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남 선릉역 주변의 오피스텔 밀집 지역. 각종 오피스텔 업소를 홍보하는 전단지가 거리에 널려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
그런데 선릉역 일대가 최근 몇 년 새, 전혀 새로운 형태의 집창촌으로 부상하고 있다. 선릉역 일대 마천루 사이로 자리 잡고 있는 고층 오피스텔이 바로 그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다른 업소들과 달리 겉으로는 아무 것도 드러나는 것이 없기 때문에 실체조차 잡기가 쉽지 않지만 그러한 이유로 이곳이 더 뜨고 있다.
베일에 싸여있는 선릉역 오피스 성매매 현장을 직접 취재했다.지난 6월 13일 오후, 기자는 다양한 오피스 업소가 영업을 하고 있는 선릉역 일대를 직접 찾았다. 최근 이곳은 오피스텔에서 음성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업소들이 집성하며 보이지 않은 ‘집창촌’을 이루고 있다. 역 출구에 나서자마자 이른 저녁인데도 불구하고 각종 울긋불긋한 전단지들이 나부끼고 있었다.
이곳 업소들은 겉으로 보이는 실체가 거의 없다. 전단지를 제외하고는 손님을 끄는 호객행위도 찾아볼 수 없다. 단지 전화예약을 통해 개인 오피스텔로 끌어들여 영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곳의 실체를 직접적으로 들여다 볼 수 있는 곳은 온라인이다. 온라인에서 각종 오피스텔 업소를 홍보하는 성인사이트를 들여다보면 이 일대가 얼마나 뜨거운 곳인가를 금세 알 수 있다. 이러한 사이트에서 가장 많은 업소홍보가 올라 온 곳이 바로 선릉역 일대다.
일단 온라인을 통해 살펴보자면 크게 업종은 직접 성매매 업소와 유사 성매매 업소로 나뉜다. 그중 성매매를 알선하는 ‘오피방’ 업소 같은 경우 사이트를 통해 아가씨들의 실사 사진, 프로필과 업주 연락처 등을 남겨 놓고 손님을 끌어들이고 있었다. 아가씨들마다 등급이 나눠져 있었고, 최소 시간당 13만 원에서 최대 18만 원까지 시세가 형성되어 있었다. 대부분 24시간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영업을 하고 있었다. 각종 성인사이트에 올라온 선릉역 일대 업소만 어림잡아 50여 개가 넘었다.
기자는 직접 손님으로 가장해 업주와 접촉해 봤다. 업주는 처음부터 족히 2시간은 기다려야 예약이 가능하다고 귀띔했다. 그 만큼 장사가 잘된다는 얘기였다. 기자가 예약을 요청하자 업주는 대뜸 “처음이냐” “어느 사이트 회원이냐” “아이디가 뭐냐”며 조심스레 검증을 시작했다. 업주는 어느 정도 검증을 마치고 선릉역 출구 앞으로 나오면 다시 통화하자며 전화를 끊었다. 단속을 의식해서인지 정확한 오피스텔의 위치는 바로 알려주지 않았다.
선릉역 출구를 나와 다시 통화하자 업주는 “○○오피스텔 13층으로 오라”고 안내했다. 그곳에 가보니 업주가 기다리고 있었고, 아가씨 스타일을 구체적으로 말하며 초이스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더니 같은 건물 오피스텔 호수를 대주며 아가씨가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오피스텔 비상복도에는 그렇게 아가씨를 초이스하고 해당 호수에 찾아가기 위해 오르내리고 있는 남성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렇듯 예약 절차는 마치 007 작전을 방불케 했다.
해당 호수의 오피스텔에는 20대 여성 A 씨(26)가 대기하고 있었다. 기자는 ‘오피방’ 경력 3년이라는 A 씨와 이 곳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었다. A 씨에 따르면 약 200세대가 들어선 해당 오피스텔 건물 안에만 해도 5~6개 업소가 영업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A 씨는 “선릉역 일대 업소들은 밀집해 있기 때문에 경쟁도 심하지만 일반 집창촌처럼 업주들끼리 연대도 잘되어 있다. 단속 정보도 교환하고 장사가 잘 되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는 업소들끼리 아가씨들을 돌려가며 쓰고 있다”며 영업 상황을 자세히 들려줬다. 그러면서 그는 “선릉역 일대가 워낙 목이 좋다. 주변 사무실에서 일하는 30~40대 직장인들이 주로 우리를 찾는다. 오피방하면 역시 개인 오피스텔에서 일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다른 사람 눈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고 아가씨들과 여유를 가지고 얘기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단골이 많다. 다른 성매매 업소에 비해 환경이 차분하기 때문에 아가씨들 마인드도 뛰어나다”며 이곳의 인기비결을 알려줬다.
물론 이곳도 경찰단속이 있다고 한다. 특히 지난 5월부터 관할 경찰들의 단속이 심해졌다고 한다. 한 업주는 “온라인을 통해 손님을 끄는 경우 단속 염려가 적지만 전단지를 이용해 손님을 끄는 업소들 중 몇 군데는 최근 단속에 걸렸다고 한다. 예전에는 형사들이 조를 짜서 잠복하고 있다가 무작정 들이닥쳤지만 최근에는 지능적으로 손님을 가장해 단속을 벌이는 경우가 있어 우리도 조심하고 있다. 하지만 영업 구조상 성매매 현장을 직접 목격하고 적발할 수 없고 대부분 오피스텔 안에 있던 ‘콘돔’ 등 증거만을 갖고 처벌하기 때문에 50만 원 정도의 벌금만 내면 된다. 사실 별 부담은 없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직접 성매매 영업을 하는 오피방 이외에도 선릉역 일대에는 유사성매매를 제공하는 오피스 마사지숍과 오피스 키스방도 우후죽순으로 들어서 있다. 직접 성매매만 안했다 뿐이지, 개인 오피스텔을 이용해 버젓이 음성적인 영업을 하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부동산 업자는 “오피스텔 단기 임대를 원하는 손님들 중에는 칸막이 공사를 하는 경우가 있다. 알고 보니 마사지숍 업주였다. 한 번에 많은 손님들을 받기 위해 구조변경을 하는 경우였다. 최근 선릉역 주변 오피스텔을 찾는 손님들 중에는 이러한 업주들이 많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업소들의 경우 원칙은 유사성매매지만 외부와 차단된 업소의 특성상 성매매까지 이루어질 가능성도 높다. 특히 개인이 혼자 운영하는 ‘1인샵’ 마사지 업소의 경우 말 그대로 영업장소인 자기 오피스텔에서 손님과 마음만 맞으면 자연스럽게 성매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성매매 특별법 단속이 시행되고 청량리, 용산 등 국내 전통적인 집창촌은 이제 거의 모습을 감추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업소들은 사라진 게 아니라 변형된 형태로 진화하면서 음지로 숨어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오피스 성매매 붐이 일고 있는 선릉역 일대는 그 단면을 잘 보여준다. 어찌 보면 일반 주거구역에 몰래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는 형국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존 집창촌보다 단속은 더 어려워지고 있다. 말 그대로 실체를 잡을 수 없는 ‘유령 집창촌’인 셈이다. 단속의 책임이 있는 수사기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이유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