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씨 등 피의자들은 지난해 5월 4일부터 10일 사이, 피해자 김 씨를 감금한 뒤 폭행한 혐의로 적발됐다. 이후 한국에 귀국한 천 씨 등 2명은 한국 경찰에 넘겨져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또한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알려진 강 아무개 씨 등 3명은 필리핀 현지 교소도 및 외국인 보호소에 구금 중이며 1명은 행방불명된 상황이다. 필리핀 현지에 구금된 피의자 3명은 한국에서의 재판과는 별개로 필리핀 현지서 재판을 받고 있다.
피의자 천 씨는 지난 1월, 인천지방법원에서 진행된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고 현재 항소심을 기다리고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천 씨 등 6명은 채무관계 등을 이유로 지난해 5월 4일 피해자 김 씨의 집을 찾아가 그를 천 씨가 운영하고 있던 현지 농장으로 데려갔다. 이곳에서 피의자들은 김 씨를 상대로 현금 5000만 원을 강탈하고 과도를 입에 물게 해 상해를 입히는 등 감금·폭행을 자행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피해자 김 씨가 신고를 못하도록 강제로 마약을 먹였다. 김 씨는 감금 6일 만에 피의자들과 다른 장소로 이동 하던 중 탈출에 성공했다.
이처럼 피의자 천 씨 등이 자행한 감금·폭행사건으로 일단락되는 듯했던 사건은 최근 피해자 김 씨의 조작설이 강하게 제기되면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1심 판결 이후 피해자 김 씨가 피의자들의 가족과 통화한 내용 중에 법정진술과 상반되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는 당시 피의자 가족들과 김 씨 가 나눈 통화 내용의 녹취록을 확보했다. 김 씨는 법정에서 피의자 일당에게 감금·폭행을 당한 뒤 탈출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하지만 김 씨는 피의자 가족과의 통화에서 “피의자 중 한 명이 나를 터미널에 데려다 주고 500페소(한국 돈 1만 3000원)가량의 차비를 줬다”고 말한 내용이 녹취록에 적시돼 있었다. 법정 진술과 엇갈리는 내용이다.
또한 필리핀에서 김 씨가 사건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하기 위해 현지 검찰에 돈을 썼다는 의혹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 씨가 피해자 가족과의 통화에서 “필리핀 현지에 있는 (김 씨)동거녀의 할아버지가 일을 잘 봐주라는 의미에서 15만 페소(한국 돈 410만 원)를 검사에게 건넸다”라고 말한 내용이 녹취록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돈을 강탈당하는 과정 및 폭행정도 등에 대한 김 씨의 진술이 필리핀 현지와 한국 법정에서 엇갈리고 있다는 점도 의문으로 떠오르고 있다. 피의자들이 강제로 먹였다는 마약도 필리핀 현지조사서 음성으로 확인됐다.
현재 천 씨 등 피의자들은 피해자 김 씨가 합의를 목적으로 사건을 조작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자는 피해자 김 씨의 입장을 듣기 위해 필리핀에 거주하고 있는 김 씨에게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끝내 연결이 되지 않았다.
한국과 필리핀에서 쌍방향 진실공방전이 이어지고 있는 이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