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 후보 거론 기업들 손사래, 불투명 업황도 변수…한앤코 이미 투자금 회수한 상황이라 매각 장기화 전망
#인수 후보자 거론 기업들 관심 낮아
케이카가 시장에 매물로 나온 지 반년이 흘렀지만 인수 의지를 드러내는 기업이 나오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 케이카 인수 후보자로 거론된 업체들도 케이카 인수전 참여를 부인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어떤 기업이든지 상관없이 현대차그룹이 주요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고 있어서 당황스럽다”라고 말했다. KG모빌리티 관계자는 “중고차 시장에 별도로 진출을 하기 때문에 인수 가능성은 없다고 보면 된다”고 답했다. 롯데렌탈 관계자도 “당장 논의되고 있는 사항은 없다”라고 했다. SK렌터카 관계자는 “인수를 검토한 적은 없다”라고 밝혔다.
앞서 2022년 12월 PEF(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코는 골드만삭스를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케이카 매각 작업에 돌입했다. 올해 1분기 기준 한앤코는 케이카 지분 72%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2018년 한앤코는 SK(주)로부터 SK엔카 직영사업부(중고차 오프라인 사업부)를 인수한 후 케이카로 간판을 바꿨다. 2021년 10월 케이카 상장 당시 설정된 1년 보호예수(상장 후 주가 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일정 기간 주식 매도를 제한하는 제도)가 풀리면서 한앤코가 매각 절차에 착수했다.
케이카는 전체 중고차 시장에서 5.5%의 점유율(1분기 기준)의 업계 1위 기업이다. 온라인 판매 시장으로만 좁히면 케이카의 시장 점유율은 81%(2021년 기준)다. 중고차 비대면 판매 시장이 커지는 상황에서 온라인 플랫폼을 잘 구축해둔 점은 강점으로 꼽힌다. 오프라인 거래망도 갖췄다. 케이카는 전국에 50개의 오프라인 직영점을 보유 중이다. 1분기 중고차 소매 사업 기준 케이카의 온라인 판매와 오프라인 판매 비중은 각각 45.4%, 34.3%다.
중고차 시장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만한 기업들이 인수 후보로 꼽혔다. 대표적인 곳이 현대차다. 현대차는 이르면 7월 경기도 용인과 경남 양산에 ‘인증중고차 상품화센터’를 오픈하며 인증중고차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중고차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에 지정하지 않기로 하면서 대기업도 중고차판매 시장에 진출할 길이 열렸다. KG모빌리티도 인증중고차 사업 진출을 예고한 상황이다. 인증중고차는 자동차 제작사가 직접 정비와 점검을 마친 중고차다. 자동차 제작사들은 케이카의 오프라인 지점을 물류 허브로 활용할 수 있다.
롯데렌탈과 SK렌터카도 인수 후보로 오르내렸다. 롯데렌탈은 대여기간이 끝나 반납된 차량을 차량 관리 전문 자회사인 롯데오토옥션을 통해 중고차 딜러들에게 파는 B2B(기업 간 거래) 중고차 사업을 하고 있다. 롯데렌탈은 B2C 중고차 시장 진출 계획을 밝히고 경기도 안성에 B2C(기업 소비자간 거래) 중고차 차고지를 개발 중이다. 중고차 매각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SK렌터카 역시 B2C 중고차 시장 진출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렌터카 업체들은 케이카 인수를 통해 중고차 B2C 시장을 개척하는 데 도움을 받거나, 직접 렌터카 매각을 진행할 수 있다.
#케이카 인수전 흥행하지 않는 이유
이들 업체가 케이카 인수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는 인수 효과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 제작사는 이미 판매와 정비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어서 케이카를 인수해도 이점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또 자사 플랫폼을 통해 신차 판매와 연동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자동차 제작사 입장에서는 들이는 노력에 비해 품질 관리가 안 된다 여길 수 있어 대형화한 중고차 사업자가 매력적이지 않을 듯하다”고 했다.
렌터카 기업들은 섣불리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렌터카 기업 입장에선 앞으로는 중고차 판매시장에서 대기업 자동차 제작사와도 경쟁해야 하는 데다 B2C 중고차 판매 시장 진입도 아직은 불투명한 측면이 있다.
지난해 6월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는 롯데렌탈을 상대로 사업조정을 신청했다. 이후 12월 사업조정 과정에서 당사자 간 자율조정에 나섰다. 하지만 아직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해 추후 중기부 사업조정 심의를 통해 결론이 내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SK렌터카 측은 “(B2C 자동차판매 사업은) 검토 중이나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했다. 다만 SK렌터카 역시 추후 시장에 진출하려 할 때 사업조정 단계를 밟을 가능성이 있다.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에 따른 사업조정제도는 정부가 대기업에 일정 기간 사업의 인수·개시·확장을 연기하거나 품목·시설·수량 등을 축소하도록 권고하는 제도다. 현대차는 사업조정을 통해 올해 5월 1일부터 2024년 4월 30일까지 전체 중고차의 2.9%, 2024년 5월 1일부터 2025년 4월 30일까지는 4.1%만 판매할 수 있다. 기아의 중고차 판매 대수는 각각 전체 물량의 2.1%, 2.9%로 제한된다. 렌터카 업체도 사업 초기에 제약이 불가피하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렌터카 기업들은 아직은 과도기인 시장을 쳐다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케이카의 ‘몸값’도 부담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6월 7일 기준 케이카의 시가총액은 6439억 원이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중고차는 금리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다들 몸을 사리고 있는 듯하다. 중고차 시장 진출을 쉽게 하고 싶은 기업 쪽에서는 관심을 가질 수 있지만 그 외에는 자체적으로 사업을 진행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했다. 실제 정비시스템을 이미 갖춘 자동차 제작사나 렌터카 업체 입장에선 큰돈을 들여 케이카의 인력을 고용하기도 부담이다. 자동차업계 다른 관계자는 “고금리 시기에는 어떻게든 현금을 쥐고 있어야 하는데 공격적으로 투자하기엔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중고차 업황도 변수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고차 거래량은 51만 7010건으로 지난해 1분기(46만 8580건) 대비 10.3% 늘었다. 하지만 현장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장안평중고차매매시장에서 만난 한 딜러는 “보러 오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최악의 상황이라고 해도 될 것 같다”고 했다. 금리 인상 가능성과 경기 회복 속도가 더딘 점도 중고차 영업 환경에는 긍정적이지 않다.
업계에서는 매각 장기화를 점치는 분위기다. 한앤코는 케이카 상장을 통해 구주매출로 약 3065억 원을 손에 쥐게 됐다. 케이카 인수가였던 2200억 원보다 많다. 이미 투자 원금을 회수한 데다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아 기업 가치를 대폭 깎으면서까지 매각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케이카의 1분기 매출은 지난해 1분기(5575억 원) 대비 7% 감소한 5176억 원을 기록해, 내실 다지기가 먼저라는 얘기도 있다.
한편 일부 직원은 고용 승계에 대한 우려도 내비치고 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매각돼야 한다는 직원 여론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현재 내부적으로 영업 실적이 나오지 않는 지점 위주로 폐쇄 혹은 통폐합 얘기가 나오고 있어, 매각 과정에서 인력의 인위적인 감축이 진행될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매각을 앞둔 회사는 체중 줄이기에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와 관련, 케이카 관계자는 “매각주관사를 선정한 이후 특별하게 달라진 내용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점 통폐합은 아직 결정된 바는 없고 매각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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