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도매상 통해 해외 판매하는 업체들 안도…식약처 “판시 검토 후 후속 조치” 항소 여부 촉각
#메디톡스, 주력 제품 퇴출 위기에서 한숨 돌려
지난 7월 6일 대전지방법원 제3행정부는 메디톡스가 식약처를 상대로 낸 보톡스 제제 품목허가 취소처분 취소 청구 소송 1심 선고 공판에서 메디톡스 청구를 인용했다. 재판부는 “메디톡신주 전 단위(50·100·150·200단위)와 코어톡스주(100단위)에 내려진 품목허가 취소 처분 및 판매·회수·폐기 명령 등을 취소한다”며 “소송비용은 피고(식약처)가 전액 부담한다”고 판결했다.
앞서 2020년 11월 식약처는 메디톡스가 국내 도매상을 통해 중국에 제품을 판매하면서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았다며 메디톡신주와 코어톡스주에 대해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내렸다. 국가출하승인은 의약품을 판매하기 전 국가가 검정 시험한 결과와 제조사의 제조·시험 결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유통을 최종 승인하는 제도다. 약사법 제53조에 따라 백신, 보톡스 등 국가 관리가 필요한 생물학적 제제의 국내 판매를 위해서는 국가출하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간접수출을 국내 판매로 볼지, 수출로 해석할지 여부였다. 식약처는 국내 도매상에 제품을 판매했으므로 국내 판매라고 봤다. 식약처는 국내 도매상이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제품을 국내에 유통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반면 메디톡스는 도매상을 통했더라도 결국 수출이 목적인 의약품이기 때문에 법 위반이 아니라고 맞섰다. 실제 과거 식약처의 국가출하승인 제도 관련 질문집에는 “수출을 목적으로 하는 의약품에 대해서는 국가출하승인을 반드시 받을 필요는 없다”고 기재돼 있다. 2003년 대법원도 “약사법상 의약품을 다수인에게 유상으로 양도하는 행위는 판매에 해당하지만, 다른 나라로 수출하는 행위는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다. 메디톡스는 수출용 제품은 통상 국내용 제품보다 가격이 더 비싸기 때문에 국내 도매상이 국내에 유통시킬 이유가 없다고도 반박했다.
결국 법원이 메디톡스 손을 들어주면서 간접수출 논란은 일단락된 분위기다. 정확한 판결문을 봐야 내용을 알 수 있지만, 업계에서는 법원이 보톡스 업계의 간접수출 관행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메디톡스 입장에서는 주력 제품에 대한 사법 리스크를 덜 수 있게 됐다. 주력 제품인 메디톡신이 허가 취소 논란에 휩싸이기 이전인 2019년 말 메디톡스 보톡스와 필러 제품의 수출액은 1206억 원, 국내 매출은 711억 원이었다. 2022년 말 이들 제품의 수출액은 1096억 원, 국내 매출은 560억 원으로 각각 9%, 21% 줄었다.
#식약처 항소 여부에 업계 주목
보톡스 업계는 메디톡스 승소에 한숨을 돌린 분위기다. 만약 메디톡스가 패소해 품목허가 취소가 정당하다는 판단이 나왔다면, 간접수출로 식약처와 다투고 있는 다른 기업들도 품목허가 취소가 유력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업체의 경우 품목허가 취소 처분이 내려진 품목이 회사에서 판매 중인 유일한 보톡스 품목이라 회사 존폐가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앞서 메디톡스 외에 휴젤, 파마리서치바이오, 한국비엠아이, 한국비엔씨, 제테마, 휴온스바이오파마가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국내 도매상에 제품을 판매했다며 식약처로부터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받았다. 현재 휴온스바이오파마를 제외한 나머지 5개 기업은 식약처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냈다. 휴온스바이오파마도 소송을 검토 중이다.
식약처와 소송 중인 보톡스 업체 한 관계자는 “업체별로 메디톡스 소송과 세부적인 내용은 다르겠지만, 어찌 됐든 법리 해석이 문제였기 때문에 우리에게도 유리할 것으로 판단한다”라고 말했다. 보톡스 업체 다른 관계자는 “메디톡스가 승소했기 때문에 나머지 기업들의 법원 판단도 같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톡스 업계에서는 식약처의 과잉 행정에 다시금 문제를 제기하는 분위기다. 간접수출로 품목허가 취소 처분을 내리기 전 아무런 고지도 없이 행정처분을 내린 것이 아쉽다는 것이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식약처의 과잉 행정이었다는 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보톡스 업계는 식약처의 후속 대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앞서의 보톡스 업체 한 관계자는 “메디톡스 판결에 식약처가 항소를 한다면 앞으로 있을 기업들의 소송도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막대한 법정 비용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상황에서 식약처가 항소를 포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다만 아직은 확실치 않아 식약처 대응을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하루 빨리 국내에서의 간접수출 이슈가 사그라지기를 바라고 있다. 앞서의 보톡스 업체 다른 관계자는 “보톡스 업체에선 주로 해외 매출이 반 이상을 차지한다. 국내에서 부정적인 이슈가 계속되면 회사 이미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앞서의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보톡스 업체들에는 데이터 신뢰성·안전성·품질관리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내부적인 이슈가 장기화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데 발목을 잡힐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글로벌 시장조사 전문업체 트랜스패런시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2026년 글로벌 보톡스 시장은 87억 1870만 달러(약 11조 4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유럽, 미국, 중국 보톡스 시장이 글로벌 시장 전체의 8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우리나라 업체들이 갈 길은 멀다.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는 미국 애브비(AbbVie), 프랑스 입센(Ipsen), 독일 멀츠(MERZ)가 시장을 과점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는 휴젤을 제외하고는 국내 기업들이 진출하지 못한 상황이다.
한편 간접수출 논란이 종결되더라도 국내 보톡스 업체들의 판매 방식에는 특별한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보톡스 업체들은 여전히 국내 도매상을 통해 해외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해외 제약사와 일일이 수출 계약을 맺어 수출하는 것은 어려운 면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간접수출 논란이 점화된 이후 현재는 모두 국가출하승인을 받고 국내 도매업체에 판매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메디톡스 측은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 중인 K바이오를 대표하고 있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세계 시장을 향해 계속 전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판결문을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다. 판결문이 도착하면 판시 사항을 면밀히 검토해 향후 입장을 정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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