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교감신경 활성화를 위해서는 격렬한 운동보다 요가 등 심호흡을 할 수 있는 운동이 좋다. 일요신문 DB |
최근 일본에서는 이런 내용을 담은 일본 자율신경면역치료연구소 소장 마다라메 다케오 의학박사의 저서 <면역력을 높이는 부교감신경 건강법>이 화제다.
책의 내용을 중심으로 부교감신경을 활발하게 해 건강을 유지하는 비법을 살펴봤다.
50대 A 씨. 건강을 위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출퇴근 전후로 1시간씩 열심히 조깅을 한다. 40대 B 씨.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와중에도 매일 헬스장에 다니며 근육 트레이닝을 한다. 근력을 키우고 한 살이라도 젊어 보이고자 함이다.
하지만 마다라메 박사에 따르면 현대인에게 이런 운동법은 결코 좋은 게 아니다.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조깅이나 헬스로 인해 교감신경만 활발해지고 부교감신경의 활동이 저하되어 자율신경계 조화가 깨지는 까닭이다.
하나씩 짚어보자. 조깅을 하면 호흡이 얕고 빨라지며 심장박동 수를 높인다. 즉 교감신경이 흥분해 신체에 부담을 준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조깅보다는 차라리 천천히 산보를 하는 게 낫다.
▲ 부교감신경 활성화를 위해서는 격렬한 운동보다 요가 등 심호흡을 할 수 있는 운동이 좋다. 일요신문 DB |
자율신경은 말초신경으로 내장이나 혈관에 분포한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나뉘는데 체온, 맥박, 혈류를 미세하게 조정하면서 외부 환경 변화에 몸이 따를 수 있도록 한다. 사람이 의식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게 특징이다. 이를테면 온몸에 피가 돌거나 숨을 쉬는 행위에 관여한다. 감기 등 비교적 단순한 병부터 당뇨, 암 등 생사에 직결된 큰 병에 이르기까지 건강과 직결된 게 바로 자율신경이다.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은 서로 상반된 역할을 하면서 움직인다. 자동차를 떠올려 보면 쉽다. 교감신경은 액셀, 부교감신경은 브레이크와 같다. 교감신경은 체온을 낮추고 혈압을 높이며 심장박동을 빠르게 한다. 그러니까 심신이 흥분할 때 활발해진다. 아침과 낮에 우세하다. 반면 부교감신경은 반대로 체온을 높이고 혈압을 낮추며 심장박동을 느리게 한다. 저녁부터 밤까지 우세하다. 밤에 깊이 자는 편이라면 부교감신경이 잘 작동된다고 보면 된다.
현대인들은 교감신경이 우세하다. 대부분은 일과 중 과로를 하거나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고, 집에 돌아와서도 TV시청이나 인터넷을 하는 등 흥분상태가 지속되는 생활습관을 갖고 있다. 마다라메 박사는 “요즘 부교감신경이 약화된 이들이 매우 많다”며 “한마디로 액셀만 밟아 브레이크가 잘 듣지 않는 채로 차를 운전하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한다. 이런 형편이니 잠을 자고 다음 날이 되어도 피로가 가시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이들이 많은 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나이가 들면 신체 기능 전반이 서서히 쇠퇴한다. 자동차로 따지면 브레이크가 잘 안 밟히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액셀까지 말을 듣지 않는 것이다. 따라서 몸 여기저기서 고장 증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대표적인 게 발기부전, 어깨 결림이다. 자율신경의 부조화가 혈액 흐름을 안 좋게 한다. 혈류장애의 일종인 것이다. 또 없던 변비도 생긴다. 장의 작용을 관장하는 부교감신경이 저하되어 피의 흐름이 정체되면서 장의 움직임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당뇨, 암 등 중장년층이 걸리기 쉬운 병은 어떨까? 당뇨는 간장과 췌장 기능이 떨어지면서 포도당을 통제하지 못해 발병한다. 또 하나의 요인은 스트레스로 인해 교감신경이 우세해지면서 스트레스를 없애기 위해 다시금 혈당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마다라메 박사는 “당뇨병 환자에게 살을 빼라고 권유하는 의사가 많지만 이도 역시 환자의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는 요인”이라며 “곡물 섭취는 자제하되 지방이나 단백질 섭취는 괜찮다”고 충고한다.
암이 생기는 것은 백혈구 속 임파구가 감소해 체내 면역 활동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원래 암세포는 우리 몸에서 항상 만들어지는 것인데 평소에는 스스로 면역력에 의해 암세포를 퇴치한다. 하지만 스트레스나 과로로 교감신경이 계속 긴장하면 임파구가 줄어든다.
그럼 대체 어떻게 하면 부교감신경을 활발히 할 수 있을까? 마다라메 박사가 추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빨리 자고 빨리 일어나는 것이다. 부교감신경이 활발해지는 밤 9시 무렵에 잠에 들어 아침 6시에 기상하면 된다. 자기 전에 TV나 인터넷을 보지 않는 것도 한 방법이다.
워낙 야행성이라 쉬이 잠들기가 어렵다면 샤워 대신 목욕을 해보자. 40℃ 이하 약간은 미지근한 물에 몸을 담그면 부교감신경을 활발하게 할 수 있다.
집에 욕조가 없어 몸을 담그기가 어렵다면 손에 들 수 있는 크기로 납작한 물통을 준비한다. 물통에 80~100℃ 뜨거운 물을 넣고 나서 수건으로 싼 후 몸의 큰 근육이 집중되어 있는 곳에 차례로 갖다 댄다. 배, 허벅지, 엉덩이, 팔뚝 순이다. 근육을 이완해 부교감신경의 작용을 돕는다. 음식을 잘 씹어 먹는 것도 중요하다. 음식을 씹으면 침이 나오는데, 침이 나오면 나올수록 부교감신경이 자극을 받는다. 이때 위장의 소화 작용도 덩달아 좋아진다.
운동은 격렬한 것보다는 요가나 태극권, 기공 등 심호흡을 할 수 있는 게 바람직하다. 별달리 운동에 관심이 없다면 복식호흡을 익히자. 울혈을 개선할 수 있다. 교감신경이 우세할 때는 원래 몸 전체 혈액의 약 80%가 집중되어 있는 배로 피가 더욱 몰려 울혈이 생기기 쉽다. 이 경우 내장의 기능이 약해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복식호흡이 잘 안 되는 경우는 한숨이라도 내쉬면 다소 효과를 볼 수 있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8개 이상 주의 요망)
□ 누워 있어도 잠이 잘 안 온다.
□ 일에 보람을 느낄 수 없다.
□ 식욕이 없다가도 갑자기 과식을 하곤 한다.
□ 소화가 잘 안 된다.
□ 뭐든 골똘히 생각하는 편이다.
□ 불안함을 자주 느낀다.
□ 휴식을 취해도 피곤이 풀리질 않는다.
□ 한번 스트레스를 받으면 기분이 내내 처져 있다.
□ 손발이 차다.
□ 어깨 결림이 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