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시교육청 통학로 환경 개선 요구 반영 안돼…“구청·경찰 협업 부재 및 안전불감증 원인”
사고는 이날 오전 8시 31분경 영도구 청학동 도로상에서 어망실(원통모형, 섬유롤 1.5톤)을 실은 차량이 하역작업 중 어망실이 도로 경사로 인해 아래로 굴러가며 안전펜스를 충격한 후 보행자들을 덮치며 발생했다. 이 사고로 학교에 등교 중이던 A 양이 숨지고, 세 명의 학생이 다쳤다.
사고 이후 부산 영도경찰서는 그물 제조업체 대표이자 지게차 기사인 B 씨(70대)를 업무상과실치사·건설기계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B 씨는 사고 당시 지게차 면허도 없이 어린이보호구역 내 왕복 2차로 도로 중 한 개 차로를 막고 작업한 혐의를 받는다.
5월 3일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청동초교는 사고 발생 1년여 전인 지난해 4월 14일 영도구청과 영도경찰서에 통학로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후문 통학로 급경사 지역에 과속 차량이 많아 차량의 인도 돌진 우려가 크기 때문에 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 전반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후문 통학로 급경사 지역은 이번에 사고가 발생한 곳이다. 공문에는 학교 앞에서 만연하는 불법 주정차 단속 요구도 포함됐다.
하지만 1년이 넘도록 학교 앞 불법 주정차와 과속 단속은 이뤄지지 않았다. 청동초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에는 다목적 CCTV 1대만 설치돼 있을 뿐 불법 주정차 단속카메라는 설치되지 않았다. 학교가 구체적으로 어린이보호구역 개선을 요구했는데도, 구청은 가장 손쉬운 단속카메라 설치를 후순위로 미룬 것이다. 단속카메라만 설치됐더라도 사고를 일으킨 어망 제조업체 차량의 어린이보호구역 내 불법 하역 작업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와 함께 시교육청이 구청과 경찰에 청동초등 통학로 개선 요구 사항을 제시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8월에 실시한 청동초등 통학로 개선 용역 결과에 따라 구청과 경찰에 위험성이 높은 통학로여서 주택 앞에 안전펜스를 설치해야 하고, 후문 앞 불법 주정차 차량으로 사고 위험이 높으므로 개선이 필요하다는 공문을 발송했다. 구청과 경찰이 사고 전 두 차례 신호에 대응책을 마련했더라면 이 같은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교육 당국의 수차례 요구에도 통학로가 개선되지 않은 것은 행정기관의 협업 부재 및 안전 불감증이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통상 어린이보호구역 내 도로 행정은 구청이 맡고 신호와 교통 체계 등은 경찰이 관할한다. 어린이보호구역 관리 체계가 일원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학교의 요구는 ‘공허한 외침’으로 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김기재 영도구청장은 빈소를 찾아 유가족에게 “어쩌다 보니 사고가 났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아버지가 CCTV를 통한 예방책이 없는지 묻자 “그건 사후확인용일 뿐”이라고 대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발방지에 대한 대책이 아직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을 확인시켜준 셈이다.
하용성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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