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망하는 대상을 모티브로 한 헌정곡이 문제될 이유는 없다. 오히려 상대를 '리스펙트' 한다는 점에서 모티브가 된 스타의 입장에서도, 해당 곡을 듣는 대중들의 입장에서도 나쁠 것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문제는 최예나의 '헤이트 로드리고'에서 이런 존중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헤이트'가 가진 강한 어감부터 시작해 최예나가 홍보로 활용하고 있는 콘텐츠 역시 노이즈 마케팅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게 지적됐다.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2021년 5월 발매한 싱글 '굿 포 유'(good 4 u)의 대표적인 콘셉트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해 자신의 곡에 이용하는가 하면, 해시태그로 '헤이트 로드리고'를 걸고 홍보에 나섰다. 특히 이 해시태그는 트위터 등에서 활용되고 있는데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신곡이 6월 30일 공개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같은 업계 종사자로서도 상당히 존중적이지 못한 태도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실제로 해외 K팝 팬들 사이에서는 "대체 이런 '헤이트' 콘셉트가 어떻게 제작 과정에서 통과된 거냐" "뮤직비디오와 홍보 영상 등에서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사진과 콘셉트 이미지가 그대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건 오마주가 아닌 복사(copy)의 영역" "담겨 있는 뜻과 별개로 'hate'를 검색하면 로드리고의 이름이 자동적으로 뜨는 것이 로드리고의 팬으로서 슬프다"는 지적들이 나오기도 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 역시 "과감하게 동시대 아티스트의 실명을 거론하고, 차용한 것이 분명해 보이는 콘셉트와 아트워크를 보며 어떤 곡이 나올까 궁금했는데 너무 재미없고 납작한 직접 인용이라 실망스럽다. 이건 오마주도, 패러디도 아닌 낯뜨거운 패스티시(아티스트의 고유한 스타일을 모방하는 행위)다"라고 짚었다.
그는 이어 "물론 동시대에 활동하는 다른 아티스트를 동경할 수 있다. 그런데 단지 멋지고 닮고 싶다는 이유로 자기 창작물에 그의 콘셉트와 이미지를 가져와 몸소 흉내내면서, 한다는 얘기도 고작 이게 전부라면 너무 볼품없지 않나. 오리지널 곡이라기엔 지나치게 얄팍하다"고 일침을 놨다.

다만 이 같은 '법률적인' 문제 외에 지적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최예나도, 위에화엔터테인먼트도 침묵을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연예기획사에서 타 연예인의 상표권과 초상권, 저작권을 생각없이 침해한 것도 쉽사리 이해되는 부분은 아니지만, 다른 비판점에 대해 "많은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셔서 감사드린다. 다양한 이야기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더욱 음악에 정진하는 모습으로 보답하겠다"는 틀에 박힌 답변을 내놓은 것 역시 K팝 팬들에게 차가운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 소속 아티스트인 최예나에게 좋지 못한 꼬리표가 달린 것은 이 같은 논란을 사전에 인지하고 막지 못한 소속사의 탓이 크다. 문제가 수정된 뮤직비디오를 다시 공개한다고 하더라도 최예나가 로드리고를 향해 여전히 '헤이트'라고 외치고 있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비판을 단순히 '콘셉트에 대한 몰이해'로 여길 것이 아니라 제작 과정에서의 맹점을 인정하고 향후 유사 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반성하겠다는 태도가 먼저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