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야시 외무상 “강제노동 표현 적절치 않다,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다 끝난 일”, 의회 의원 “일본 국제법 휘말려든 피해자”…한국 정부 ‘제3자 변제’ 배상안 비판 목소리 더 커져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3월 9일 일본 중의원(일본 의회 하원에 해당) 안전보장위원회에 출석해 강제징용 관련 질의에 “어떤 것도 ‘강제노동에 관한 조약’상의 강제노동에는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것들(개별 도항, 모집, 관 알선 등)을 강제노동이라고 표현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사실상 일제 강제징용을 부정하는 발언이다.
이어 하야시 외무상은 강제동원 배상은 과거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최종적으로 해결이 끝난 일”이라며 “(한국의 해법은) 한국 측 재단이 판결권을 빨리 시행하는 것으로 일본의 일관된 입장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한다는) 확인만 한 것일 뿐, 새로운 사죄와 반성은 발표하지 않는 게 맞냐’는 질문에도 “지금 말씀하신 대로”라고 밝혔다.
또한 하야시 외무상은 한국 측이 일본 피고 기업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것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일본 측 가해기업 배상 의무가 배제돼 논란이 일고 있는 피해 배상 해법 내용도 재확인했다.
앞서 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 3월 6일 2018년 대법원에서 배상 판결을 확정 받은 국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변제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는 수용한다는 입장을 내면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아닌 하야시 외무상이 약식회견을 통해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다고 확인한다”고만 밝혔다. 추가 사과 표명은 없었고, 계승하겠다는 담화에 일본 측의 반성이 담긴 점을 직접 거론하지도 않았다.
그러더니 일본 정부가 한국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 발표 이후 사흘 만에 강제동원 자체를 부인하는 발언을 내놓은 것.
더 나아가 일본 유신회 미키 게에 의원은 “징용공 소송 문제는 국제법 위반으로 일본은 말하자면 휘말려든 피해자라고 생각한다”까지 발언했다.
일본이 강제동원 문제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국 정부가 내놓은 ‘제3자 변제’ 방식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안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월 11일 서울광장 앞에서 열린 ‘강제동원 굴욕해법 강행 규탄 2차 범국민대회’에 참석, “사죄도 없고, 배상도 없고 전쟁범죄에 완전한 면죄부를 주는 것이 말이 되겠냐”며 “지금 당장 굴욕적인 강제동원 배상안을 철회하고 국민과 피해자에게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대통령 부부 초청장 말고 일본이 양보한 것이 대체 한 개라도 있나”라며 “간도 쓸개도 다 내줬는데, 전쟁범죄에 대한 사과도, 전범 기업의 배상도, 수출규제 제재 해제 조치도 없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세계에 자랑할 대한민국이 일본에는 ‘호갱(어수룩해 속이기 쉬운 손님이라는 의미)’이 되고 말았다”며 “경술국치에 버금가는 2023년 계묘년 ‘계묘국치’ 아니겠느냐”고 비판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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