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리오 해킹·비트코인 탈취 사건 연루 뒤늦게 알려져…하루 ‘FTX 영향 받지 않았다’ 거짓 공지 의혹
하루와 델리오는 가상자산 운용사로 고객이 가상자산을 맡기면 이를 투자에 활용하고 이익을 고객과 나누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하루, 델리오 두 가상자산 운용사들에 문제가 생긴 건 6월 13일부터다. 13일 하루가 갑작스러운 입출금 중단을 선언했고 다음 날인 14일 델리오도 출금 중단을 공지했다(관련기사 하루에 이어 델리오까지…가상자산 운용사 톱2 ‘연쇄 코인런’ 내막).
출금 중단 공지 후 약 한 달이 지났지만, 사태는 수습으로 향하기보다는 갈등이 더 커지는 모양새다. LKB앤파트너스는 6월 16일 투자자 100여 명과 함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업무상 횡령 및 배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이형수 하루인베스트 대표, 정상호 델리오 대표 등을 서울 남부지방검찰청에 고소했다. 여기에 6월 29일 델리오 투자자들은 법원에 델리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6월 29일 회생 신청서를 접수한 서울회생법원 제14부는 델리오에 대해 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법원은 7월 13일 심문기일을 열고 정상호 델리오 대표를 불러 대표자 심문을 진행한 뒤 델리오의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기일이 7월 20일로 연기됐다.
포괄적 금지명령은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상 회생절차가 개시되기 전에 회생채권자나 회생담보권자들이 채무자 재산에 대해 가압류 등 강제집행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절차다. 기업 회생절차는 파산과 달리 법인을 유지하기 위한 절차다. 회생절차 개시가 결정되면 조사위원의 회생채권 조사 등을 거쳐 회생 계획안을 수립해 제출하고, 채무 조정 등을 통해 기업이 영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한다.
회생 절차를 두고 델리오 피해자 측은 양쪽으로 갈라졌다. ‘회생 들어가면 큰일이다’라며 회생 철회를 외치는 쪽과 ‘회생 절차가 최선’이라는 쪽으로 갈렸다. 회생 반대파가 많은 피해자 채팅방에서는 ‘회생 절차에 들어갈 경우 원래 투자금의 10%를 10년 동안 나눠 받게 된다’, ‘원금을 회복할 기회를 놓친다’는 얘기가 나온다.
다만 이런 얘기는 사실과 다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도 나온다. 홍진현 법무법인 청림 변호사는 “아직 델리오 측에서 자료 제출한 게 없고, 변호사 선임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다. 관리인도 선정이 되지 않은 상황이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볼 순 없다”면서 “현재로서는 상황이 어떻게 될지 말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밝혔다. 홍 변호사는 다음과 같이 이번 델리오 회생절차에 관해 설명했다.
“대부분의 회생절차는 채무자 측의 신청으로 개시되는 데 반해, 이번 델리오 사태의 경우 다소 이례적으로 채권자인 투자자들 측 신청으로 회생절차가 개시됐다.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법원에서는 회생 대상 기업이 자산을 빼돌리지 못하도록 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리게 되고, 이후 회생 기간 대상 기업의 경영을 맡을 관리인을 선임하게 된다. 통상 기존 경영자가 관리인으로 선임되는 경우가 많지만, 델리오의 경우 경영진들을 상대로 한 형사 고소 절차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제3자가 관리인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 법원에 의해 선임된 관리인은 회사 장부 등 재정 상태를 면밀히 조사하여 델리오의 변제 가능성을 조사하게 된다.”
이어 홍 변호사는 “법원에서 델리오 측 회생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게 되면, 회생 계획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남은 자산을 분배하고 나머지 채무는 면책시킨다. 다만, 회생 가능성이 없는 경우에는 법인 파산절차를 통하여 단기간에 채무를 분배하는 것이 피해자 구제에 더 적합한 경우도 있다. 델리오 사태의 경우, 델리오 측에서 구체적인 채무 관계 및 변제 계획 등을 법원에 제출한 이후에 회생할지 파산할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반면 회생 찬성파 사이에서는 ‘더 이상 정상호 델리오 대표를 믿을 수 없다’ ‘법원 감독 하에 현재 상황이 어떤지 들여다봐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들이 정 대표를 믿을 수 없는 이유는 과거 정 대표가 한 말이 사실과 다른 경우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델리오는 과거 두카토(DUCATO) 해킹 사건, 비트코인 탈취 사건 등 여러 해킹 사건에 연관돼 있다는 게 뒤늦게 알려졌다.
두카토 해킹 사건은 다음과 같이 추정된다. 델리오가 해킹당하면서 두카토가 탈취됐고, 해커가 이를 거래소에서 현금화하면서 두카토 프로젝트 자체가 붕괴한 사건이다. 정 대표는 블록미디어 인터뷰에서 “두카토 사건에 책임이 있는 것은 맞다. 경찰에 신고했고, 지금도 조사가 진행 중이다”면서도 “다만 두카토 사건이 지금 거론되는 이유를 모르겠다. 현재 델리오 상황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델리오가 보유한 비트코인이 해커에게 탈취된 사건도 있었다고 전해지지만, 정확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사건들이 델리오를 향한 신뢰를 훼손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루인베스트 사건도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더군다나 하루는 델리오와 달리 국내 명확한 법인도 없어 회생 절차도 지연되고 있다. 하루는 아직 보전처분도 결정되지 않았다. 법원이 내용 확인을 위해 7월 5일 이형수 하루 대표를 불러 대표자 심문을 할 예정이었으나, 이 대표가 출석하지 않으면서 심문기일이 18일로 연기됐다.
델리오와 달리 하루인베스트 측은 투자를 한 피해자 간 갈등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다만 이율 25%를 제공한 투자 프로그램과 달리 이율 12% 프로그램에는 원금 보장 문구가 있어, 앞으로 이 문구를 두고 갈등이 벌어질 가능성은 있다. 게다가 하루인베스트 역시 과거 투자자를 속인 것으로 보이는 과거 행적이 드러나면서 신뢰도도 떨어진 상태다.
지난 3월 9일 하루인베스트는 2022년 11월 파산한 FTX와 관련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바 있다. 하루는 공지를 통해 ‘FTX로 현재 상황에 전혀 노출되지 않았다’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등의 내용을 알렸다. 그런데 6월 15일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OXT 보고서에 따르면 하루인베스트는 FTX를 이용했다. 이것이 만약 사실이라면 하루인베스트는 FTX 파산 이후 1년 동안 고객들에게 이에 대해 침묵한 것”이라고 말했다. 주 대표 말이 사실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하루 측 과거 공지가 사실과 다르다는 게 드러난 셈이다.
반면 하루가 FTX에서 손실을 봤다면 델리오보다 회수 가능성이 높지 않겠냐는 반응도 나온다. FTX가 파산 이후 고객 자금 상황을 위한 방법을 지속적으로 모색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련 텔레그램 채널인 변창호 코인사관학교 운영자는 수사기관이 델리오, 하루에 대해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변 씨는 “하루, 델리오는 지금까지 너무 많은 거짓말을 한 게 탄로 났다. 이런 상황에서 기존 경영진이 자체적으로 정상화를 위한 노력을 하기보다는, 빠른 수사와 대리인을 통한 회생이 필요하다고 본다”면서 “특히 하루, 델리오 측 돈을 관리하다 날렸다는 B&S 측 방 아무개 대표 등 수뇌부가 이 사건 중심인데 이들을 구속조차 없이 방치하고 있는 수사당국이 이해되지 않는다. 방 대표 등이 다른 마음을 먹으면 피해자의 수천억 원은 사라지게 된다. 골든타임은 이 순간에도 멀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까지 하루와 델리오 모두 정확한 피해 규모를 밝히고 있지 않다. 7월 13일 델리오는 자사 블로그에 ‘피해 규모를 밝히기 어려웠다. 아직은 사태 초기로서 모든 것이 확정된 상황은 아니’라고 밝혔다. 하루 측도 피해 규모를 밝히고 있지 않아 두 회사에 투자를 한 피해자들은 불안과 불만만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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