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조직적 담보대출 사기 집단에 사기를 당한 최 아무개 씨의 말이다. 최 씨는 전라북도 전주에서 대부업 사무실을 운영하다 사기 집단에 당해 8000만 원을 날렸다. 이들 집단은 전세보증금이 매매가에 이르는 이른바 깡통 전세를 매개로 사기 행각을 벌이는데, 피해 사실을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걸려 피해자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도 높다. 특히 이 사건은 최근 문제가 되면서 경각심이 커진 세입자 상대 빌라 전세 사기가 아니라 대부업자가 주 타깃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A 씨는 “아내인 김 씨 명의로 빌라를 소유하고 있는데, 빌라를 담보 맡기고 대출을 받고 싶다”며 담보대출을 신청했다. 다음날인 3월 10일 최 씨는 A 씨에게 등기필증, 전입세대확인원 등 필요 서류 준비를 요청했다. 최 씨는 “최근 물가가 치솟고 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금리까지 오르면서 없는 돈을 빌려 집을 산 사람들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면서 “그래서 최근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리려는 문의가 잦다”고 설명했다.
3월 13일 A 씨는 등기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했다. 전입세대확인원을 보니 전입된 사람이 김 씨 한 명밖에 없었다. 전세 계약이 안 된 빌라로 판단한 최 씨는 변호사 사무실 등을 통해 등기소에 근저당을 잡고 돈을 내줬다. 등기소에는 A 씨와 함께 B 실장이란 사람도 동석했다.
그런데 다음날인 3월 14일 김 씨 명의의 빌라에 사는 임 아무개 씨가 최 씨에게 연락했다. 임 씨는 “근저당 잡은 걸 확인했는데 사기 당하신 것 같다. 이 집은 깡통 전세다. 내가 전세금을 빼 달라고 해도 안 빼주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확인해보니 다른 서류는 진짜였는데 전입세대확인원 서류만 위조한 것이었다.
A 씨가 김 씨 명의로 된 전입세대확인원을 위조한 이유는 전세가 이미 실행됐다는 것을 감추기 위함이었다. 일반적인 서류 가운데 전입세대확인원만 위조하면 전세 계약이 체결됐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면 빌라는 매매가보다 전세 보증금이나 주택담보대출 합계가 더 커진 깡통 전세일 가능성이 높아 대출을 받기 어렵다.
최 씨의 법률 지원을 맡은 한상준 법무법인 대건 변호사는 “전세의 경우 일반적으로 세입자가 등기를 하지 않는다. 전입신고를 하고 전세계약을 체결한 경우 우선변제권을 갖기 때문에 굳이 비용까지 내면서 등기하지 않는다. 이번 사건은 이 부분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 씨는 “부동산 역전세가 시작돼 가능한 사기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사기당한 사실을 인지한 최 씨는 김 씨에게 연락을 취했지만 없는 번호였고 A 씨 휴대전화는 꺼져 있었다. 이후 최 씨는 김 씨의 실제 휴대폰 번호를 알아낸 뒤 연락해 ‘현재 당신 명의로 벌인 일은 엄청난 사기 행각’이라고 경고했다.

김 씨는 등기소에 나왔던 B 실장에게도 연락해 ‘협조하라’고 설득했다. 알고 보니 B 실장이 등기소에 있던 이유는 명의자가 김 씨인 만큼 돈이 일단 김 씨 통장으로 들어가기 때문이었다. 명의대여자만 믿을 수는 없으니 사기 조직 조직원인 B 실장이 따라붙어 감시가 필요했다.
3월 16일 최 씨 측이 확인해보니 A 씨가 찾은 대부업체는 한 곳이 아니었다. A 씨가 최 씨를 처음 찾은 날인 3월 9일 A 씨는 인근 대부업체도 방문했다. 이때 타 대부업체를 방문한 A 씨 모습이 CCTV에 담기기도 했다. 최 씨는 “여러 곳을 찔러보면서 전입신고확인서를 직접 떼보는 곳은 거르고, 서류를 내라고 하는 곳을 노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A 씨의 사기 조직은 대담하게 김 씨에게 ‘어차피 돈도 없을 텐데 당신 명의 다른 오피스텔로 사기 한 번 더 치자’고 제안했다. 이에 최 씨는 김 씨에게 ‘협조하는 척하면서 몸통을 잡자’고 제안한다. 김 씨도 자기만 꼬리 자르기 당하는 것보다는 몸통을 잡아야 처벌이 훨씬 경감될 테니 이 제안에 협력하기로 한다.
사기 집단의 또 다른 조직원 C 씨는 김 씨 명의 오피스텔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서류를 준비해 서울 강남구 청담동 모처로 오라고 지시한다. 김 씨는 서류를 발급해 청담동으로 갔는데 그 장소에는 C 씨가 아닌 한 퀵서비스 기사가 있었다. 퀵서비스 기사는 서류를 받아 이번에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모처로 향했다. 최 씨 측 직원이 퀵서비스 기사를 몰래 따라갔다.

C 씨가 김 씨에게 ‘동료가 잡혔다. 어떻게 된 것이냐’고 추궁하자 김 씨는 ‘서류를 퀵서비스 기사에게 전달했을 뿐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최 씨는 “김 씨 등에 분노했지만 알고 보니 생활고에 한 푼이라도 벌어보고자 애 엄마가 작업 대출 광고를 보고 한 그런 것이었다. 그 사람조차 사기를 당한 것”이라면서 “이 사기꾼들은 쉽게 몇 천만 원씩 벌고 있으니, 김 씨처럼 사기에 휘말리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이들을 빨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경찰은 이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고 전해진다.
한상준 변호사는 이들 사기 조직은 범죄단체조직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그는 “전입세대확인서를 위조하고 사용한 부분에 대해 공문서위조 및 행사 관련 범죄가 성립하고, 위조된 공문서로 대부업자를 기망해 재산상 이익을 편취한 부분은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한다”면서 “조직적으로 사기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에서 범죄단체조직죄에 해당할 여지도 있다. 본 사건은 전입세대열람 권한을 소유자로부터 위임 받아 별도로 확인해보거나 담보물이 되는 주택 실사만 이뤄졌어도 피할 수 있었던 사건이다. 담보대출을 실행할 때는 세입자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꼼꼼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