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출력해 달달 외우세요” 가짜 사건일지 주고받아…전직 보좌관에 ‘책임’ 떠넘기려 했다는 주장도
#‘허위 대응 문건’ 증거로 제출
6월 26일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실의 전직 인턴 비서관 J 씨는 조 의원과 조 의원실 보좌진들이 공모해 만든 ‘허위 대응 문건’을 입수해 영등포경찰서에 추가 증거 자료로 제출했다. 2022년 8월 조 의원은 J 씨의 사직원을 대필로 작성해서 면직시키고, J 씨에게 정치 자금을 부정하게 입금했다는 혐의(사문서 위조 및 행사, 정치자금법 위반)로 서울남부지검에 피소됐다. 이 사건은 현재 영등포경찰서가 넘겨받아 수사 중이다.
2022년 9월 8일 조수진 의원실 A 비서관은 ‘시사저널 보도 관련 조수진 의원실 입장’을 당시 보좌관 겸 양천갑 당원협의회 사무국장인 B 씨에게 전달했다. A 비서관은 “국장님 언론 보도 대비해서 설명 자료 만든 거예요. 의원님 첨삭 과정 거친 거구요. 이제 다른 거 다 제치고 이거만 달달 외워야 돼요. 특히 일자, 시점을 정확하게”라고 했다. 다음 날 9월 9일 시사저널은 ‘[단독]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 직원 부당해고 의혹 피소’ 기사를 통해 조 의원이 J 씨를 부당해고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9월 19일 A 비서관은 △J 씨 사건 일지 △J 씨 부당해고 관련 추가서면 △[사용자] 서면문답서를 B 씨에게 전달했다. 아울러 A 비서관은 “국장님 이렇게 3개 출력해서 달달 외우셔야 돼요. 보안 주의해주시고요”라고 덧붙였다.
보도 관련 입장문 및 J 씨 사건 일지 등에는 ‘J 씨가 2022년 4월부터 B 씨에게 지속적으로 퇴직 의사를 표명했다. 사직원 작성, 제출은 J 씨의 편의를 위해 위임처리 한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J 씨는 4월부터 퇴직 의사를 밝히지 않았고, 사직원 작성 및 제출을 위임하지 않았다. B 씨도 조수진 의원실에서 이 같은 허위 사실로 부당해고 의혹에 대응했다고 인정했다. B 씨는 2022년 10월까지 근무했다.
B 씨는 “조수진 의원실은 J 씨 부당해고와 관련해 허위 사실로 시나리오를 짰다. J 씨가 4월부터 자진 퇴사하겠다고 구두상으로 전달하며 퇴직 절차에 대해서 위임을 받았고, 후원회 간사직을 동의했었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며 “조 의원실은 허위 사실로 언론 및 경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대응했다”고 주장했다.
2022년 10월 5일 지노위는 조수진 의원실에서 짠 시나리오를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지노위는 “조수진 의원실은 사직서를 J 씨의 동의 없이 작성해 국회사무처에 제출했다. 조 의원실이 사직서 작성에 대해 동의를 받은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사건 해고에 대해 J 씨에게 해고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한 사실도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J 씨가 사직 의사를 표시했다고도 보기 어렵다. J 씨 해고는 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판정문에 명시했다.
#조수진 의원실, 책임 떠넘기려 했나
2022년 11월 4일 조 의원 측은 J 씨에게 만남을 요청했다. 이날 대화 녹취록에 따르면 C 보좌관은 J 씨에게 “국회사무처가 부당해고 관련해서 J 씨한테 행정소송을 하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재심 신청을 한다고 한다. 그러면 부당해고 사건이 유야무야된다”며 “J 씨가 영등포경찰서에 조수진 최고위원 고소한 건 취소해 달라”는 취지로 말했다.
하지만 2022년 11월 7일 국회사무처는 지노위 판결을 수용해서 J 씨를 원직 복직하겠다고 조수진 의원실에게 통보했다고 한다. 그러자 11월 10일 조 의원실은 국회사무처와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중노위에 재심 신청을 했다. J 씨가 조수진 의원 고소를 취하해달라는 부탁을 들어주지 않아서다.
이에 대해 중노위는 “국회 인턴 비서관에 대한 사업주인 사용자는 국회사무처의 국회 사무총장으로 봐야 한다. 그런데 재심 신청서에는 국회사무처(조수진)로 기재돼 있고, 조수진 의원 개인의 인장으로 보이는 도장이 날인돼 있다”며 “따라서 이 사건 재심 신청은 재심 신청 자격이 없는 조수진 의원이 사용자의 적법한 위임도 없이 한 것이므로 적법하지 않다. 재심 신청을 각하한다”고 판정문에 기재했다.
조수진 의원실이 지노위 판결 당일 부당해고 기간에 미지급된 월급을 J 씨에게 지급해야 한다며 B 씨에게 금품을 요구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10월 5일 녹취록에 따르면 C 보좌관은 B 씨에게 “부당해고가 인정되는 6월 4일부터 10월 4일까지는 월급을 소급적용해서 뱉어내고, 12월 31일까지 복직 명령이 이루어질 것 같은데. 총 7개월 기간이죠. 7개월 기간에 대한 금전적인 보상은 아마 내릴 것 같아요. 금전보상은 저희 의원님이 정치자금이나 아니면 뭐 이렇게 나올 수가 없는 부분이라, 그 부분은 일단 고려를 하셔야 될 것 같고요”라고 말했다.
B 씨는 “그 금전적인 부분을 저 혼자 다 책임져야 되나요?”라고 따졌다. 그러자 C 보좌관은 “그게 지금 저희가 나갈 수 있는 부분이 없어서, 의원님 정치자금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잖아요”라고 되물었다.
하지만 국회 보좌진 임금은 국회의원실에서 지급하지 않는다. 국회사무처가 국회 보좌진들에게 임금을 직접 지급한다. J 씨가 부당해고 기간 약 7개월 동안 못 받은 임금도 국회사무처에서 모두 지급했다.
B 씨는 “조수진 의원실이 J 씨 부당해고 관련 책임을 자신에게 떠넘기려고 금품을 요구했다. 마치 제가 잘못해서 돈을 마련한 모양새를 만들려고 한 것”이라며 “영등포경찰서 담당 경찰은 제게 ‘지금은 참고인이지만, 조사를 거쳐 피의자로 전환될 수 있다’고 했다. 조 의원실이 제가 J 씨를 해고하라고 해서 했다고 경찰서에 주장해서다. 그럼 제가 해고하라고 지시한 문자메시지나 녹취록, 문서 등이 있어야 하지만, 하나도 없다. 제게 뒤집어씌우려다가 실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J 씨도 “B 씨는 조수진 의원실의 허위 대응 문건을 달달 외워 지노위 심문회의에서 진술했다”며 “조수진 최고위원은 B 씨가 진술한 것을 근거로 이 사건의 모든 책임을 B 씨에게 떠넘기려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7월 3일 조수진 의원실 측은 B 씨에게 J 씨에게 미지급된 월급을 줘야 한다며 금품을 요구했다는 의혹에 대해 “지노위에서 합의를 종용할 때 C 보좌관이 논의했던 방안 중에 하나다. 사무처가 월급 지급한 것은 복직 결정 이후”라고 말했다.
이어 조 의원 측은 허위 대응 지시 부분에 대해선 “(2022년) 8월 30일 C 보좌관, A 비서관과 B 씨의 카톡 대화방을 보면, B 씨가 J 씨를 양천경찰서에 업무방해 등으로 고발한 이후 D 비서관의 진술서를 첨부하려고 했다. D 비서관 진술서 내용은 ‘5월 하반기에 J 씨의 인턴 퇴직 의사를 확인하고, 후원회 사무실 근무를 제안했고, J 씨가 거부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대답하는 것을 지역사무실에서 보았다’는 내용”이라며 “해당 진술서의 내용에 대해 B 씨는 C 보좌관에게 ‘있는 그대로 진술했습니다’라고 메시지도 보냈다. 또한 해당 내용에 대해 C 보좌관이 언론 대응을 위해 숙지해줄 것을 요청하자 B 씨가 ‘펙트(팩트) 맞습니다’ 답장한 것도 있다”고 반박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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