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지분 4228억에 인수한 하이브, 카카오와 협업 일단락…이수만은 그 과정에서 ‘SM 프라이드’ 신뢰 잃어
SM엔터테인먼트(SM엔터) 경영권을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다툼이 마무리된 뒤 가요계 내부에서는 이 같은 반응이 적잖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는 하이브가 그의 지분을 4228억 원에 사들이며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게다가 그가 제기한 유상증자·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이달 초 인용돼 카카오가 SM 지분을 비교적 싼 가격에 취득할 기회가 사라지면서, 이 전 총괄 프로듀서가 이번 분쟁의 ‘진짜 승자’라는 분석도 나왔다.
하지만 불과 아흐레 만에 하이브가 SM엔터 추가 지분 인수를 포기하고 카카오와 협업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입지는 크게 줄어들었다. 이 과정 속에서 그동안 ‘SM 정신’을 강조하던 이 전 총괄 프로듀서가 하이브를 극찬하고 나선 것을 두고 SM엔터 임직원과 소속 아티스트들까지 실망감을 표출하면서 사실상 ‘K-팝 대부’의 퇴장이라는 목소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롤러코스터 탄 이수만의 위상
SM엔터라는 사명을 그의 이름 이니셜에 따왔듯, SM엔터는 이수만의 처음이자 끝이었다. 하지만 그가 개인회사인 라이크기획을 통해 음반 기획 전권과 고액 자문료 등을 챙겨온 것에 대해 소액 주주이자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 측이 문제 삼으며 그는 총괄 프로듀서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후 SM엔터가 ‘포스트 이수만 시대’를 뜻하는 ‘SM 3.0’을 발표했고, 카카오와 연대할 뜻을 밝히자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태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카카오가 경영권을 획득한다는 것은 단순히 이 전 총괄 프로듀서가 프로듀서 자리를 반납하는 수준을 넘어, 더 이상 최대주주로서 SM엔터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선택은 하이브였다. 그의 지분 14.8%를 넘겼다. 하이브는 “이 전 총괄 프로듀서가 지속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한다거나 프로듀서로 복귀한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그가 어떤 방식으로도 SM엔터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란 관측이 이어졌다.
하지만 하이브가 결국 SM엔터 경영권 인수를 포기하면서 상황은 백팔십도 달라졌다. 하이브와 카카오가 ‘상호 협력’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공개 매수가 15만 원을 목표로 추가 지분을 확보한 카카오가 경영권을 획득하는 것은 명약관화다. 하이브가 여전히 2대 주주로서 SM엔터와 연결 고리를 갖고 있지만, 경영권을 쥔 카카오의 입김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과연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업계 관계자들은 “이수만의 설 곳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카카오가 2021년 SM엔터 인수를 추진할 당시만 해도 약 6000억 원 규모로 협상이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하이브와 경쟁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인수 금액은 1조 2000억 원까지 불어났다. 게다가 이 전 총괄 프로듀서가 유상증자·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냈던 것을 고려할 때, 이 전 총괄 프로듀서를 바라보는 카카오의 시선은 곱지 않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SM엔터 임직원의 지지를 받고 있는 현 경영진과도 대립각을 세운 터라 SM엔터 내부에서 그의 입지는 좁다.
#실리는 챙겼으나 명분 잃은 이수만
SM엔터 경영권 분쟁 속에서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잃은 가장 큰 자산은 ‘아티스트의 신뢰’다. 그는 SM엔터 아티스트들에게 ‘아버지’라 불렸다. 단순히 그가 총괄 프로듀서로서 빼어난 수완을 보였기 때문이 아니다. 이를 넘어 K-팝 리딩 그룹의 일원인 그들에게 ‘SM 정신’을 심어준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3월 3일 법원이 유상증자·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직후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내놓은 입장문은 SM엔터 아티스트들에게 ‘충격’ 그 이상으로 작용했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당시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는 “SM은 나에게 도전이었고 행복이었고 축복이었다. SM의 ‘포스트 이수만’은 제 오래된 고민이었다”면서 “제게 더 베스트는 하이브였다. SM과는 경쟁 관계였지만 방탄소년단의 성공은 우리 국민 모두의 자랑이다.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은 저와 같은 음악 프로듀서로서 배고픈 시절을 겪어 본 사람”이라고 치켜세웠다. 그가 그동안 K-팝 리딩그룹으로서 ‘SM 우선주의’를 외쳤던 목소리와는 정반대였다.
결과적으로 SM엔터 아티스트들이 공개적으로 이수만의 이름 석 자를 거론하는 일이 사라졌다. 이는 꽤나 상징적이다. SM엔터 아티스트들은 각종 시상식을 비롯해 공식석상에서 항상 “이수만 선생님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로 서두를 장식했기 때문이다. 2월 말 열린 SM엔터의 현재이자 미래인 걸그룹 에스파의 첫 콘서트를 비롯해 SM엔터의 시작이자 레전드라 할 수 있는 가수 보아의 20주년 콘서트에서도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한 가요 관계자는 “이번 사태가 불거진 뒤 SM엔터 내부에서도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를 지지하는 이들과 반대하는 이들 간 묘한 기류가 흘렀다고 한다. 하지만 3일 이 전 총괄 프로듀서가 공개적으로 하이브와 BTS를 두둔한 후에는 심정적으로 이 전 총괄 프로듀서를 지지하던 이들 역시 실망한 기력이 역력했다고 한다”면서 “이번 경쟁에서 하이브의 승리를 깊게 믿은 이 전 총괄 프로듀서의 자충수”라고 꼬집었다.
금전적으로 볼 때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는 SM엔터 경영권을 둘러싼 카카오와 하이브의 대결에서 가장 큰 수확을 거뒀다. 수천억 원의 자산가가 됐고, 여전히 SM엔터 주식 일부를 보유 중이다. 하지만 명분을 놓고 보면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를 바라보며 ‘SM 프라이드(pride)’를 느끼던 이들의 신뢰를 잃었다. 이번 카카오와 하이브의 합의는 그야말로 ‘SM(수만) 없는 SM’의 본격적인 시작인 셈이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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