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 불안 셀트리온홀딩스 지주사 본연 역할 못해…배당 확대나 투자 유치도 쉽지 않을 전망
#셀트리온홀딩스의 불안한 재무
셀트리온그룹은 지난 3월 3일 서정진 명예회장이 경영에 복귀한다고 밝혔다. 셀트리온홀딩스,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등 4개 계열사는 이사회를 개최해 서 명예회장을 사내이사 겸 이사회 공동의장 후보자로 추천하는 선임 안건을 의결했다. 서 명예회장의 이사 임기는 2년이다.
서정진 명예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의 합병 작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셀트리온그룹 관계자는 서 명예회장의 경영 복귀에 대해 “경제위기뿐 아니라 전략제품 승인 및 출시,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 계열사 합병 등 굵직한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서 명예회장의 빠른 판단과 의사 결정이 절실히 필요해 이번 이사회에서 일시 경영 복귀를 적극 추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셀트리온그룹은 2020년부터 계열사 합병을 추진해왔다. 셀트리온그룹의 사업구조를 살펴보면 셀트리온은 제품을 생산한 후 셀트리온헬스케어에 판매하고, 셀트리온헬스케어는 해당 제품을 시장에 유통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다. 따라서 이들 계열사가 합병하면 단일 회사에서 개발과 생산 및 유통, 판매까지 동시에 이뤄지므로 거래구조 개선을 통한 비용 절감 및 사업 투명성이 제고될 수 있다. 내부거래 논란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다만 아직까지 소액주주들의 반대 등으로 인해 수년째 합병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합병은 현재 내부 검토 중”이라고만 말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3사 합병 이전에 지주사의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3사 합병 법인은 셀트리온그룹 지주사인 셀트리온홀딩스 자회사가 될 전망이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자체적인 수익이 없고, 계열사의 상표권 사용료와 자회사 배당에 의존하고 있다. 셀트리온홀딩스의 자회사는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 등이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수년간 현금 배당을 하지 않다가 지난해 들어서야 현금 배당을 실시했다.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는 수년째 적자를 거두고 있어 배당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 때문에 셀트리온홀딩스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매년 별도 기준으로 400억~600억 원 규모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가 현금 배당을 실시한 후 셀트리온홀딩스 재무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두 회사는 올해 배당액을 축소했다. 셀트리온은 배당금을 지난해 1주당 750원에서 올해 350원으로, 셀트리온헬스케어는 260원에서 130원으로 배당액을 줄였다. 셀트리온홀딩스는 올해 두 회사로부터 155억 원의 배당금을 수령할 예정이다. 셀트리온홀딩스의 그간 순손실 규모를 감안하면 넉넉한 규모라고 보기는 어렵다.
셀트리온홀딩스는 그간 차입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했다. 이 때문에 셀트리온홀딩스의 부채총액은 2020년 말 기준 6783억 원에 달했지만 보유했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7억 원에 불과했다. 부채비율도 당시 195.74%에 달했다. 현행법상 지주사의 부채비율이 200%가 넘으면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는다. 셀트리온홀딩스는 2013년에도 부채비율 200%를 넘겨 과징금 2억 7000만 원을 부과 받은 바 있다.
다행히 셀트리온홀딩스는 2021년 셀트리온헬스케어홀딩스(헬스케어홀딩스)와 합병하면서 부채비율을 크게 낮추는 데 성공했다. 합병 후 셀트리온홀딩스의 2021년 말 부채비율은 22.89%로 전년 대비 172.85%포인트(p) 하락했다. 헬스케어홀딩스는 당시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24.30%를 갖고 있어 3조 원 이상의 자본이 있었지만 부채는 거의 없었던 덕이었다.
그러나 부채비율을 낮췄다고 부채 상환이 쉬워진 것은 아니다. 투자 자산이 유입된 것이지, 보유 현금이 크게 늘어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셀트리온홀딩스는 지난 2월 15일과 3월 6일에 셀트리온스킨큐어로부터 차입한 100억 원과 250억 원의 만기를 각각 1년 연장한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지주사의 재무구조가 불안하면 계열사 지원이라는 지주사 본연의 역할을 하기 어려워진다. 지주사 차원의 투자나 인수합병(M&A)에도 제약이 따를 수 있다. 셀트리온홀딩스가 셀트리온 주식을 추가로 매입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현행법상 2021년 12월 30일 이전에 설립된 지주사는 자회사 지분을 20% 이상 보유해야 한다. 셀트리온홀딩스의 셀트리온 지분율은 20.06%로 20%를 겨우 넘는다.
셀트리온홀딩스의 셀트리온스킨케어 지분율은 24.29%다. 따라서 3사 합병이 이뤄지더라도 셀트리온홀딩스가 보유한 합병 법인 지분은 20% 초반대에 머물 전망이다. 셀트리온홀딩스로서는 안정적인 그룹 운영을 위해서라도 계열사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는 것이 좋다.
#수익 늘리기 위해서는…
셀트리온홀딩스의 유동성 확보 방안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거론된다. 하나는 자회사의 배당을 늘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증자나 기업공개(IPO·상장) 등을 통해 투자를 받는 것이다.
하지만 배당을 쉽사리 늘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일제히 하락하는 등 실적 하락의 기미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셀트리온은 제조, 셀트리온헬스케어는 판매를 맡고 있기 때문에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실적이 부진했다는 것은 그만큼 셀트리온 제품이 시장에서 외면 받았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대해 “2023~2024년에는 신제품 출시 전 판관비 증가로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업계 경쟁 심화, 가격 인하 압력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셀트리온홀딩스 투자 유치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나온다. 서정진 명예회장이 셀트리온홀딩스 지분 97.19%를 갖고 있으며 그의 특수관계자가 나머지 2.81%를 보유 중이다. 셀트리온홀딩스 증자를 위해서는 서 명예회장의 사재 출연이 불가피하다. IPO의 경우에는 최근 주식 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에 빠져 있다는 점이 걸림돌로 꼽힌다. 실제 컬리, 케이뱅크, 오아시스 등 IPO 대어로 꼽혔던 업체들이 최근 줄줄이 IPO 계획을 철회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홀딩스에 질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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