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신’ 표절 의혹 제기한 독일 밴드 다시 입장 밝혀…메일 회신 여부가 쟁점
문제가 된 '분홍신'은 넥타가 2009년 발매한 곡 '히어스 어스(Here's Us)'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발매 직후부터 받아왔다. 이에 대해 당시 아이유의 소속사였던 로엔엔터테인먼트는 '분홍신'의 작곡가인 이민수와 외부 음악전문가의 의견을 모두 검토했다며 "'히어스 어스'의 일부 멜로디와 '분홍신'의 두 번째 소절은 멜로디는 유사하게 들릴 수 있으나 두 곡의 코드 진행은 전혀 다르다" "또 곡의 핵심적인 파트인 후렴구와 첫 소절, 곡의 후반부 브릿지 파트 등 곡의 전체적인 멜로디와 구성, 악기 편성 등이 전혀 다른 노래"라고 해명했다.
넥타 측은 표절 의혹을 파악하고 법률대리인을 통해 로엔엔터 측에 연락을 취했으나 어떤 답변도 받지 못했다는 취지로 주장해 왔다. 그러나 '분홍신'이 수록된 앨범 '모던 타임즈(Modern Times)'를 프로듀싱한 조영철 프로듀서는 지난 5월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넥타 측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하며 "그 당시 넥타의 법률대리인이란 분이 로엔엔터로 메일을 보내왔고, 이에 로엔엔터와 로엔엔터의 법률대리인이 회신해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메일과 공문을 보냈으나 그쪽에서 이에 대한 답변을 더 이상 하지 않아 종료된 건이다. 당시 보냈던 메일과 공문 자료가 예전 회사와 법무법인에 남아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넥타 측에서 별다른 입장 발표가 없어 이 논란도 스스로 사그라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넥타 측이 공식입장을 따로 밝혔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다시 불이 지펴진 것이다.
넥타의 곡 '히어스 어스'의 공식 음악 출판사라고 소개한 노르트엔트 엔터테인먼트 퍼블리싱은 지난 6월 11일 공식 홈페이지에 "넥타와 아이유에 관한 한국 언론 기사에 대한 입장 및 정정"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올렸다. 노르트엔트는 "한국 언론에서 당시(2013년) 제작 책임자들이 당사나 넥타에 연락해 '저작권 침해' 문제를 명확히 했다는 내용의 다양한 기사에 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며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현재까지 아이유와 로엔엔터테인먼트 또는 이담엔터테인먼트의 공식 대표는 우리와 연락을 취하거나 우리가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음에도 이에 응답한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우리는 이미 2013년에 이 문제를 함께 논의하기 위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모든 이메일과 연락에 응답이 없었다. 이 문제에 관한 문의 내용은 기록으로 보관돼 있다"라며 "최근 공개된 조영철 씨의 기사에 따라 지난 5월 28일 홈페이지에 게재된 이메일 주소를 이용해 이담엔터테인먼트와 연락을 시도했으나 이 메일도 지금까지 답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실이 아닌 진술들은 이제 이 회사들(로엔, 이담)과 그들의 행동을 매우 미심쩍게 만들고 있으며 한국 음악 산업의 명성에도 해를 끼치고 있다"는 지적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 같은 입장이 올라온지 열흘이 지나고 나서야 국내에 뒤늦게 알려지면서 이담엔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이담엔터도 다급하게 반박 입장을 냈다. 6월 21일 자정 이담엔터는 공식 SNS 계정을 통해 "당사는 노르트엔트 엔터테인먼트로부터 전달받은 메일을 확인했으며 이에 대한 답변 내용을 회신했다"고 밝히며 2013년 12월 9일 로엔엔터에서 변호사를 통해 노르트엔트의 법률 대리인에게 회신한 메일의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해당 이메일에는 "귀하의 이메일에 언급된 문제를 검토 중이며 검토가 완료되는대로 회신하겠다" "귀하의 이메일에 언급된 문제(표절)와 관련해 당사 간 및 법률 고문 간의 모든 소통은 철저한 기밀로 유지돼야 하며 해당 내용 중 어느 것도 법정에서 증거로 제공되지 않는다는 것에 귀사가 동의하는지 알려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이와 더불어 당시 로엔엔터 측은 넥타의 멤버 두 명과 노르트엔트가 변호사에게 공식으로 의뢰했다는 위임장 사본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전에 외국 저작권자의 법률 대리인이라고 소개한 인물이 저작권자의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뒤늦게 밝혀진 사례가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러나 이 이메일에 대한 노르트엔트 측의 답변이 없었다는 것이다.
반면 노르트엔트 측은 이 당시 로엔엔터로부터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고 이에 따라 지난 5월 28일 다시 항의메일을 보냈다는 입장이다. 이 부분에 대해 이담엔터는 6월 21일 정오께 낸 두 번째 입장문을 통해 노르트엔트가 보낸 메일을 확인했으며 "중대한 사안인 만큼 법무 검토 등의 과정을 거쳐 6월 20일 넥타 측에 이에 대한 답변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전까지 메일로 답변해 왔다는 이담엔터와 회신한 적이 없다는 넥타 측 간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이번엔 공개적으로 연락 여부를 밝힌 만큼 넥타 측에서 추가할 새 입장 발표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아이유는 지난 5월 8일 일반인 A 씨로부터 노래 '분홍신' '좋은날' '삐삐' '가여워' '부' '셀러브리티' 등 총 6곡이 해외 및 국내 아티스트의 음악을 표절했다는 이유(저작권법 위반)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발당했다. 당시 A 씨는 “이번 사건 이외에도 수많은 저작권 침해 사안과 관련해 일반의 인식 부족 및 불합리, 저작권 침해 인정 및 손해배상의 액수 산정에 소극적인 사법기관의 태도 등에 문제의식을 느껴 고발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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