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약관상 입원, 수술 급여금 지급조건을 보면, ‘진단이 확정되고 그 치료를 직접적인 목적으로 하여 입원, 수술을 하였을 경우’라는 조건이 달렸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직접적인’이다. 예를 들어 암으로 대학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입원, 수술 후 집근처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을 경우 대학병원에서의 입원비, 진단비만 지급하고 옮긴 병원에서의 치료비는 ‘암을 직접적으로 치료하지 않았다’며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실례로 울산에 거주하는 박 아무개 씨는 지난 2009년 4월 8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세포암 제4기 진단을 받았지만 종양을 제거하지 못하고 증식을 억제하기 위한 항암화학요법 치료를 했다. 이후 개인병원에서 40일여 ‘항악성종양제’를 투여하며 암 치료를 한 박 씨는 보험사에 입원비를 신청했다. 그러나 보험사에서는 ‘의학계에서 인정된 게 없다’라며, 더구나 요양병원은 암입원 급여금을 줄 수 없다며 달랑 2일간의 암입원비만 지급했다.
근래 들어 이런 일이 잦다. 이외에도 보험사들은 자사 자문의사의 소견으로 볼 때 필요 이상으로 입원했다며 일부만 지급하거나 지급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경북 영주에 거주하는 김 아무개 씨도 자전거 사고로 우측 ‘상부관절와순파열’로 수술을 받고 8주 진단으로 65일 입원했다. 김 씨는 A, K, S 사에 입원비를 청구했는데 A, K 사는 곧바로 전액 지급하였으나 S 사는 환자가 경한 상태로 자사 자문의사의 소견이 3주라고 하여 21일치 입원급여비만 지급했다.
필자가 보기에 박 씨의 경우 현재 암이 잔존한 상태에서 항암치료를 받았으므로 암입원비를 지급하여야 한다. 단지 요양병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보험사의 횡포라 볼 수 있다. 근육 파열로 수술하여 2개월 이상 입원했는데 자문의사가 환자를 보지도 않고 보험사가 제출한 자료만으로 낸 소견에 따라 입원기간을 일방적으로 결정, 입원비를 지급한 S 사의 경우도 부당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에 보험약관상 ‘직접적인 치료’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적용기준의 수립이 절실히 필요하다. 또한 환자를 보지도, 치료도 하지 않은 보험사 자문의사가 적정치료기간에 대해 소견서를 작성하는 것이 타당한지 법적으로 검토하여 철저한 대책이 요구된다.
소비자가 보험금을 받기 위해 실제보다 더 많은 금액을 청구하는 경우 보험사는 소비자를 보험사기범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부당하게 보험금을 과소 지급하거나, 지급을 거부하는 보험사에 대해서도 똑같이 보험사기범으로 처벌해야 ‘대등의 원칙’이 통하는 사회 아닐까.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 www.kfco.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