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상태를 보고 내 눈을 의심했다. 어떻게 이 지경까지 만들었는지….”
서울소재 모 사립대학병원의 한 정형외과 전문의는 A 씨의 엑스레이 촬영사진을 보고 혀를 찼다. 의사가 해당 수술에 관한 의학적 지식이 전무한 상태가 아니고서야 이런 실수를 할 수가 없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이 전문의는 A 씨에게 관절 외전건 손상, 내반변형, 굴곡변형의 진단을 내렸다. 손상된 뼈가 안 붙고, 주변 근육의 심한 손상으로 정상적인 걸음걸이가 불가능하다는 게 진단내용의 핵심이다. 그는 “A 씨의 엑스레이를 보니 뼈를 아주 작살내 놨더라. 초년병보다도 못한 저질 실력이다. 어떻게 그런 실력으로 운동선수를, 그것도 메달리스트를 상대로 위험한 수술을 벌일 수 있느냐”며 분개했다.
A 씨가 이 대학병원을 찾기 전에 수술을 받은 개인병원은 두 곳이다. 두 병원은 최근 ‘부실 수술’ 의혹이 끊이질 않고 있는 신흥병원으로 그동안 A 씨의 단골병원이었다. 이 개인병원들은 저마다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갖고 있다’ ‘양쪽 다리 길이를 오차 없이 늘릴 수 있다’ 등의 허위·과대광고로 환자들을 유치해 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A 씨의 경우 지난 2009년경 안산에 소재한 한 유명 병원 측의 달콤한 권유로 키 수술을 결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키를 키우고 체급을 높여 금메달을 노리려 했던 A 씨의 꿈은 일순간에 좌절됐다. A 씨는 수술 후 발바닥이 마비되고 까치발이 되는 큰 부작용을 겪자 이번엔 서울 강북에 소재한 S 병원을 찾았다. 이곳에서 추가적인 수술을 받았으나 설상가상으로 제대로 걷지도 못하게 되는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뒤늦게 병원 측의 ‘은밀한’ 진실을 알게 됐다는 A 씨는 5월 16일 기자와 만나 “S 병원, N 병원, R 병원 등은 모두 댓글 알바를 고용하고 과대광고를 하고 있었다. 자신(병원장)의 기술이 세계 최고라고 자랑했다. 안산에서 한때 유명했던 한 전문의는 나 같은 환자들의 인생을 망쳐 놓고도 ‘미국에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는 거짓말을 하고 잠수를 타기도 했다. 황당할 따름이다”라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피해 환자가 속출하고 있는 키 수술의 경우 2000만 원 상당의 고액 수술이기 때문에 의사 측에서 무리하게 강권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처럼 의사가 환자에게 무리한 수술을 권유해 고액의 의료비를 타가는 속칭 ‘작업’으로 인해 애꿎은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어 환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신흥 톱 3’로 떠오른 서울 소재 정형외과 병원들이 환자들을 상대로 치밀하게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신흥 개인병원 쌍두마차로 떠오른 S 병원과 N 병원의 경우 각각 강남북을 단기간에 ‘석권’하며 주목을 받았지만 부적절한 방법으로 피해 환자를 양산하고 있다는 의혹도 끊이질 않고 있다.
이를 두고 동종 분야 전문의들은 “이들 병원장의 경우 의학적 기술이 의심되는 수준임에도 환자에게 위험한 수술을 무리하게 권유하는 한편 과대광고로 환자몰이를 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N 병원의 경우 환자 측이 올린 부작용 후기는 모두 삭제해 버리고 ‘세계 유일의 기술을 보유했다’는 말로 상담 온 환자들을 현혹시키고 있어 피해 환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문제가 되고 있는 병원 측이 주관하는 수술은 주로 다리뼈를 늘리는 키 수술이나 휜다리 교정술이다. 이런 수술은 부작용 발생 확률을 최대한 낮추는 범위에서 전문적인 수술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이들 병원은 오로지 이익창출을 목적으로 환자들을 상대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부적절한 ‘작업’에 속아 무리한 수술을 받은 뒤 절름발이가 되거나 장애인에 준하는 후유증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