖은 이들이 이런 주장을 사실인 양 받아들이고 있다. 왜일까. 그가 전과자이기 때문에 다른 주장 역시 어느 정도 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20대 초반 이후 황영웅은 고향인 울산에 위치한 한 자동차 하청 업체에서 일하다가 트롯 오디션에 도전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방송 관계자는 “‘전과자’라는 수식어가 주는 부정적 이미지는 크다. 일반 기업에서도 전과자를 채용하는 것을 주저하는 상황인데, 하물며 대중에게 얼굴을 비치는 연예계가 전과자를 꺼리는 건 당연하다”면서 “하지만 전과자는 연예인이 될 수 없다는 법은 없다. 범죄이력조회를 제도화하면 그들이 갱생할 기회조차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황영웅 효과’ 어떻게 작용할까
누군가의 지나온 삶을 들여다보는 것은 어렵다. 자칫 ‘민간인 사찰’ 논란으로 번질 수도 있다. ‘낙인 찍기’라는 반발도 나올 수 있다.
최근 황영웅을 둘러싼 일련의 논란은 단지 그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신임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됐던 정순신 변호사가 아들의 학폭, 그리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법을 교묘히 활용한 정황 등이 포착되며 대중적 공분이 일었다. 학폭 가해자인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의 안우진은 지난해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한 토종 에이스지만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이렇듯 학폭을 포함한 폭력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큰 상황에서 16%가 넘는 시청률을 구가하는 ‘불타는 트롯맨’의 화제 인물인 황영웅이 융단폭격을 맞을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이런 상황은 향후 비 연예인을 등장시키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이들이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스마트폰과 SNS가 보편화되면서 모든 이들이 자신의 주장을 급속도로 전파시킬 힘을 갖게 됐다. 더 이상 부끄러운 과거를 마냥 묻어놓을 순 없다는 의미다. 피해자는 결코 참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방송 관계자는 “황영웅의 사례를 보며, TV에 얼굴을 비치려는 결심을 하기 전 자신의 과거부터 살피려는 노력을 기울이게 될 것”이라며 “출연자들의 과거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제도화하는 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 같은 자정 효과는 곧바로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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