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통합당 대선주자인 김두관 경남지사가 지난 1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한 라이브클럽에서 열린 외곽지원조직 ‘피어라 들꽃’ 창립제안모임에서 드럼연주 실력을 뽐내고 있다. 연합뉴스 |
# 아내마케팅
▲ 정몽준 처 김영명 씨와 문재인 처 김정숙 씨. |
정 전 대표의 부인 김영명 씨는 최근 한 여성잡지의 표지모델로 출연하는 깜짝이벤트로 주목을 끌었다. 김 씨는 수려한 외모와 높은 친화력으로 정 전 대표의 ‘정치력’에 일조한다는 평가를 듣고 있기도 하다. 이미지 컨설턴트 김미희 씨는 “주로 여성 연예인들이 하는 잡지 표지모델로 등장하는 색다른 이벤트로 눈길을 끈 것과 동시에 주 독자층인 주부들에게 정 전 대표를 대신해 친근감을 높였다. 영리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평소의 부드러운 이미지에 반하는 ‘특전사 사진’을 공개하며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문재인 상임고문 역시 부인 김정숙 씨가 적극적인 내조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동안 공개석상에 거의 참석하지 않았던 부인 김 씨는 문 고문의 대선출마 선언 이후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캠프 내에서도 “문 고문보다 더 적극적”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
지난 6월 17일 경희대학교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서 김 씨는 특유의 활달한 성격을 유감 없이 드러내기도 했다. 현장에서 토크콘서트를 지켜봤다는 한 30대 직장인은 “문 고문을 평소 좋아했지만 그날 사모님을 보면서 문 고문이 더 좋아졌다. 거리낌 없이 남편에게 감정 표현을 하고 애교를 부리는 모습에 친근감이 들었고 현장 분위기가 매우 유쾌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문 고문 캠프 내에서도 부인 김 씨가 문 고문의 대선주자로서의 호감도를 높이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한다.
김한식 정치컨설턴트는 “대선주자들의 아내상은 전형적으로 현모양처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요즘의 젊은 층에게 현모양처의 아내상은 다소 구시대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정치인 남편의 그늘에 가려진 그저 내조 잘하는 아내상보다 어떤 면에서는 남편보다 더 적극적인 모습이 젊은 층 유권자를 끌어들이는 데는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 체험마케팅
선거의 계절만 다가오면 부의 정도와는 상관없이 너도나도 ‘서민이미지’를 내세우는 것이 대선주자들의 공통된 전략이다. 이 과정에서 자주 활용되는 전략이 바로 ‘민생 현장 방문’이다. 하지만 이미지 컨설턴트 김미희 씨는 “재래시장이나 농촌 지역 등 정치인들이 흔히 택하는 민생 현장은 서민들에게 친근함을 줄 수는 있지만 식상한 느낌도 크다”는 지적을 했다. 이 때문에 민생 현장 방문에도 나름의 ‘팁’을 더해야 한다고 한다. 단순한 거리 유세나 서민들과의 만남이 아니라 현장에 직접 뛰어드는 ‘체험마케팅’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것.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장이 해마다 관례처럼 해오고 있는 ‘김장 담그기’ 행사는 매우 효과적인 체험마케팅 사례라고 한다. 박 전 위원장 스스로도 대표적인 연례 일정으로 특히 애착을 갖고 있기도 하다. 김미희 씨는 “직접 김장을 담그는 모습을 연출함으로써 여성 정치인으로서의 보여줄 수 있는 ‘주부’ 같은 친근감을 줄 수 있는 좋은 이벤트”라면서 “결혼도 하지 않고 아이를 낳아보지 못했다는 이유로 종종 공격받고 있는 박 전 위원장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김태형 심리상담 연구소’ 김태형 소장은 박 전 위원장이 서민과의 만남에서도 단순히 의견을 듣거나 일방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아닌 의견을 교류하는 형태로 다가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10일 대선출마 선언 이후 박 전 위원장이 ‘타운홀미팅’ 방식의 간담회를 통해 대권 공약을 전하는 방식이 검토된 것은 현명한 전략이라는 것. 김 소장은 “중요한 국정사안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가 나중에 이득만 취하는 것처럼 보이던 정치스타일이 박 전 위원장에게 유약함과 불통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이를 깨려면 서민들과의 만남 현장에서도 분명한 메시지를 전하는 적극적인 발언과 행동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체험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는 사례다. 손 고문은 이미 지난 대선 당시 ‘100일 민심대장정’을 ‘브랜드화’시킬 만큼 서민 속으로 파고드는 민생 현장 투어를 한 바 있다. 당시 손 고문이 전국 곳곳을 돌며 먹고 자고 일손을 돕는 장면은 대중들에게 친화감을 높였다는 평가를 들었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 손 고문은 문재인, 김두관 등 민주통합당의 다른 주자들에 비해 입지가 다소 약화된 모양새다. 김태형 소장은 “손 고문의 가장 큰 약점은 ‘철새정치인’이라는 오명에서 비롯된 불분명한 색깔이다. 손 고문은 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성품을 갖고 있는데 반해 대중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자기만의 색깔이 없다. 일단 당내 주자가 되기 위해 문재인, 김두관 두 주자와의 차별성을 먼저 전면에 부각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반전마케팅
지난 8일 공식 대선출마 선언을 한 김두관 전 경남지사(6일 지사직 사퇴)의 최근 행보는 대선주자 중 가장 파격적이었다. 지난 1일 서울 대학로의 한 라이브 카페에 나타난 그는 청바지 차림에 징이 박힌 흰 셔츠를 입고 있었다. 헤어제품을 바르지 않고 앞으로 내린 헤어스타일 역시 눈길을 끌었다. 김 전 지사는 단순히 외모의 변신에 머무르지 않고 이날 드럼 연주를 직접 선보이기까지 했다. 현장에 있던 참석자들 모두 김 전 지사의 색다른 변신이 참신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리서치앤리서치 배종찬 본부장은 얼마 전 김 전 지사에 대해 “경남지사라는 지역색이 강한 타이틀을 진작 내려놓고 젊은 층에게 좀 더 다가갈 수 있는 파격적인 변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경남지사직 사퇴 여부를 두고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은 대선주자로서 유리하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김 전 지사 측 캠프 관계자는 “‘김두관의 발견’이라는 출판 축하모임을 겸한 자리였기 때문에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겠다는 판단이었다”며 변신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의 김미희 씨는 “정치인들이 소박한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해 양복 대신 점퍼나 셔츠 차림을 자주 하는데 김 전 지사의 경우 양복을 잘 벗어던진 사례”라며 “드럼 연주라는 이벤트를 통해 외모적 변신을 더 효과적으로 대중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고문이 연애사와 특전사 시절 모습 등 과거 사진을 공개하고 있는 것 역시 고정관념을 ‘벗어던진’ 사례다. 문 고문이 언론을 통해 보여 왔던 다소 딱딱하고 차가운 이미지를 깨고 친근감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전략이었다는 것. 김소형 소장은 “문재인 고문이 특전사 이미지를 부각시킨 것은 보수성향의 유권자들을 안심시키려는 것과 남자다운 강인함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여기에 아내와의 연애담과 사진을 공개하면서 인간적인 친근함을 높일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