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대선캠프가 출발부터 내부 인사 간 기싸움이 펼쳐지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박 전 위원장이 지난 10일 열린 대선 출정식에서 해바라기의 노래 ‘행복을 주는 사람’을 합창하는 모습.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개혁과 혁신을 내세우며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 당명까지 바꾼 것 아니냐. 하지만 총선에서의 ‘깜짝 승리’ 후 새누리당은 다시 이전으로 돌아간 듯한 모습이다. 당을 장악한 친박 인사들 간에 인사 구성 등을 두고 알력과 기 싸움이 커지고 있다. 시대착오적이고 구태의연한 모습이다.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새누리당 친박계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한 정치권 인사는 박근혜 전 위원장의 대선 캠프 출정을 바라보며 강한 우려감을 나타냈다. 이 인사 역시 친박 중진의 한 사람이지만 최근 박근혜 대선 캠프가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면 걱정스러움이 크다고 전했다. 이 인사는 “2007년 대선 때보다 적은 인원으로 꾸리겠다고 했으나 중진들 위주로 구성되다 보니 참신한 의견이 개진될 수 있는 통로가 더 막혀버렸다”며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선캠프는 “조직의 외연을 확장하는 일에 그다지 방점을 두지 않았다”는 조윤선 공동대변인의 말처럼 적재적소에 최소한의 인원만을 투입해 꾸렸다고 밝힌 바 있다. 대규모 선거캠프에 대한 반감이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대세론이 공고화된 상황에서 굳이 인원을 대거 투입할 필요가 없었다는 이유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현실적인 이유로는 캠프 인사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던 잡음도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앞서의 친박 인사는 “다들 박근혜 전 위원장 주변에서 한 목소리씩 내던 분들이었기 때문에 캠프 인선 과정에서 여러 볼멘소리들이 나왔던 것으로 안다. 이 때문에 박 전 위원장 역시 고심이 컸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 김종인 공동선대위원장과 최경환 총괄본부장. |
전체 캠프 인원 중 상당수가 박 전 대표와 함께 일해 본 인사들인 데다가 비박·쇄신파 인사들은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아 캠프가 꾸려진 뒤 친박계 내에서조차 “박 전 위원장에게 쇄신의 이미지를 줄 만한 인사가 한 명도 없어 걱정”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이 최근 ‘박근혜 전 위원장 주변 반경 5.5미터 안에 55세 이상은 들이지 말라’는 말을 한 것 역시 이러한 다소 ‘올드’한 이미지의 친박 인사 득세에 대한 경고성 발언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선대위원장직 인선을 두고 박 전 대표의 고심이 깊었다는 후문이다. 애초 김종인 전 비대위원이 선대위원장에 일찌감치 ‘낙점’되었던 것으로 전해지나, 김 전 비대위원의 영입을 두고 최경환 총괄본부장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신주류들 사이에서 반발이 있었다는 것. 한 캠프 관계자는 “비대위 활동 시절부터 ‘자기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함이 없었던 김 전 비대위원에 대해 껄끄러워 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고 전하기도 했다.
기자와 만난 한 친박계 전직 중진의원 역시 다음과 같은 박근혜 대선 캠프에 대한 걱정을 드러냈다. 이 전직 의원은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김종인 전 비대위원을 빼고는 대부분 지난 2007년 대선 캠프에서 활동했던 분들 아닌가. 새누리당이 개혁을 그리 외쳤지만 결국 박 전 대표를 둘러싸고 있는 인사들은 변함이 없다. 김종인 선대위원장과 다른 인사들 사이에 마찰이 불거지는 것도 어찌 보면 자연스런 현상일 수도 있다”고 털어놨다. 또한 이 전직 의원은 “아무도 직언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김종인 선대위원장이 그나마 박 전 위원장에게 할 소리를 다하고 있기 때문에 더 견제하는 심리도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김종인 공동선대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캠프 인사들 중에선 이른바 ‘최경환 라인’으로 분류되는 이들이 상당수다. 중립 성향인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을 제외한 그 외의 인사들 중 상당수가 최경환 총괄본부장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종인 공동선대위원장이 캠프 출범과 동시에 최경환 선대 총괄본부장 및 최 본부장과 ‘가까운’ 이한구 원내대표를 향해 공격성 발언을 하고 나선 것도 이러한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이한구 원내대표를 향해 “재벌의 이해를 대변하는 사람”이라고 비판했는가 하면 최경환 총괄본부장에 대해서는 “경제민주화를 왜곡하고 있다”고 각을 세웠다.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지난 4월에도 두 사람들에 대해 “두 의원은 경제민주화의 뜻이 뭔지 모른다”며 “박근혜 전 위원장이 측근들이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고 ‘직언’한 바 있다.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캠프 내에서 기존의 친박계 세력들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외딴 섬’ 같은 존재다. 그가 원래 강직한 스타일인 데다 친박계 의원들과 그동안 별다른 교류를 나누지 않다가 비대위를 통해 뒤늦게 합류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최경환 의원이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는 ‘실세 중의 실세’이지만 김종인 선대위원장에 대한 박근혜 전 위원장의 신뢰도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선대위원장이 비대위 활동을 하던 당시에도 직언을 서슴지 않고 고집스런 모습을 보여 내부 갈등이 있었지만 당시에도 박 전 위원장은 김 선대위원장에 대한 신뢰를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양 실세 인사들 사이의 견제가 캠프 출범 이후 긴장관계를 만들고 있는 상황인 것. 김종인 선대위원장의 영입을 두고도 최경환 총괄본부장을 주축으로 한 친박 그룹들이 반대했다는 이야기가 들리기도 했었다. 이 때문에 김종인 선대위원장이 자신에 대한 견제를 누르기 위해 최경환 총괄본부장과 이한구 원내대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캠프 실세’ 사이의 견제와 세력 다툼이 박근혜 캠프에 대한 반감을 키운다는 점이다. 새누리당은 총선 당시 손수조 후보, 이준석 비대위원 등 ‘젊은 피’를 내세우며 개혁과 혁신의 이미지를 내세웠고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들었다. 하지만 총선 이후 ‘도로 한나라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친박계 내에선 이미 샴페인을 터뜨린 양 안이하고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여온 것이 사실.
한 친박계 핵심 인사는 “비대위를 꾸릴 때와 같은 절체절명의 각오가 이번 대선 캠프에는 담기지 않은 것 같다. 다들 박근혜 대세론에만 안주하며 집권 이후를 겨냥한 줄서기에만 벌써부터 신경을 쓰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인사는 “박근혜 캠프에 대한 우려는 새누리당 내에 전반적으로 퍼져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상당수가 반대 의사를 보인 것은 박근혜 전 위원장에 대한 일종의 경고성 도전이라고도 볼 수 있다”며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사태’에 대해 해석하기도 했다.
이런 배경 때문인지 박 전 위원장이 경선 이후 대선 캠프에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가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친박계 한 중진 의원은 “박 전 위원장이 경선은 무난하게 통과할 것이니 경선 이후 대선을 준비하는 캠프에는 새로운 인사가 합류할 것”이라고 사석에서 전하기도 했다. 이 인사는 그 대상으로 K 의원, L 의원 등 몇몇 전·현직 중진 의원들의 이름을 거론하기도 했다.
한편 야권에서는 본선에서 맞붙을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에 대한 각종 의혹 검증 자료를 입수해 공격 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전직 국정원 간부는 “지난 대선 때엔 박근혜 전 위원장과 당시 이명박 후보에 대한 자료를 모두 모았지만 박 전 위원장이 경선에서 지는 바람에 활용하지 못한 자료들이 꽤 된다. 이 자료 중 상당부분을 박지원 원내대표가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앞서의 친박 중진의원은 “박 전 위원장의 진짜 싸움은 경선이 아닌 대선이다. 비대위 때와 같은 필사적인 각오로 국민에게 다가가지 못한다면 대선에서 한순간에 허물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며 걱정스런 눈빛을 보였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
‘왜 자꾸 이회창 생각이…’
최근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의 전통적인 고정 텃밭인 대구·경북 지역의 민심에 심상찮은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이 지역에서도 지지율 40~50%를 꾸준히 유지하며 독보적인 1위를 기록하고는 있지만, 일부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높은 ‘수치’가 아닌 민심에 담긴 ‘불안감’에 주목해야 한다”는 다소 이례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는 것.
최근 영남권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비공개 리서치를 실시한 한 여론조사업체 관계자는 “대구·경북 지역은 전통적인 새누리당 지지자들이 많은 만큼 과거의 ‘이회창 대세론’을 뼈아프게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즉 박근혜 전 위원장을 과거 한나라당 대선후보였던 이회창 전 총재에게 투영해서 바라보는 이들이 많다. 박근혜 대세론을 바라보며 불안해하는 심리도 상대적으로 높다”고 설명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경선 참여 선언으로 다소 상쇄되긴 했으나 이미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은 ‘김빠진 경선’으로 평가받고 있다. 사실상 ‘추대’나 다름없는 ‘박근혜 후보’를 선출하는 새누리당의 경선과정을 지켜보며 새누리당 지지층 중 중도성향을 가진 이들 상당수가 ‘고정 지지’를 이어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야권의 대선주자 경쟁이 본격화되면 이러한 ‘탈 새누리’ 지지층은 더 확산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텃밭 지역 유권자층이 느끼는 불안감이 꼭 박근혜 전 위원장에게 악영향을 미치진 않을 수도 있다는 해석도 있다. 앞서의 여론조사업체 관계자는 “박근혜 전 위원장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감과 여야의 대선후보가 확정된 이후 박 전 위원장의 지지율이 재 조정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지금의 대구·경북 지역의 전통적인 유권자층이 느끼고 있는 불안감이 오히려 지지율 결집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