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원장은 올 2학기에도 강의 개설을 하지 않아 원장직은 그저 대선용 경력 쌓기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일요신문 DB |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출마를 고민하고 있던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융대원장)을 두고 한 정치부 기자가 내뱉었던 말이다. 당시 그는 “안 원장은 서울대 융대원장으로 취임한 지 석 달도 안 돼 정치인이 되려고 한다. 결국 서울대 원장이라는 직함을 정치권으로 향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았던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안 원장은 박원순 후보에게 서울시장직을 ‘아름답게 양보’하며 서울대 융대원으로 돌아갔다. 그 당시 안 원장의 선거 출마를 머뭇거리게 한 이유 가운데에는 “서울대와의 신의 문제”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일요신문>은 안철수 원장에 대한 ‘정치적 검증’은 일단 뒤로 미루고 그가 지난해부터 수행하고 있는 융대원장직에 대한 주변 평가를 취재해보기로 했다. 기자는 한 달에 걸쳐 안철수 원장의 행보와 함께 서울대 관계자들의 평가, 융대원 학생들의 증언을 들었다. 이 과정에서 안 원장과 직접 소통하기 위해 여러 차례 수원에 있는 융대원을 방문했지만 직접 그를 대면할 수는 없었다. 융대원 측에서는 그때마다 “관악캠퍼스 쪽에 회의가 있어 그 쪽으로 가신 것 같다” “방학 중이라 매일 출근하지는 않는다”라는 대답만 들릴 뿐이었다. 그러나 방학 이후 원장으로서 어떤 회의를 주재하고 있는지에 관해서는 “원장 업무에 관해서는 우리가 정확히 알 수 없고 알려줄 수도 없다”고 밝혔다.
▲ 지난해 9월 청춘콘서트를 진행하고 있는 안 원장. 일요신문 DB |
일단 행정가로서의 안 원장 평가는 호의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학자’ 안철수에 대한 평가는 온도차를 보였다.
▲ 안철수 교수가 원장으로 재직 중인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은 안 원장의 대선출마 가능성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이에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안 원장이 <기업가적 사고방식>을 몇 년 동안 강의하면서 학생들의 반응이 좋은 것만 골라 조금씩 발전시켜 나간 것 같다. 인기강좌 교수의 족보교재가 해마다 조금씩 업그레이드되면서 흥행유지 하는 것과 비슷한 것 아니냐”라고 밝혔다. 그래서 그의 단 하나 강의인 <기업가적 사고방식>이 디지털정보융합학 대학원생을 위한 과목인지에 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해당 수업을 들었다는 한 학생은 “카이스트의 수업을 들어보지 못해 두 수업을 비교할 수는 없지만 전공 교과과정이라기보다 대학원생에게 거시적인 안목을 길러주는 내용이었다”라며 “안 원장님이 대학원에 온 것은 학자가 아닌 경영인으로서의 명성과 상징성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아닌가 한다”는 조심스런 입장을 전했다.
대학원 2011학번이라고 밝힌 또 다른 학생 역시 “안 원장님은 지난해 체육대회 때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마주한 적이 없다”라며 “교수로 학교에 오기보다는 원장으로서 행정적인 업무를 하기 위해서 온 경우라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안 원장이 학생지도보다는 융대원 전체를 총괄하는 행정가 역할에 그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안 원장은 지난해 2학기에 이어 올 2학기에도 강의를 개설하지 않아 의구심을 보태고 있다. 2학기를 앞둔 현재 안 원장의 수강편람을 살펴보면 ‘석사논문지도’ 강좌만 표시돼 있다. 부인인 김미경 서울대 의학과 교수가 4개의 강의를 개설해 다음 학기를 준비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융대원 행정실 관계자는 “현재 안 원장의 지도를 원하는 학생들이 있고 논문지도 강좌의 경우 폐강되는 경우가 드물다”라고 밝혀 아직까지 학교 측에 별다른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대선을 앞두고 시간을 벌기 위해 원장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취재 결과 안 원장의 융대원장으로서의 활동은 거의 공개적으로 드러난 게 없다. 하지만 책 출간과 예능프로그램 출연에 이은 지지율 고공행진은 명백한 정치적 행보로 읽히고 있다. 이런 안 원장의 ‘이중행보’가 서울대 동료 교수들에게 꼭 좋게 보이지는 않을 수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대 공대의 한 교수는 “석좌교수부터 시작한 안 원장을 ‘학자’라고 불러야 할지는 회의적이다. 안 원장의 경우 의대 시절 쓴 논문 이외에 학자로서의 성과가 없지 않은가. 안 원장의 존재는 묵묵히 학문의 길을 걷고 있는 교수들에게 위화감을 심어줄 수 있는 부분인데 학교 측이 이를 간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 “안 원장 같은 분이 있으면 서울대 이미지에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에 다른 교수들이 큰 불만을 가지지 않는 것이다. 정확한 학교 측 입장은 알 수 없지만 대선에 출마하면서 나가줬으면 하고 바라는 교수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실제 안 원장이 쓴 논문은 서울대 의학과 시절의 생리학 실험 논문 2개가 전부다. 경영학으로 전공을 옮긴 뒤 여러 권의 저서를 출간하긴 했지만 학문적 차원의 연구논문이나 학술지 기고문과는 엄연한 차이가 있다. 안 원장은 박사학위 논문을 더 잘 쓰기 위해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게 됐다고 이야기했을 만큼 학문에 몰두했었던 과거가 있지만 그 이후에는 학문적 실적이 전혀 없다.
학술단체협의회 소속 한 연구원은 “(논문표절로 문제를 일으킨 문대성 의원 경우처럼) 엄격한 잣대로 학단협에서 검증할 안 교수의 논문이 현재는 하나도 없다”라며 “안철수 원장이 우리 시대 보물과 같은 분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아닌 미국 MBA 과정을 거쳐 석좌교수와 서울대 대학원장으로 임용된 경력은 일반적 교수임용 코스를 거친 교수에 비해 마이너스 요소”라고 밝혔다.
앞서의 서울대 교수 역시 “학자라면 자신의 학문에 확고한 주장이 있어야 하고 경제 분야는 더욱 그런 것으로 안다. 하지만 안 원장의 경우 애매모호한 언어를 사용함으로써 정치인이 됐다는 느낌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현재 정치권에서도 학자로서의 안 원장 평가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도의 한 시의원은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하지만 서울대가 강의와 연구는 하지 않고 논문 한 편 안 쓰는 안 원장을 지나치게 배려한다는 느낌이 든다. 대선 출마 시 서울대 시절의 1년은 논란이 될 수도 있는 사안”이라고 전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안철수 원장의 학력은 화려한 스펙을 자랑한다. 1991년 서울대 의학과를 졸업한 안 원장은 1997년 펜실베이니아대 공학 석사 학위를, 2005년 동 대학 MBA 과정을 나왔다. 하지만 확인 결과 프로필과 실제에는 미묘한 차이점이 발견됐다. 안 원장은 펜실베이니아대의 정규 공학 석사 과정이 아닌 EMTM(일종의 테크노 MBA 과정의 하나)을 나왔고 이후 와튼스쿨 MBA 역시 EMBA(기업 고위간부 대상으로 하는 Executive MBA 과정)를 통해 학위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펜실베이니아대학 EMTM 과정은 1988년에 처음 신설된 것으로 역사가 짧은 프로그램이다. 또 2014년 과정 자체를 폐기할 예정으로 현재 신입생을 받지 않고 않다. 이에 관해 안 원장 측 관계자는 “일반 학생들처럼 시험을 쳐서 입학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자세한 것은 더 확인해 봐야 한다”라고 밝혔다.
와튼스쿨 EMBA 과정을 MBA로 통칭해 이야기하는 것 역시 논란의 여지가 있다. EMBA 과정은 일반 학생이 아닌 기업의 고위 임원을 대상으로 하는 과목으로 커리큘럼 역시 직장인을 염두에 두고 구성되는 게 일반적이다. 또 일반 MBA 과정에 비해 경쟁률은 낮지만 학비는 2배 이상 비싸다. 안 원장의 경우 대학 본부가 있는 필라델피아가 아닌 샌프란시스코에서 주로 주말인 금요일과 토요일 이틀간 수업을 받았다.
안 원장 측은 “와튼스쿨 EMBA는 세계 최고의 권위 있는 프로그램으로 입학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커리큘럼 역시 풀타임으로 구성되고 기존 MBA 과정과 동일한 학위 지위를 인정받기 때문에 둘을 구분하는 게 무의미하다. 안 원장은 쉬운 길로 갈 수도 있지만 실제 공부를 위해 유학길에 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업 임원을 대상으로 한 EMBA와 일반 MBA 과정은 선발 방식에서부터 분명한 차이가 있고 졸업 이후 학자로 영입되기보다 대부분 현업에 복귀한다는 것이 학계의 설명이다. [수]
▲ 2009년 안 원장이 현 정부의 미래기획위원으로 활동했을 당시 모습. 이 경력이 포털사이트에서 삭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MB정부 연관 경력 ‘쓱싹’뭐라 해명 좀…
안랩(옛 안철수연구소)은 안철수 성공 신화의 주춧돌임과 동시에 대선 출마 시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일요신문>은 지난 1042호 ‘단독확인 안랩 장외거래 사본 입수’ 제하의 기사를 통해 안랩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에 관한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안랩 측은 “당시의 BW 발행가 5만 원은 외부 평가를 거친 적정 금액이었다”라고 해명했지만 BW 발행 4개월 뒤 장외에서 주당 20만 원에 거래된 흔적이 발견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안랩이 안 원장이 전량 매입한 BW에 관한 이자율을 10.5%로 높게 쳐 주고 20년 만기라는 매우 이례적인 조건을 달아 특혜를 줬다는 비난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고 있는 상태다.
안 원장이 안랩의 전 직원에게 무상으로 주식을 나눠줬다는 부분 역시 상당 부분 부풀려졌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당시 안 원장은 코스닥 상장 직전인 2000년 10월 직원 125명에게 액면가 500원인 회사 주식을 평균 650주씩 8만 주를 나눠줬다. 이는 상장 이후 발행주식 총수 526만 주의 1.52%에 해당한다. 당시 벤처 업계에서는 직원 이탈 등을 막기 위해 회사에서 주식을 무상으로 나눠주는 관행이 존재했다는 업계의 지적도 나온 바 있다.
그런가 하면 안 원장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했던 발언들도 검증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 2009년 6월 MBC <무릎팍도사>에 출연했던 안 원장은 “유흥주점에 가본 적이 없다”라고 말했지만 “룸살롱에서 안 원장을 봤다”는 한 보안업체 임원의 증언이 올해 한 월간지에 기사화되며 소란이 일었다. 또 “입대 직전까지 바이러스를 퇴치하느라 가족에게 입대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라고 했지만 부인인 김미경 교수가 서울역에서 배웅을 했다는 인터뷰 때문에 ‘거짓말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사소한 발언이지만 충분한 설명이 필요한 사안이다.
안철수 원장의 현 정부에서의 경력이 포털사이트 프로필에서 삭제된 것을 두고도 논란이 벌어진 바 있다. 올해 초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사이트에서는 안 원장이 현 정부의 미래기획위원과 국가정보화전략위원으로 활동했던 경력이 삭제됐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미 올해 초부터 치밀하게 대권을 염두하고 ‘자기관리’에 들어간 것 아니겠느냐”는 의혹이 나왔었다. 당시 정보기관에서도 안 원장의 프로필 삭제에 관한 경위를 조사하고 나설 만큼 화제를 일으켰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안 원장의 프로필을 누가 수정했는지를 두고 의혹이 일기도 했다. 안 원장 측 유민영 대변인은 “프로필이 삭제됐는지 지금에서야 알았다. 안 원장이 직접 요청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고 네이버 측은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해 요청자를 확인해 줄 수 없지만 통상 본인이나 관계자에 한해 프로필을 수정해 주고 있다”고 밝혀 의문은 쉽게 풀리지 않고 있다.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