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중심 집값 반등에 청약시장도 온기…“바닥까지 L자형으로 횡보 중” 신중론도 비등
#강남에서 불어오는 바람
서울 아파트값이 3주 연속 상승세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6월 첫째 주 서울 강남구, 송파구, 서초구, 용산구, 마포구에서 대단지 중심으로 집값이 0.08~0.3%까지 올랐다. 매수 심리는 꿈틀대고 있다. 6월 12일 부동산 애플리케이션 직방에 따르면 직방 앱 이용자 1056명 중 68.7%가 향후 1년 안에 주택을 매입할 계획이 있다고 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2020년 11월 69.1% 이후 2년 반 만에 기록한 최고치다.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거래량도 늘어나고 있다. 서울 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올해 2~4월까지 꾸준히 3000건 안팎으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내내 600~800건 남짓 거래가 이뤄졌던 것에 비하면 거래량이 상당히 늘었다. 특히 서울에서는 영등포구 여의도동 등 재건축 개발 호재가 있는 곳을 중심으로 거래량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부동산R114의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시장에 나온 급매물이 소진된 후에는 거래가 주춤할 거라는 분석이 대세였지만 현재 비수기 시점임에도 상황이 나쁘지 않다. 추이를 지켜봄 직하다”라고 말했다.
청약시장은 분위기를 타고 있다. 올해 들어 무순위 청약 경쟁률이 100 대 1을 넘어서며 지난해 하반기에 비해 6배 넘게 늘어났다. 올해 1·3 대책에 따른 규제완화가 청약시장 열기를 부채질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청약의 경우 계약금 10~20%를 제외한 잔금을 납부하기까지 2~3년의 기한이 주어지기 때문에 당장의 높은 금리의 영향도 덜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안명숙 루센트블록 부동산 총괄이사는 “분양가가 싼 곳들은 확실한 차액이 기대되니까 투자 수요가 붙었고 전매가 많이 완화되고 추첨제로 상당수 바뀌면서 기대가 높아진 측면이 있기 때문에 청약시장이 훨씬 뜨겁게 반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세가격도 하락이 둔화되거나 이전보다는 올라서 거래되는 단지들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 중에서는 연초에 입주물량 여파로 하락세가 두드러졌던 강남권이 수요 증가와 대출금리 하락으로 역전세가 감소하는 추세다. 경기 평택·수원·용인 등 경기 동남권 지역에서는 지난해 대비 갭투자가 소폭 늘어나며 전세가격 상승을 점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전세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입주물량은 2024년 1만 4000여 가구다. 올해의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올해 서울 노원구, 은평구와 동대문구 청량리 일대에 입주 물량이 몰린 데다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일대에도 국지적으로 입주 물량 영향이 나타나고는 있지만, 전세가격 하락이 이미 둔화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어서 올해 하반기에는 입주 여파가 상반기보다 크지 않으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세시장으로 들어가면 ‘생애최초 특별공급’를 포기 안해도 되니까 여전히 청약에 도전할 수 있는 티켓을 갖게 된다. 지금 청약 시장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워낙 좋기 때문에 전세도 덩달아 긍정적인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고개 드는 신중론
신중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거래량이 늘고 있지만 회복 속도가 둔화되는 조짐이 뚜렷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서울 지역 아파트 거래량은 1월 1416건, 2월 2458건, 3월 2982건, 4월 3187건을 기록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작년 4분기랑 비교하면 올해 거래량이 좀 늘어 굉장히 고무적으로 시장을 보는 시각들도 있는데 4~5월로 가면서 실제로 거래량이 줄어드는 곳들도 나오고 있다. 당초 기세대로라면 거래량 4000~5000건은 찍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매수자와 매도자가 밀고 당기는 관망세가 이어지게 될 경우 주택 가격 상승은 다시 둔화되면서 당분간 주간 단위로 일부 등락을 반복하는 혼조세가 이어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집주인들은 집값이 올라가지 않으면 대출이자 내고 세금 내고 해야 하니까 손해다. 시간이 지나도 집값이 생각보다 많이 안 오르면 급매물이 대거 나오며 2차 하락이 시작될 것”이라며 “그때가 마지막이다. 아직은 그런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에 하락세가 끝나지 않았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청약시장 분위기가 뜨겁지만 ‘옥석 가리기’에 들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분양 공포는 줄었지만 2021년처럼 과열된 분위기가 아니기 때문에 입지, 가격, 공급물량까지 종합적으로 따져본 후 경쟁력 있는 곳들에 청약을 신청하는 매수 희망자들이 늘었다는 것이다. 실제 고분양가 논란을 빚은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의 경우 지난 4월 4억 가까이 할인 분양에 나섰으나 9차 무순위 청약에서조차 일부 평형이 미달됐다. 앞서의 김인만 소장은 “2020~2021년 같으면 무조건 되는 분위기니까 다 나갔겠지만 지금은 매수 희망자들이 입지나 가격경쟁력 없는 곳은 쳐다보지도 않는 흐름”이라고 말했다.
전세 역시 회복세가 빠르지만은 않으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기준 금리가 3.5%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대출금리가 다시 오를 가능성이 있다. 역전세 감소 추세인 강남권 역시 연말 입주 예정인 개포주공 1단지를 포함해 아직 입주 예정 물량이 상당해 예전 수준까지 회복되기에는 상황이 여전히 좋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권일 리서치팀장은 “원래 집값이 떨어지거나 주춤하면 매수희망자들이 매수를 늦추려고 하기 때문에 전세 수요가 오른다. 그런데 금리가 하반기까지 동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세 가격이 2021년 수준까지 오르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지금 특히 규제 지역에서 집값이 반등했다는 것은 돈이 많은 사람들이 매수하고 있다는 얘기고 용인이나 수지 등은 반도체 클러스터 같은 개발 호재 때문에 가격이 올랐다. 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시장은 아닌 듯하다”며 “미국이 금리를 내리는 시점이 바닥이다. 부동산 시장은 경기와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지금은 바닥까지 L자형으로 횡보하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김정민 기자 hurrymi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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