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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의 또 다른 후원자로 알려진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과 줄곧 비교된다. 참여정부 시절 여러 사업에 뛰어들며 실세로 불렸던 박 전 회장과는 달리 강 회장은 권력을 멀리 했다. 노 전 대통령이 “강 회장은 단 한 건의 이권도 청탁한 일이 없으며 아예 그럴만한 사업에는 손을 대지 않는다”고 말했을 정도다. 퇴임 후 친노 인사들이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을 당시에도 둘은 다른 길을 갔다. 박 전 회장이 “모든 것을 털고 가겠다”며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의혹들을 털어놓은 반면 강 회장은 “훌륭한 대통령을 만드는 데 앞장선 대가로 정치탄압을 받는 것이라면 달게 받겠다”며 입을 닫았다. 이 때문에 친노 정치인들 사이에선 “강금원 회장만이 노 전 대통령의 유일한 후원자”라는 말이 돌기도 했다.
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과의 각별한 인연 때문에 여러 차례 옥고를 치렀다. 2003년 불법대선자금 사건으로 구속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벌금 등을 받았고, 2006년에도 불법대선자금 보관과 법인세 포탈 혐의로 구속됐다 8‧15 특별 사면을 받은 바 있다. 강 회장은 정권 교체 후 친노 인사를 겨냥한 검찰의 매서운 칼날도 피해가지 못했다. 2009년 4월 공금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됐던 것이다. 이명박 정부 하에서는 사업 실적도 악화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지만 강 회장은 노 전 대통령을 단 한 차례도 원망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여러 차례 묘지를 찾아 눈물을 흘렸다는 후문이다.
지난 2008년 초 기자는 우연히 한 음식점에서 강 회장 일행과 합석한 적이 있다. 그 자리에서 강 회장에게 “노 전 대통령한테 섭섭한 게 없느냐”는 ‘우문’을 던진 적이 있다. 이에 강 회장은 “노무현이라는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내가 좋아서 순수하게 후원했을 뿐”이라는 ‘현답’을 내놨다. 이어 “노 전 대통령 후원자라는 이유로 보복을 당할 수도 있다”고 하자 강 회장은 “전혀 두렵지 않다. 다만 노 전 대통령에게까지 화는 안 미쳤으면 좋겠다”며 끝까지 노 전 대통령을 챙기며 눈시울을 글썽이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이 꿈꿨던 ‘사람 사는 세상’을 위해 순수하고 묵묵히 후원했던 강 회장의 명복을 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