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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0년 11월 5일 서울시청역 앞 인도에서 자동차 침입 방지 구조물인 볼라드 제거 투쟁을 벌이는 모습. |
19대 국회의원 당선자 중에는 ‘눈에 띄는’ 인물이 한 명 있다. 지체장애 3급, 시각장애 2급을 가진 민주통합당 비례대표 최동익 의원(50)이다. 만 한 살 때 주사를 잘못 맞아 두 다리를 쓰는 것이 불편해진 최 의원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약물 복용 부작용으로 시력까지 잃게 되었다고 한다. 그때부터 글을 읽기 힘들고 사람 얼굴도 구별하기 어려워지게 됐다. 현재는 중복장애로 장애 1급 판정을 받은 상태다.최 의원의 기억에 남는 ‘이 한 장의 사진’은 시각장애인들의 권익을 위해 거리투쟁에 나섰던 지난 2010년 11월 서울 시청역 근처의 보도블록에서 찍은 모습.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회장을 지낸 최 의원은 당시 시각장애인들의 보행에 치명적인 장애물이 될 수 있는 ‘볼라드 제거 투쟁’을 했다. 볼라드란 자동차가 인도에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설치된 구조물로 무분별한 설치가 늘면서 보행이 어려운 시각 장애인들에게 커다란 어려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최 의원은 “휠체어장애인들의 보행과 시각장애인들의 보행을 동시에 존중하는 법규정이 필요하다”며 지자체와 관계부처가 철저한 조사 없이 볼라드 설치를 방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볼라드 사이의 간격이 좁아 휠체어는 물론 유모차 이동도 어렵게 되는 등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는 상태.
장애를 가진 최 의원의 학창생활은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어려웠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서울맹학교에 입학해 중고등학교를 나온 그는 대학 진학을 위해 치열하게 공부했다고 한다. 학원에 가서도 선생님의 강의를 귀로만 듣고 봉사하는 분들이 읽어주는 책 내용을 들으며 공부했다는 그는 숭실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해 수석으로 졸업했다. 하지만 수석으로 대학을 나온 뒤에도 장애인들이 취업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고. 결국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대학원에 가고 유학까지 다녀왔지만 졸업한 지 10년 만에야 한국맹인복지연합회에 취직할 수 있었다고 한다.최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무엇보다 장애인 정책을 만들고 실천하는 데 앞장서고 싶다고 한다. 현재의 장애인 관련 정책은 여러 부처에 분산돼 있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 어렵다는 것. 국회의원으로서의 목표는 장애인 정책을 장기화할 수 있도록 부서 간 교통정리에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다리가 불편하고 앞을 보기 어려워 한 번도 맘껏 달리기를 해본 적이 없다는 최 의원의 지론 중 하나는 바로 ‘인생은 마라톤’이라는 것. 최 의원은 “장애를 앓았기 때문에 모든 것이 남들보다 느리고 어려웠지만 묵묵하게 해온 것이 내 삶의 성공 비결”이라며 “앞으로 4년 동안도 지금까지 해온 내 페이스대로 완주할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조성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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