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셜커머스 쿠엔티ㆍ쿠엔월드 사기 피해자 모임 카페 메인화면 캡처, 왼쪽은 모델 최송현. |
“쿠엔티에서 상품권을 최대 25%~30%까지 할인해서 팔더라고요. 그래서 1000만 원어치 질렀어요”
지난 4월부터 인터넷 유명 게시판들에 ‘백화점 상품권을 저렴하게 사서 이득을 봤다’는 후기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소셜커머스 업체 ‘쿠엔티’가 파격적인 조건에 주유상품권과 유명 백화점상품권 등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파격적으로 할인된 가격에 ‘쿠엔티’에 대한 입소문은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이 업체가 내건 판매 조건이 사기가 아니라면 고객 입장에선 돈을 많이 쓰면 쓸수록 남는 장사였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주로 주유상품권을 비롯해 롯데·신세계백화점 상품권을 최대 30% 선에서 할인 판매했다. 특이한 점은 고객으로부터 선금을 받되 일시배송이 아니라 3개월, 6개월, 12개월에 걸쳐 분할 배송했다는 것이었다. 상품권은 5만 원권으로 배송됐고 ‘3개월권 30만 원(6장)’ ‘6개월권 90만 원(18장)’ ‘12개월권 120만 원(24장)’ 등으로 묶음 판매됐다.
수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 업체는 ‘종이 상품권의 경우 판매 시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카드 결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했다. 현금 계좌이체로만 주문을 받은 후 주문된 수량의 일부만 배송 지급해 구매자들을 우선 안심시켰다.
피해자 박 아무개 씨는 6월 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난 4월에 쿠엔티에 60만 원 상당의 주유상품권을 25% 할인된 45만 원 가격으로 구입했다. 실제로 상품권 10장이 집으로 배송되자 ‘6개월에 걸쳐 매월 10장씩 배송하겠다’는 업체 측 말에 신뢰가 갔다. 그래서 점점 ‘투자’ 목적으로 큰돈을 이 업체에 쏟아 붓기 시작했다”고 피해 정황을 설명했다.
지나치게 할인된 가격을 의심하는 고객을 안심시키기 위해 처음 몇 번은 제대로 상품권을 보내주는 게 이들의 사기수법이었던 것이다. 무사히 배송되어온 상품권을 보고 초창기 구입자들이 안심하기 시작했고, 덩달아 추가 구매 희망자들이 급증했다. 업체 대표 김 씨는 이런 수법으로 고객 700여 명으로부터 입금 받은 돈 100억여 원을 갖고 달아났다. 1000만 원 이상 사기 상품권을 구입했다가 피해를 본 사람도 취재 결과 50여 명이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금 2000만 원 이상을 지불한 피해자도 상당수에 달했다.
경찰에 따르면 억대의 사기를 친 업체는 ‘쿠엔티’ 외에도 ‘쿠엔월드’도 있었다. ‘쿠엔티’는 지류상품권을, 쿠엔월드는 가전제품을 할인 판매해 온 사이트다. 두 곳 모두 동일 인물인 김 아무개 씨가 운영해왔다고 한다. 용산경찰서 사이버 수사팀은 6월 5일 “쿠엔티, 쿠엔월드 관련 계좌 3개를 부정계좌로 등록 했고, 업체 대표의 현 소재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쿠엔티’는 고객의 편안함과 안전함을 우선으로 했습니다. 저도 매일 방문해서 쇼핑을 즐기고 있어요.”
전직 아나운서 최송현 씨가 소셜커머스 업체 ‘쿠엔티’를 홍보하는 영상에서 쏟아낸 대사다. 피해자 수가 속출하자 쿠엔티 홍보모델을 했던 최 씨 측도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전직 아나운서였던 만큼 최 씨의 홍보는 해당업체에 대한 신뢰감을 높여 피해자 수를 확산시켰다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해당 피해자들은 “전속 모델로 활동한 연예인과 그 소속사에게도 강하게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며 해당 연예인이 출연 중인 지상파 일일 드라마 홈페이지 게시판에 항의 글을 올리는 등 최 씨 측의 공식적인 해명을 촉구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피해자 김 아무개 씨는 “최 씨가 아나운서 출신이고 한국공정거래조정원 홍보대사여서 믿었는데 사기업체 전속 모델이라니 말이 되는가. 최 씨의 입장 표명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은 ‘피해자모임’ 카페를 통해 업체 대표 김 씨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은 물론 피해를 키운 최 씨에게도 부분적인 책임을 묻기 위해 앞으로 집단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소셜커머스 ‘먹튀’ 사건의 파장이 연예계 쪽으로도 확산될 조짐이다.
이에 대해 소셜컨슈머리포트 ‘쏘비’ 관계자는 “쿠엔티 측이 애초부터 사기를 목적으로 전직 아나운서 출신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기용하는 한편 지상파 인기 연예 프로그램에 협찬하는 등 신뢰도를 내세우기 위해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웠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선금 지불 후 상품권을 몇 개월에 걸쳐 단계적으로 지급하는 상품권 거래는 구조적으로 위험하다”며 “싼 가격에 혹하지 말고 소셜커머스 상품권 거래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