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놓은 혼합단지 관리 실태 ①임차인대표-입주자대표 간 잡수입 소송, 처분권 가진 SH 강서센터는 뒷짐?
혼합단지인 까닭에 입주자대표회의와 임대사업자인 SH 강서센터의 ‘공동결정’ 과정이 있어야 하지만 실상은 입주자대표회의 의결을 강서센터가 그대로 수용하는 수준이라고 임차인들은 말한다.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자사 홈페이지에 임차인대표회의의 성격을 ‘임대사업자와 협의 기구’로 규정하고 있다. 공사는 임차인대표회의가 입주민 복리 증진 및 주민 공동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고 임대사업자와 관리규약, 관리비, 시설 유지 보수, 주차장 개방 등을 협의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아파트 잡수입 중 재활용품 배출로 발생하는 수입은 임차인들의 기여로 발생한다. 임차인들은 적어도 해당 잡수입의 ‘일부 활용’에 관해서는 자신들의 의견이 반영됐으면 하고 바라고 있다. 하지만 분양세대 입주자대표회의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공동결정 권한을 가진 SH 강서센터 역시 임차인대표회의의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 아파트는 임대 세대 수가 분양 세대보다 2배 이상 많다. 관리 면적도 임대사업자가 과반 이상을 차지한다. 의견 대립이 있을 시 임대사업자의 결정이 입주자대표회의에 우선한다. 그럼에도 SH 강서센터는 이 아파트 관리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는다고 임차인들은 주장한다.
“강서센터는 임차인 요청에는 관심이 없다”는 게 임차인대표회의와 임차인들의 생각이다. “임차대표 의결에 법적 근거가 없다며 무시한다. 법적 근거가 없는 건 안다. 우리가 무조건 따라 달라고 했나. 아파트 관리에 어느 정도 의견 반영은, 협의는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이럴 거면 임차 동대표는 왜 뽑는가” 라는 불만도 나왔다.
임차인들의 요청은 이 아파트에서 몇 년간 묵살됐다. 입주 후 수 년 간은 회의수당도 주지 않았다. 임대사업자인 서울주택도시공사의 무관심이 계속되자 관리사무소와 위탁관리업체도 입주자대표회의 쪽으로 기울었다. 고립된 임차인대표회의는 자신들의 의사 개진을 위해 결국 법원에 임대 잡수입의 처분권을 묻는 선택에 나서게 됐다.
결과적으로 소송은 초심과 항소심 모두 임차인대표회의가 패소했다. 법원(서울남부지법 제15민사부)은 “임대 잡수입의 관리, 처분권은 임대사업자인 서울주택도시공사에 있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법원은 입주자대표회의에는 “분양 세대의 비율을 넘어선 전부에 대한 관리, 처분 권한을 갖는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입주자대표회의가 임대 잡수입의 관리, 처분권까지 가지지 않는다는 지극히 당연한 판단이다. 하지만 이 아파트는 사실상 임대 잡수입까지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 처분하고 있다. 서울주택도시공사 강서센터가 자신의 권리를 포기한 상태나 다름없기 때문이라고 임차인대표회의는 말했다.
만약 SH가 임차인대표회의와 함께 소송에 나섰다면 잡수입 관리, 처분권을 가진 원고 측(SH, 임차인대표회의)의 승소가 확실했다고 볼 수 있다. 그에 앞서 SH 강서센터가 임차인들과 협의해 그들의 의견을 일부 받아들였다면 소송까지 가지 않아도 됐을 사안인 것이다.
한편 승소 이후 이 아파트 분양 세대에선 임차인대표회의에 소송 비용을 받아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다. 소송 비용으로 2000만 원이 넘는 돈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송 비용을 임대 잡수입에서 지출하게 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소송 비용 환수 얘기는 쏙 들어갔다.
사실상 소송 비용을 회수할 ‘임대 잡수입’도 분양 세대 입주자대표회의가 관리, 처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수해 봐야 왼쪽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오른쪽 주머니로 옮기는 격이다.
그러기에 결과적으로 이번 소송의 승자는 없었다. 입주자대표회의는 소송 대응을 위해 2200만 원을 지출했다. 임차인대표회의는 패소했고 역시 500여 만원의 소송 비용을 지출했다. SH 강서센터는 몇 년간의 소송을 뒷짐 지고 관망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변호사들만 수임료를 두둑이 챙겨가는 결과를 낳았다.
소송 과정에서 서울주택도시공사 강서센터는 임차인대표회의 소송 비용이 임대 잡수입으로 나가는 것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임대 관리규약 개정을 담당하던 당시 강서센터 담당자는 "소송하고 있다고 들었다"면서도 “결과를 보고 대응하겠다”며 적극적으로 아파트 상황에 개입할 의사를 보이지 않았다.
강서센터에 임대 잡수입의 일부를 임차인대표회의 의결과 임대사업자의 결정으로 ‘일부 활용’하게 해달라는 요구에 왜 응하지 않았는지 묻자 센터는 “혼합단지 잡수입은 입주자대표회의와 공동으로 결정하며 관리규약 등에 의거 사용돼야 하므로 공사에서 결정해 임차인대표회의 '단독으로 사용(처분)’할 수 있도록 할 수 없다”는 답을 했다.
‘단독으로 사용’하게 해달라는 요청이 아닌 ‘임차인대표의 의결과 임대사업자의 결정’으로 ‘일부 활용’하게 해달라는 요구였지만 SH 강서센터는 이런 식의 답을 한 것이다. 임차인들이 강서센터의 민원 대응에 답답함을 느끼는 이유다.
본지는 서울주택도시공사 강서센터에 △해당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강서센터가 임차인대표회의를 통해 상황을 파악하거나 의견 청취, 중재 등의 역할을 한 일이 있는지 △초심과 항소심 사이에 강서센터가 사안을 어떻게 보고 있었으며 어떻게 대처했는지 △임차인대표회의로부터 소송 당사자로 참여하자는 제안을 받은 일이 있는지 △강서센터가 해당 소송 비용이 임대 잡수입에서 지출된다는 사실을 인지한 때가 언제인지 물었지만 강서센터는 해당 질문들에 모두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공식적인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내놨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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