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IP 개발 대신 M&A 등 외형성장 집중 ‘달러빚’ 눈덩이…넷마블 “다양한 자체 IP 작품들 내년 출시”
넷마블은 올해 3분기 매출 6944억 원, 영업손실 380억 원을 거뒀다. 올해 들어 매 분기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1년 전인 2021년 11월 11일 14만 500원에 마감했던 넷마블의 주가는 실적 우려에 5만 원대 초반에서 오가고 있다. 목표주가 하향 소식도 이어진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최근 넷마블 목표주가를 8만 원에서 6만 원으로 25% 내렸다.
실적 악화와 주가 하락의 직접적인 원인은 올해 출시한 신작의 연이은 실패다. 대형 신작을 출시하면서 마케팅 관련 비용은 늘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는 거두지 못한 것이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5월 출시한 ‘제2의 나라: 크로스월드 글로벌’, 7월 출시한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매출이 예상치에 미달하고 있고, 기존 게임들이 하향세”라며 “당초 3분기 200억 원 상당의 흑자전환을 예상했지만 적자가 지속될 전망으로 마케팅 비용은 예상을 대폭 초과했다”고 분석했다. 넷마블은 연말에도 신작을 대거 출시할 계획이지만 실적 반전에 대한 기대감은 높지 않다.
재계에서는 넷마블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외형 중심 성장을 꼽는다. 게임의 질에 집중하기보다는 게임을 빠르게 양산하는 데에 주력해왔다는 것이다. 또 그렇게 벌어들인 자금 중 상당액을 외부 투자로 활용한 것이 독이 됐다는 지적이다.
사실 넷마블은 스마트폰 시대가 열린 후 모바일 환경에 빠르게 적응해나가며 승승장구해왔다. 넷마블의 주요 모바일 게임인 ‘세븐나이츠’ ‘리니지2 레볼루션’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 등이 연이어 흥행에 성공했다. 2017년에는 기업공개(IPO·상장)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코스피 시장에 입성했다. 넷마블은 상장 후 지난해까지 단 한 분기도 적자를 기록해본 적이 없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은 성공적인 사업 확장 덕에 2019년과 2020년 국내 주식 부자 순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넷마블은 외부 IP를 영입하는 방식으로 모바일 시대에 빠르게 적응했다. 오랜 시간을 들여 신작을 만들기보다는 이미 캐릭터·세계관·팬층이 형성돼 있는 검증된 IP를 가져오곤 했다. 넷마블의 이러한 전략은 외형 확장에 큰 도움이 됐지만 높은 IP 사용료로 수익성이 낮아졌다는 단점도 있다. 넷마블은 매 분기 매출 40%가량을 수수료로 지급하고 있다.
넷마블은 이렇게 벌어들인 자금으로 자체 IP 개발 대신 외부 투자에 집중했다. 대표적으로 넷마블은 2019년 1조 7400억 원에 코웨이를 인수했다. 코웨이는 현금창출능력이 뛰어난 회사지만 넷마블과는 사업 접점이 없어서 자연히 ‘외도’ 논란이 일었다. 지난해에는 21억 9000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2조 5000억 원)라는 거금을 들여 소셜카지노 업체 ‘스핀엑스’를 인수했다. 국내 게임업계 인수합병(M&A) 역사상 최고액이다. 스핀엑스 인수를 두고 당시 게임업의 본질을 외면한 결정이었다는 비판이 일었다.
비판 속에서 강행한 투자는 최근 독이 되고 있다. 넷마블은 스핀엑스 인수 당시 하나은행에서 14억 달러(약 1조 9000억 원)를 차입했다. 보유 중인 엔씨소프트 주식 195만 주(8.9%)와 스핀엑스 주식 3억 6900만 주가 담보였다. 그러나 이후 엔씨소프트 주가가 하락하면서 추가 담보가 필요해졌다. 넷마블은 지난 10월 11일 하이브 보유 주식 전량인 753만 813주(18.2%)를 하나은행 등에 담보로 맡기고 10억 3500만 달러(약 1조 3700억 원)를 조달했다. 스핀엑스 인수 당시 조달한 차입금을 차환하기 위한 것이다.
문제는 이 차입금이 달러라는 것이다. 환율이 폭등하면서 차입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금리 급등에 부채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넷마블의 올해 상반기 금융비용은 2648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220억 원에서 12배가량 늘었다. 넷마블의 올해 6월 말 별도기준 총차입금은 2조 2857억 원에 달하지만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277억 원에 불과하다. NICE신용평가는 지난 6월 넷마블의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강등했다. 넷마블의 실적 악화가 지속됨에 따라 신용등급이 추가 강등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넷마블이 스핀엑스 인수에 ‘올인’한 결과다.
최근 IPO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자금 조달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넷마블F&C는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와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 등 대작을 개발하면서 IPO 가능성까지 언급됐지만 현 분위기에서는 상장이 불투명하다. 미국 자회사 잼시티도 지난해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 합병으로 미국 증시 상장을 타진했지만 현재는 철회한 상태다.
IT업계에서는 넷마블이 전세를 뒤집을 한방 카드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IT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당분간 투자 성과를 보기는 힘들고, 기존에 넷마블이 보유한 주식 가치도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며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같은 핵심 오리지널 IP가 부족해 신작이 성공하더라도 수익성 개선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넷마블 역시 최근 자체적인 IP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 넷마블 측은 “올해 1월 5회 NTP에서 공개한 20여 종의 개발 신작 라인업에서 자체 및 공동개발 IP 비중이 75%에 달할 정도로 넷마블은 강력한 IP 보유 회사로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자체 IP를 활용한 ‘넷마블 프로야구2022’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머지 쿵야 아일랜드’ 등이 올해 출시됐고, ‘파라곤: 디 오버프라임’ ‘하이프스쿼드’ ‘모두의마블: 메타월드’ ‘아스달 연대기’ ‘나 혼자만 레벨업: ARISE’ 등 다양한 자체 및 공동개발 IP 작품들을 내년 출시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영훈 언론인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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