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급’은 물론 트렌드와도 맞지 않는다는 비판…권영식 대표 “경쟁력 회복 위해 최선 다할 것”
넷마블의 최근 실적 악화 원인으로는 신작 게임들의 연이은 실패가 꼽힌다. 넷마블은 지난해 ‘머지 쿵야 아일랜드’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등을 출시했지만 모두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넷마블과 디즈니의 협력으로 기대를 모으며 2021년 8월 출시한 ‘마블 퓨처 레볼루션’은 최근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마블 퓨처 레볼루션은’ 강력한 마블 지식재산권(IP)을 바탕으로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을 노렸지만 시장 외면 속에 철수한 것이다(관련기사 외부 투자가 부담으로…승승장구 넷마블 주춤한 사연).
기존 게임의 위상도 예전과 같지 않다. 현재 구글플레이 매출 50위권 안에 순위를 올리고 있는 넷마블 게임은 ‘페이트·그랜드 오더(12위)’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19위)’ ‘리니지2 레볼루션(31위)’ ‘제2의 나라(40위)’ 등 4개뿐이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통상 모바일 게임 매출은 ‘역 피라미드’ 형으로 최상위권이 싹쓸이하고 10위권 밖으로 내려가면 급속도로 매출이 줄어든다”며 “국내 3대 게임사인 넷마블이 10위권 안에 단 하나의 게임도 이름을 올리고 있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넷마블의 더 큰 문제는 매출 50위권 안에 든 게임이 모두 타사 IP라는 것이다.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과 ‘리니지2 레볼루션’은 NC IP를 빌려와 만든 게임이다. ‘제2의 나라’는 일본 게임 ‘니노쿠니’에서 IP를 빌렸다. ‘페이트·그랜드 오더’는 아예 일본 게임을 넷마블이 퍼블리싱만 하고 있을 뿐이다. 자체 IP 부족은 넷마블의 고질적인 문제다. 넷마블은 2022년 매출의 무려 39.5%인 1조 562억 원을 지급수수료로 지급할 정도다. 넷마블은 지난해 ‘머지 쿵야 아일랜드’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등 자체 IP에 주력했지만 이들 게임은 현재 100위권 밖에 머물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넷마블이 올해 2분기 매출 6583억 원, 영업손실 146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상대로라면 2022년 1분기부터 6분기 연속 적자다. 증권가는 넷마블이 올해 3분기에는 흑자 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예상 영업이익은 15억 원에 불과하다. 조금만 상황이 어긋나도 적자를 기록할 수 있다는 뜻이다.
넷마블은 무더기 신작 공세로 대응하고 있다. 넷마블은 지난 6월 1일 간담회를 열어 오는 7월부터 매달 신작을 선보이는 등 오는 12월까지 총 9개 게임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한 달 간격으로 출시를 예고한 신작 3종은 인기 웹툰 원작의 ‘신의탑’과 자체 IP인 ‘그랜드크로스’ ‘세븐나이츠 키우기’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요즘 넷마블의 성과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오픈 베타 테스트(OBT)를 글로벌로 진행한 후 핵심 국가를 중심으로 마케팅에 나서 과도한 마케팅비 집행을 피하겠다”고 밝혔다.
권영석 대표의 발언은 마케팅비를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넷마블의 2022년 인건비는 6388억 원, 마케팅비는 5243억 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22%, 31% 늘었다. 이를 두고 게임업계의 반응은 차갑다. 게임업계 다른 관계자는 “특별한 마케팅 없이 간을 본 후 될 것 같은 나라에 예산을 쓰겠다는 뜻인데 불씨를 키우기도 전에 꺼질 가능성이 있다”며 “그랜드크로스는 신규 IP고, 세븐나이츠는 연달은 신작의 실패로 IP 가치가 떨어져 있어 마케팅 없이 성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IP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넷마블이 개발 중인 9개 게임 중 외부 IP는 ‘신의탑’ ‘나 혼자만 레벨업’ ‘아스달 연대기’ 등 3개다. ‘신의탑’과 ‘나 혼자만 레벨업’은 웹툰이 원작이고, ‘아스달 연대기’는 드라마 원작이다. 그런데 국내 대형 웹툰·드라마 원작 게임 중 성공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와 관련, 전직 넷마블 고위 인사는 “하나만 걸려라 싶은 것”이라며 “게임 하나하나의 완성도에 공을 들이고 마케팅 역량을 집중해도 성공 여부를 확신하기 힘들다. 무더기 신작 살포는 소규모 인디 게임사나 취할 법한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누적되는 적자에도 뚜렷한 반전 카드가 없는 넷마블이 실책을 범하고 있다는 평가다.
넷마블의 신작 공세가 실패하면 상황은 암울해진다. 넷마블의 순차입금은 2021년 말 8444억 원에서 2022년 말 1조 6244억 원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넷마블이 2021년 10월 2조 6000억 원에 인수한 소셜카지노 업체 ‘스핀엑스’로 인해 부채가 크게 증가한 것이다. 부채가 늘어나면서 넷마블의 이자비용은 2018년 6억 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128억 원으로 폭증했다. 넷마블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1086억 원으로 스핀엑스 인수에 따른 이자비용이 없었다면 흑자도 가능했던 셈이다.
게임업계에서는 넷마블이 올해도 성과를 내지 못하면 리더십에 변화가 올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내놓는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2011년 넷마블의 전신인 CJ게임즈 시절부터 대표를 맡았다. 권 대표는 방준혁 넷마블 의장의 복심으로도 꼽힌다. 권 대표는 2012년 불법 환전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지만 이후에도 대표직을 유지하는 등 방 의장의 전폭적인 신임을 받고 있다. 게임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당시 권 대표가 총대를 멨다는 소문이 파다했고 이후 수많은 난관에도 방 의장의 권 대표를 향한 신임은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2년 연속 적자가 현실화 된다면 상황이 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권영식 대표는 지난 5월 1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신작 부재, 기존 게임들의 매출 하향 등으로 1분기에도 적자를 기록했다”며 “2분기 이후부터는 ‘신의 탑: 새로운 세계’ ‘나 혼자만 레벨업: ARISE’ ‘아스달 연대기’ 등 멀티플랫폼 기반의 신작 9종을 순차적으로 선보이고, 중국 판호를 획득한 5개 게임의 출시도 예정돼 있는 만큼 다시금 게임 사업의 경쟁력을 회복해 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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