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 당시 두 사람을 만났다는 양 씨는 이 비밀문건이 유출된 경위에 대해서도 생생히 전했다. “황인욱은 당시 7사에 있었고 조선노동당사건의 공범인 고 아무개 씨는 10사에 격리 수용돼 있었다. 황 씨는 집행유예로 출소하게 된 고 씨에게 조직계보와 지령을 약 캡슐에 담아 건넸다. 그리고 ‘출소 시 검신을 피하려면 캡슐을 항문에 넣으라’고 알려줬다. 그런데 고 씨는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라는 교도관의 지시를 따르던 중 그만 알약을 떨어뜨리는 ‘대형사고’를 치고 말았다. 결국 이 일로 인해 황 씨는 바로 재개된 항소심에서 3년의 구금형을 추가로 선고 받아 13년을 언도받게 된다. 같이 구속된 그의 아내는 임신 중이었는데 당시 황 씨는 본인은 물론 형과 처 모두 조선노동당사건에 연루된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
▲ 김태촌. |
김태촌, 화초 얻어주자 콜라 두박스 선물
조두순, 그때도 감옥서 여아 범죄 떠벌려
양하림 씨는 2004년 청송교도소 수감 당시 만난 서방파 전 보스 김태촌 씨와의 인연도 소개했다. 당시 양 씨는 원예 출력 중이었는데 때마침 김 씨가 들렀다고 한다.
“김 씨는 병사 한 편에 텃밭을 가꿔 상추 같은 것을 재배하고 있었는데 종종 씨앗 같은 것을 얻어가곤 했다. 그날 김 씨는 화분에 진열되어 있는 신경초를 달라고 담당과 옥신각신하고 있었다. 보다 못해 내가 몇 개 줄 것을 건의했고, 결국 그는 신경초를 얻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며칠 후 병사 소지(교도소내에서 잡일하는 재소자)가 ‘태촌이 형님이 보내는 것’이라며 배식용 리어카에 콜라 2박스를 싣고 원예 출력장으로 왔다. 잔혹한 폭력집단 보스로서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던 김 씨는 사소한 일에도 작은 성의를 표시할 줄 아는 사람이었으며 담장 안에서 직접 땀 흘리며 씨앗을 뿌리는 성실함을 보여줬다. 북한 용천역 폭발사고 때도 몇몇 재소자와 함께 성금을 내는 것을 보고 감동을 받기도 했다.”
또한 양 씨는 1997년 안양교도소에서 만난 조두순 씨에 대한 일화도 소개했다. “나는 낮에는 봉제공장에 출력하고 저녁에는 ‘불교방’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불교방에는 폭력으로 들어온 남성도 있었는데 엄숙해야 할 불교방에서 심심찮게 난동을 부리곤 했다. 당시 불교방 회장이 정보사땅 사기사건으로 구속된 육사 출신 김 아무개 씨였는데 문제의 남자는 도통 제어가 되지 않는 말썽꾼이었다. 재소자들에게 ‘까불면 죽여버린다’고 협박하거나 겁을 주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어떤 날은 분을 이기지 못해 책장을 집어던져 불상의 목이 부러지는 대형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그는 여아에 대한 범행을 예로 들어가며 ‘완전범죄는 가능하다’고 우겨서 심히 염려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몇 년 후인 2008년 말 충격적인 뉴스에 그가 등장했다. 그는 일명 ‘나영이 사건’의 범인 조두순이었다.” [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