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짜>의 김혜수는 당당한 정 마담의 캐릭터를 베드신에서도 잘 표현했다. |
과연 한국 영화 최고의 베드신과 가장 섹시한 노출 연기를 선보인 여배우는 누구일까. 영화 담당 기자와 평론가, 칼럼니스트 등 영화 관계자 20여 명에게 최고의 베드신을 물었다.
영화 관계자들이 손꼽은 ‘최고의 베드신을 담은 영화’로는 <해피엔드>가 선정됐다. 영화 <해피엔드>는 1999년 개봉작으로 이미 10년도 더 된 예전 영화다. 2000년대 들어 성기 노출 등 수위가 훨씬 높아졌고, 동성애와 근친상간 등 파격적인 소재도 많아졌음에도 여전히 <해피엔드>의 베드신이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
영화평론가 최광희 씨는 “<해피엔드>의 첫 장면은 베드신 자체도 파격적이었으며 전도연이라는 여배우의 기존 이미지를 단번에 전복시켰다”면서 “첫 장면부터 남자의 몸을 탐닉하는 유부녀의 모습을 파격적으로 그려 이 영화가 치정 살인 드라마임을 제대로 보여줬다”고 평한다.
▲ 전도연은 <해피엔드>에서 남자 몸을 탐닉하는 유부녀의 모습을 파격적으로 보여줬다. |
▲ <쌍화점>. |
세 번째는 한 편의 영화가 아닌 한 감독의 영화가 꼽혔다. 바로 <생활의 발견>을 필두로 한 홍상수 영화의 베드신이다. 영화에서 롱테이크 기법을 즐겨 사용하는 홍상수 감독은 베드신에서도 롱테이크를 자주 사용한다. 베드신 자체가 파격적이거나 영상미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가장 사실적이라는 데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채널A의 영화정보프로그램 <무비홀릭>의 MC 김태훈은 “영화 <생활의 발견>에서 김상중과 예지원의 베드신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라며 “정사를 나누는 두 배우의 현실감 있는 대사로 인해 매우 리얼한 베드신이됐고 체위 역시 현실적이었다”고 평한다. 이 외에도 영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극장전> 등의 베드신도 거론됐는데 그 이유는 모두 사실적인 정사신이라는 점이었다. 이런 까닭에 2000년대 중반 이후 홍상수 영화에서 베드신이 급감했다는 점을 아쉬워하는 영화관계자들이 많았다.
그외에도 다양한 영화 속 베드신이 거론됐다. 올해 개봉된 <간기남> <은교> <돈의 맛> <후궁 : 제왕의 첩> 등의 영화들 가운데에선 <은교>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 영화 담당 기자는 “영화 <은교>에 등장하는 김무열과 김고은의 베드신이 가장 인상적이었다”면서 “김고은의 체모가 노출되는 등 파격적인 장면도 있었지만 이들의 정사를 훔쳐보며 분노하는 박해일의 모습이 일품이었다. 하찮게 생각하는 제자가 젊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은 가질 수 없는 은교와 성관계를 갖는 모습을 보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박해일의 모습이 영화 전반에 흐르는 캐릭터의 감정 변화를 제대로 잡아냈다”고 설명했다.
▲ <은교>. |
영화에서 베드신 연기를 선보인 여배우들 가운데 가장 빼어난 섹시 스타로 선정된 이는 누구일까. 가장 높은 지지를 받은 여배우는 김혜수였다. 최고의 글래머 스타로 손꼽히며 각종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파격적인 의상으로 화제를 불러 모았던 김혜수의 첫 노출은 영화 <얼굴 없는 미녀>를 통해 이뤄졌다. 그렇지만 설문에 참여한 영화 관계자들은 <얼굴 없는 미녀>보다는 영화 <타짜>에서의 짧은 노출 장면에 더 높은 점수를 줬다. 영화 칼럼니스트 김형석 씨는 “에로틱한 모습보다는 김혜수라는 배우와 ‘정 마담’이라는 캐릭터의 당당함이 더 빛났다”면서 “환상의 바디라인도 인상적이었지만 노출된 육체 그 자체보다 아름다움과 드러냄의 당당함이 돋보인 장면이었다”고 평했다.
근소한 차이로 2위에 오른 이는 전도연이다. 이미 영화 <해피엔드>를 통해 최고의 베드신을 선보인 전도연은 <하녀>를 통해 더욱 농염한 노출 연기를 선보여 높은 점수를 받았다. 설문에 참여한 한 영화 담당 기자는 “노출 장면에서 노출 자체가 아닌 연기력 위주로 평가 받는 여배우는 현재 전도연이 유일하다”는 얘길 덧붙였을 정도다.
영화 <방자전>에 이어 <후궁 : 제왕의 첩>에서도 파격적인 베드신을 선보인 조여정이 3위에 올랐다. 연이어 노출 연기를 선보이며 섹시함에선 김혜수와 전도연에 밀리지 않는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아직 연기력에선 조금 모자란다는 평을 받았다.
<은교>를 통해 데뷔한 김고은도 좋은 평을 받았다. 한 영화담당 기자는 “신인 여배우임에도 체모까지 노출하는 등 수위 높은 노출 연기를 잘 소화해냈다”면서 “사실 김고은은 기존의 노출 여배우들과 달리 전혀 글래머 스타가 아닌데 오히려 그런 부분이 풋풋하게 다가오면서 기존 노출 여배우와는 또 다른 매력을 마음껏 발산했다”고 평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 <후궁>. |
<후궁> 섹스 꿈은 ‘자다가 봉창’
영화 속 노출 장면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얼마나 적절한 장면에서의 노출이었느냐 하는 점이다. 최초의 3D 에로 영화를 표방한 <나탈리>나 신은경의 파격 노출이 그려진 <두 여자> 등이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한 것 역시 적절성을 넘어서 너무 노출에만 포커스를 맞췄다는 지적 때문이다.
설문에 응한 영화 관계자들 가운데 가장 공통적으로 나온 ‘가장 적절한 노출신’은 영화 <타짜>의 김혜수 노출 장면이다. 베드신의 분량도 그리 길지 않은 데다 김혜수의 노출 장면 역시 짧게 나오지만 극중 캐릭터를 설명하기엔 딱 맞는 적절한 설정이었다는 게 그 이유다. 최근 개봉한 영화 <돈의 맛>에서의 윤여정 노출 장면 역시 스토리 전개와 캐릭터 설명을 위해 적절했다는 평을 받았다.
똑같은 장면을 두고 ‘적절했다’와 ‘부적절했다’는 입장이 갈린 경우도 있었다. 문제의 장면은 영화 <간기남>에 등장하는 거실에서의 박시연 노출 장면이었다. 이 장면을 두고 한 여성 영화기자는 “베드신도 아닌데 굳이 거실에서 홀로 전라로 걸어가는 장면을 영화 초반부에 배치한 까닭을 모르겠다”면서 “이 장면은 창 밖에서 박희순이 훔쳐보는 설정이었지만 그런 설정보다는 오히려 박시연의 노출을 기대하고 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박시연의 노출을 훔쳐보는 관음증만 만족시키는 듯한 장면이었다”고 혹평했다. 반면 한 남성 영화기자는 “베드신은 아니지만 그 장면을 통해 박희순이 박시연에게 매혹당하는 계기가 그려진다”면서 “영화는 박희순이 박시연과의 위험한 관계에 빠져들면서 사건이 더욱 미궁으로 빠져드는데 왜 냉혹한 형사인 박희순이 박시연에게 빠져들었는지를 설명해주는 중요한 장면”이라고 설명한다.
이 외에 영화 <후궁 : 제왕의 첩>에 등장하는 조여정과 김민준의 정사신 역시 부적절한 노출 장면으로 거론됐다. 한 영화관계자는 “해당 장면은 사실 김동욱의 꿈으로 설정돼 있는 장면인데 그렇지 않아도 조여정의 베드신이 많은데 꿈 장면에서까지 수위가 높은 베드신이 필요했는지 의문”이라며 “의도적으로 노출 장면을 하나라도 더 끼워 넣으려 한 게 아닌가 싶은 생각까지 드는데 이 장면으로 인해 <후궁 : 제왕의 첩>은 감춤의 미학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섭]
▲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
▲ <미인도>. |
“노출 수위보다 영상미”
베드신이나 노출 연기에 있어서 가장 전문적인 업계는 단연 에로비디오 등의 성인물을 제작하는 성인업계다. 그렇다면 성인업계 관계자들이 손꼽는 한국 영화 최고의 베드신은 무엇일까. 침체 일로에 빠져 있는 성인업계의 부활을 위해 최근 ‘제1회 대한민국 성인영화 대상’에 참여한 성인업체 여덟 곳 관계자들과 출연 배우 등 10여 명을 대상으로 최고의 베드신을 물었다.
성인업계 관계자들인 만큼 파격적이고 노출 수위가 높은 베드신이 선정될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최고의 베드신이 담긴 영화로는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가 선정됐다. 특히 한채영과 박용우의 베드신이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혔다. 성문화 평론가 김창환 씨는 “성인업계 관계자들 입장에선 아무리 파격적이고 노출 수위가 높다고 해도 한국 영화 속 베드신이 그리 파격적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그런 탓에 오히려 예쁘고 고급스럽게 촬영한 베드신에 높은 점수를 준다”면서 “한채영과 박용우의 베드신은 상당히 공을 들여 촬영한 베드신으로 제작비도 많이 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채영 같은 여배우와 함께 풍부한 제작비를 바탕으로 그런 고급스러운 베드신을 촬영하는 게 성인업계 관계자들에겐 매우 부러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설문에 응한 한 성인물 제작자는 “성인업계에서 최고의 베드신으로 전설처럼 화자되는 장면은 외화 <와일드오키드>의 동굴 정사신”이라며 “야하고 파격적인 장면은 포르노에 훨씬 많다. 성인물 제작자들 입장에선 노출 수위보다는 그런 아름다운 베드신에 더 끌린다”고 말한다.
비슷한 이유로 <미인도>의 김규리와 김남길의 베드신이 2위로 선정됐다. 기존 베드신과 달리 환한 조명 아래에서 김규리의 몸매가 아름답게 그려졌으며 화가라는 설정을 살려 알몸에 그림을 그리는 장면 등이 높은 점수를 받은 것.
그렇지만 3위는 선정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성인업계 관계자들 입장에선 최고의 베드신이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파격적인 노출이나 다양한 체위가 강조된 영화들에 대해선 낮은 점수를 줬다. 69체위 등 다양한 체위로 화제가 된 <쌍화점>에 대해 한 성인물 제작자는 “그 정도 체위는 성인물에 넘쳐난다”고 얘기할 정도다. 체모 노출의 파격적인 노출에 대해서는 더욱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다. 성문화 평론가 김창환 씨는 “일반 영화에서 체모 노출이 되면 사회 전반에 ‘표현의 자유’를 쟁취했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며 매스컴은 ‘파격’이라는 단어 등을 활용해 영화 홍보에 기여한다”면서 “반면 성인물에서 체모가 나오면 ‘사고’일 뿐이다. 분류는 성인물인데 노출 수위는 일반 영화보다 훨씬 제약이 많다는 부분이 성인업계의 가장 큰 문제점이자 한계”라고 지적했다. [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