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의도 증권가 야경과 돈 합성.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업황이 좋지 않았던 지난해에도 증권가(금융투자업계) 임직원 평균연봉이 1억 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 카드 등 다른 제2금융권은 물론 제1금융권으로 불리는 은행보다 연봉이 높은 것도 여전했다. <일요신문>이 63개 증권사와 82개 자산운용사, 총 145사가 금융투자협회에 제출한 임직원의 2011 회계연도(2011년 4월~2012년 3월) 손익계산서를 조사한 결과다. 증권가 임직원의 평균연봉은 1억 1113만 원으로, 전년도의 1억 884만 원보다 2.1% 늘었다. 평균연봉은 손익계산서 판매관리비 항목 가운데 급여와 퇴직급여, 복리후생비를 각 사 임직원 숫자로 나눠 계산했다.
임원과 직원이 분리되지 않은 복리후생비를 제외한 순급여만을 기준으로 한 평균 연봉은 임원 1억 6881만 원, 직원 9138만 원이었다. 임원은 전년의 1억 8974만 원보다 11.3% 줄었지만, 직원이 전년의 8794만 원보다 3.9% 늘어난 덕분이다. 지난해 업계가 지출한 복리후생비는 8278억 원으로 전년의 8351억 원보다 소폭 줄었다.
업종별로는 증권사보다 펀드를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의 평균연봉이 더 셌다. 펀드매니저 등 고액연봉자의 임직원 내 비율이 더 높기 때문이다. 지난해 자산운용사 임직원 평균연봉은 1억 1142만 원으로, 전년(2010년 4월~2011년 3월) 1억 1522만 원보다 소폭 줄었다. 평균급여도 임원이 1억 2722만 원, 직원이 9720만 원으로 전년(임원 1억 4544만 원, 직원 9809만 원)에 모두 못 미쳤다. 그래도 전체 업계 종사자 수는 전년 4419명에서 4608명으로 4.38% 늘었다.
회사별로 임직원 연봉이 가장 많은 곳은 평균 3억 3908만 원을 받은 맥쿼리자산운용이었다. 맥쿼리자산운용은 최근 서울시 지하철 9호선 요금인상안과 관련 논란이 된 맥쿼리인프라펀드를 운용하는 회사다. 인천공항고속도로, 천안논산간고속도로, 서울춘천고속도로 등이 모두 맥쿼리인프라펀드의 투자대상이다.
다음은 파인트리자산운용(2억 9527만 원), 골드만삭스자산운용(2억 5681만 원), 라자드코리아자산운용(2억 642만 원) 등이었고, 알리안츠자산운용(1억 9362만 원), JP모간자산운용(1억 8662만 원) 등 외국계들이 대거 상위권에 포진했다.
국내계에서는 부실채권에 투자하는 파인트리자산운용이 가장 많았으며, 대체투자전문운용사 에스크베리타스(1억 8369만 원) 등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일반 펀드투자자들에게 알려진 공모형펀드운용사 가운데는 프랭클린템플턴자산운용(1억 7563만 원), 피델리티자산운용(1억 6523만 원), 칸서스자산운용(1억 6913만 원) 등의 순이었다. 업계 상위권 대형 운용사 가운데는 삼성자산운용(1억 6341만 원), 슈로더투신운용(1억 5609만 원),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1억 5383만 원), 교보악사자산운용(1억 3889만 원) 등이 비교적 많은 연봉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투신운용(1억 308만 원), 신영자산운용(1억 99만 원), 우리자산운용(1억 22만 원) 등의 대형사는 업계 평균에 못 미치는 연봉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임원 급여는 1억 6102만 원으로 업계 평균을 크게 웃돌았지만, 직원 급여가 2788만 원에 그쳐 임직원 평균연봉은 5285만 원에 불과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경우 최근 인력 유출입이 심했던 데다, 해외법인 등에 파견 나가 있는 직원이 많아 현실과 다소 동떨어진 수치가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사의 지난해 임직원 평균연봉은 1억 1110만 원으로 전년 1억 819만 원보다 불과 2.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순급여를 기준으로 직원이 8705만 원에서 9085만 원으로 늘었지만, 임원이 2억 2046만 원에서 1억 9496만 원으로, 임직원 1인당 연간 복리후생비도 1815만 원에서 1769만 원으로 낮아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업황이 나빠진 탓이 크다. 임직원 숫자도 전년 4만 3607명에서 4만 4238명으로 1.45% 증가했을 뿐이다. 임원 숫자도 1085명에서 978명으로 감소했다.
회사별로는 역시 외국계의 연봉이 셌다. 최고 평균연봉은 3억 4659만 원의 바클레이즈가 차지했다. 그 뒤를 메릴린치(3억 4119만 원), 노무라(3억 3963만 원), 골드만삭스(3억 3689만 원), 크레디트스위스(3억 2936만 원), HSBC(3억 1802만 원), 모건스탠리(3억 667만 원) 등이 이으며 글로벌 은행 계열의 한국지사들이 1위부터 17위까지를 싹쓸이 했다.
국내사 가운데는 솔로몬투자증권이 1억 8614만 원으로 1위에 올랐고, KTB투자증권(1억 4664만 원), KB투자증권(1억 4338만 원), 메리츠종금증권(1억 3111만 원) 등 중소형사가 상위권에 포진했다. 대형사 가운데는 현대증권이 1억 2314만 원으로 가장 많았고, 하나대투증권(1억 1032만 원), 우리투자증권(1억 894만 원), 삼성증권(1억 884만 원), 한국투자증권(1억 849만 원), 대우증권(1억 528만 원), 신한금융투자(9971만 원) 등의 순이었다.
외국계나 중소형 국내사의 연봉이 더 많은 데 대해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형 증권사나 대형 자산운용사는 사업영역이 넓다 보니 각종 지점과 경영지원 부분에 대한 고정비 부담이 크다. 반면 중소형사나 외국계는 수익에 꼭 필요한 인력만 운용하고, 수익 발생시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비율도 높다보니 더 많은 연봉을 지급할 여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내 6개 시중은행의 사업보고서를 조사해보면 지난해 직원 평균 연봉은 남성 7700만 원, 여성 4600만 원 등 전체평균 6200만 원이었다. 전년과 대비해 남자는 200만 원 줄고, 여자는 1300만 원이 늘어났으며 전체평균은 400만 원이 증가했다.
은행별로 평균연봉이 가장 높은 곳은 6600만 원의 기업은행이지만, 평균근속연수가 19년 8개월로 업계에서 가장 긴 부분이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직원 평균 근속연수 14년 10개월에 6300만 원인 신한은행과, 17년 3개월에 6400만 원인 외환은행이 실질적으로는 가장 연봉이 센 곳으로 추정된다. 이에 비해 연봉이 가장 낮은 곳은 하나은행으로 5500만 원이었다. 남직원 평균연봉은 7900만 원으로 타행 대비 낮지 않았지만 여직원의 경우 근속연수가 8년에 불과해 연봉이 4000만 원에 그친 탓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남직원 기준으로 연봉이 가장 높은 곳은 19년을 넘게 근무하면 8500만 원 이상을 받는 외환은행, 기업은행, 신한은행 등이었다. 증권·자산운용 업계의 경우 회사 간 이직이 잦은 탓에 통계 추출이 어렵지만, 대형사 기준 임직원 평균 연령이 40대 초반인 것을 감안하면 15년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