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와 싱크로율 100%’ 강양현 코치로 변신…“피자로 10kg 증량, 행복한 일주일 보냈죠”
“한때 엄청난 활약을 했던 멋진 은둔고수 코치가 다시 돌아와서 제자들을 이끌어나가는 그런 영화는 아니에요. 강양현 코치도 아이들도 모두 다 처음인 이야기죠. 부딪치고 꺾였다가, 다시 펴서 뚫고 나가는. 그게 ‘리바운드’의 매력인 것 같아요. 저는 영화를 보면서 그런 이야기가 이 시대의 수많은 강 코치에게 울림을 선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4월 5일 개봉한 영화 '리바운드'는 2012년 전국고교농구대회,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최약체 농구부의 신임 코치와 6명의 선수가 쉼 없이 달려간 8일간의 기적 같은 이야기를 그려낸 스포츠 영화다. 당시 대회에 파란을 일으킨 부산중앙고등학교 농구부와 강양현 코치(현 2023 3X3 아시안컵 한국 대표팀 감독)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장항준 감독과 권성휘·김은희 작가가 손을 잡고 제작에 돌입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때부터 대중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안재홍 역시 TV에서 장항준 감독이 ‘리바운드’ 제작을 잠깐 언급한 것을 듣자마자 “강양현은 나다!”라고 외쳤다고 한다.
“제가 그때 맥주를 마시다가 그 방송을 봤는데 기분이 좋아서 ‘내가 강양현이야!’ 하는 상상을 했던 것 같아요(웃음). 사실 강양현 코치 역을 맡게 될 것이라고 예감을 했다기보단 그저 제 바람이었죠. 저런 재밌는 이야기가 나한테 왔으면 좋겠다는. 그런데 사흘 뒤에 정말로 시나리오를 받게 된 거예요. 단숨에 읽었고, 읽고 나서는 더 좋아졌어요. 너무 흥분되는 이야기잖아요. 그래서 아예 그날 저녁 연락드렸죠. ‘저 너무 하고 싶어요. 정말 잘하고 싶어요.’ 하면서요.”
마침 비슷한 시기 애니메이션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입소문을 타고 흥행몰이를 하면서 국내 영화판에 이른바 ‘농놀’(농구놀이) 붐이 퍼지고 있다. 농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대중들의 반응에 살짝 편승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원작 만화의 팬이라는 안재홍도 ‘슬램덩크’의 열기가 ‘리바운드’에까지 옮겨지길 절실히 바랐다고 말했다.
“저는 촬영 때 항상 ‘슬램덩크’ 마지막 권을 들고 다녔어요, 부적처럼(웃음). 그 기운을 받고 싶었거든요. 대사 없이 고속 장면이 이어지면서 뜨거운 울림을 만들어내는데 그 마음, 그 열기를 저희도 담아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올 초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개봉해서 지금까지 열풍을 일으키고 있고, 요즘 제가 거리를 걸어 다녀 봐도 농구 골대가 있는 곳은 다 농구하는 사람들로 채워져 있더라고요. 정말 ‘농놀’의 시대가 왔구나 싶죠(웃음). 그래서 저는 오히려 좋은 점만 보려고 해요. 이 기운들이 우리 영화로 모여서, ‘언더도그’들의 실제 반란을 모티브로 삼은 우리 영화도 극장가에서 돌풍을 일으켰으면 좋겠어요.”
극 중 안재홍이 맡은 강양현 코치는 고교 농구선수 출신의 공익근무요원으로 농구 명문의 명맥을 잃고 폐부 위기에 놓인 부산중앙고 농구부의 코치로 임명된다. 처음엔 제 능력을 보여주려는 것에만 급급해 아이들의 잠재능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며 결국 아이들에게 몰수패와 6개월간 출장정지라는 치욕적인 결과를 안긴다.
이후 스스로의 잘못을 깨닫고 다시 한 번 흩어졌던 농구부원을 모은다. 안재홍은 2012년 전국고교농구대회에서 펼쳐진 부산중앙고 농구부의 마법을 스크린 위에 다시 한 번 발동시킨다. 기적의 선봉장에 섰지만 화려하지 않았던 강양현 코치를 연기하기 위해 안재홍 역시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성장하는 인간’이었다는 점에 중점을 뒀다고 한다.
“저는 강양현 코치가 아이들에게 뭔가 주문하거나 알려주는 그런 코치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이 친구도 처음이고, 아이들과 함께 성장해 가는 인물이거든요. 이런 처음의 순간은 영원히 한 번뿐이란 걸 알기에 승패의 압박을 벗고 오로지 이 순간을 즐기자는 말을 던져주는 인물인 거죠. 바로 그 점이 승패가 중요한 다른 스포츠 영화와의 차별점이라고 생각했어요. ‘한 뼘만 더 뻗어봐’라고 의욕을 고취시켜주는 메시지를 던져주는 영화인 거예요, 저희 영화는. 그 메시지가 중앙고 농구부 아이들이 라커룸에서 나와 후반전을 치르러 가는 그 얼굴에서 증폭되는 것 같아요.”
그런 강양현 코치를 연기하기 위해 안재홍이 일주일 동안 피자로 10kg를 거뜬히 증량했다는 건 이미 ‘리바운드’ 개봉 전부터 널리(?) 알려진 사실. 누군가는 영화를 보며 “안재홍 왜 이렇게 안 꾸미고 나왔냐”고 지적하다가도 마지막 엔딩 스태프 롤이 올라가기 전 2012년 당시의 강양현 코치와 안재홍의 사진이 번갈아 나오는 걸 보고 그 완벽한 싱크로율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는 관람 후기도 있었다. 실제 부산중앙고 농구선수들과 똑같은 키와 체중, 똑같은 복장, 신발, 아대까지 맞춰 연기한 선수 역 배우들은 물론이고 안재홍 역시 강양현 코치의 당시 머리 스타일부터 삿대질 등 제스처, 말투까지 완벽하게 일치시켜 작품의 리얼리티를 더했다.
“실제 인물의 이야기가 이미 너무나도 드라마적이니까 저는 최대한 (외적인) 일체성을 높여야겠단 생각으로 접근했죠. 그래서 체형도 굉장히 비슷하게 맞췄고 헤어스타일도 당시 강양현 코치님처럼 뒷머리를 길렀어요(웃음). 머리를 왜 그렇게 기르셨었냐고 물어보니 ‘헤라클레스’를 생각해서 그랬대요(웃음). 그렇게 머리스타일도 똑같이 하고, 손끝이나 선수들을 향한 제스처도 더 높은 수준의 싱크로율을 맞추기 위해 따라했죠. 체형 맞추려고 살찌울 땐 한 10kg를 증량했는데 일주일 걸리더라고요(웃음). 정말 행복한 일주일이었어요.”
‘리바운드’가 안재홍에게 좀 더 특별한 이유는 그가 처음으로 맏형 노릇을 하게 된 현장이어서다. 천재 가드 기범 역의 이신영부터 스몰포워드 규혁 역의 정진운, 센터 순규 역의 김택, 파워 포워드 강호 역의 정건주를 비롯해 김민, 안지호 등 ‘리바운드’ 속 부산중앙고 선수들 대부분이 대중들에게 낯선 얼굴이었다. 더욱이 안지호를 제외하면 모두 상업영화가 처음이었다니, 맏형인 안재홍이 자연스럽게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현장이었다고.
“누군가의 선배나 형 역할로 작업을 하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요. 그렇다고 그런 부담을 가졌다기보단 그저 동생들, 우리 멋진 후배들과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면 자연스럽게 한 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죠. 다만 어떤 장면을 찍을 땐 제가 페이스메이커가 돼 줘야겠다는 책임감은 있었어요. 정말 센 상대를 부딪쳐 올라가야 하는데 실제로도 상대 팀은 바뀌지만 우리 팀은 계속 후보 선수도 없이 그대로 붙어야 하니까요. 두 달 동안 계속 농구 신만 찍었는데 제가 애들한테 그랬어요. ‘우리 16강전에선 체력을 아껴놔야 더 중요한 경기 때 쓸 수 있어’(웃음).”
배우들의 이런 진지한 마음과는 또 다른 결로, 장항준과 안재홍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넘쳐흐르는 코미디를 기대했을 관객도 남아있을 법하다. 마냥 감동만을 안겨 주는 작품이 아닌 만큼 이야기 속 군데군데 장항준 감독만이, 그리고 안재홍 배우만이 보여줄 수 있는 웃음 포인트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좀 더 담백하게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다는 안재홍은 그런 진심이 관객들에게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저는 정말 이 영화에 진심을 담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컸어요. 이 이야기가 가진 무시무시한 힘을 고스란히 제가 일으켜 2012년 뜨거운 열기 가득했던 농구장으로 관객 분들을 모셔와야겠다고 생각했고요. 물론 그 안에서 유쾌함도 지켜나가야겠다는 목표도 당연히 있었죠. 다만 저는 여기서만큼은 과장된 호흡이라든지 웃기려는 시도가 보여서 이 이야기와 거리감을 두게 하면 안 될 것 같았어요. ‘뭔가 내가 웃겨야만 해, 내 개인기와 기량을 펼쳐보여야 해’보단 이야기에 충실한 진짜를 보여줄수록 관객들은 즐거울 수 있겠단 생각이 들더라고요. 실제 이야기를 최대한 생동감 있게 전달하면서 동시에 그 속에 장항준 감독님과 저의 위트가 들어가게 된 거죠(웃음).”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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