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대 안팎에서는 안철수 원장 부부 서울대 동시 임용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일요신문 DB |
▲ 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자신에 대한 검증에 입을 열기 시작했다. 지난달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 출간과 <힐링캠프> 출연 이후 대선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안 원장에 대한 정치권 검증이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안 원장은 기업 CEO들의 모임인 브이소사이어티 회원으로서 재벌 회장의 구명운동에 동참하고 대기업에 우호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는 의혹에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대응하면서 향후 대권 결심이 빨라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일요신문> 역시 지난주 ‘동료·학생들에 물었다 ‘교수’ 안철수 총력검증’ 기사를 통해 교수로서의 안 원장에 대한 평가를 듣고 검증에 돌입했다. 그런데 ‘교수’ 안철수를 언급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부인인 김미경 서울대 의학과 교수다. 학교 안팎에서는 이들 부부가 서울대에 특별 채용된 과정이 ‘비상식’적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안철수 원장 부부 서울대 임용을 둘러싼 의혹들을 재점검해 봤다.안철수 원장이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융대원)으로 온 것은 지난 2011년 6월, 서울시장 출마 여부로 화제가 된 9월 초를 3개월여 앞둔 시점이었다. 융대원장으로서 학기를 시작함과 동시에 정치권 진입 여부에 대한 논란에 휩싸인 셈이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안 원장이 박원순 서울시장과 단일화하는 방식으로 불출마하면서 그에 대한 검증을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그럼에도 안 원장의 잇단 ‘마이웨이’에 “정치권이나 언론도 안 원장에 대해 ‘할 말’을 해야 할 시기가 왔다”는 시각도 제기됐다.
안 원장이 서울대 융대원으로 채용되는 과정에서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은 부부가 동시에 채용됐다는 점이다. 이들 부부는 카이스트 대학에 있을 때 남편은 석좌교수로, 부인은 부교수로 임용돼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 때문에 안 원장이 자신의 명성을 이용해 부인까지 함께 데려간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다. 김 교수는 지난해 한 일간지 인터뷰에서 “(2008년 미국 유학에서 돌아와) 귀국 후 나를 받아주는 곳이 없었을 때가 가장 힘이 들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18대 국회에서 ‘안철수 저격수’로 활약했던 강용석 전 의원 역시 비슷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강용석법률사무소 관계자는 “부부 정교수 채용은 서울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김 교수 못지않은 학자들도 서울대에서 10년 이상 강의하지만 부교수 신분에 정년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김 교수 특채는 문제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물론 강 전 의원 측 주장에는 지나친 비약도 섞여있었다. 안 원장 부부의 서울대 호봉 문제를 지적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 강 전 의원은 보 도자료를 통해 “김미경 교수는 카이스트에서 부교수 7호봉이었지만 서울대로 오면서 정교수 21호봉 대우를 받았다. 안 원장도 카이스트에서 교수 5호봉에서 서울대로 오면서 정교수 23호봉을 인정받았다. 부부의 연봉으로만 1년에 2억이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카이스트와 서울대의 체계를 모르고 빚어진 촌극이었다.
서울대 교무과 측은 “안 원장 부부를 채용할 때 서울대는 국립대였다. 보수 문제는 공무원 보수규정과 경력환산률표에 따라 엄격히 정해진다. 김미경 교수의 경우 서울대 병원과 단국대, 성균관대의 근무경력과 미국 박사과정 등 기존 경력을 계산해 처리한 것으로 특혜가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김미경 교수가 실제로 24호봉을 받고 있는 것에 관해서는 “김 교수는 처음에 21호봉이었지만 의사경력 등이 추가로 인정돼 24호봉으로 정정된 것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안철수 원장은 카이스트에서는 연봉으로 1억 원이 넘게 받은 반면 서울대로 오면서 7000만~8000만 원 수준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그럼에도 안 원장과 부인인 김미경 교수의 서울대 특별채용이 합리적이었는지에 관해서는 의혹이 남아있다. 안철수 교수는 ‘대학(원) 신설 등에 따른 전임교수 특별채용에 관한 지침’을 근거로 융대원장으로 채용됐지만 융대원은 2008년 10월에 설립승인을 받았고, 2009년 3월에 개원해 최양희(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가 초대원장을 맡아왔다. 이 때문에 안 원장의 영입을 대학원 신설에 따른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울대 측은 “대학원 신설에 맞춰 필요한 인원을 모두 뽑는 경우는 없다. 융대원은 지금도 꾸준히 인력을 보강해나가고 있는 상태”라고 전했다.
서울대에서 안 원장의 경력을 20년 이상 인정해 준 것 역시 논란의 여지가 있다. 군의관 시절부터 미국 유학 시절까지 모두 경력으로 인정한 것으로 지나치게 관대한 잣대라는 것. 이 때문에 학문적 기여보다 대중적 인기 때문에 채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안 원장 측은 “안 원장의 삶보다 ‘융합과학기술’이 어울리는 사람이 또 어디 있느냐”는 입장이다.
그런데 서울대 일각에서는 안 원장보다 부인 김미경 교수의 임용이 더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계속 나오고 있다. 실제 일부 교수들이 김 교수 임용에 반대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고 한다. 당시 임용과 정년보장 등과 관련한 ‘대학인사위원회 회의록’에는 “김 교수의 관련 논문을 검토한 결과 이론정리는 잘 되어있으나 독창적 우수성을 판단하기는 어려웠다” “특채 대상자에 대한 정년보장 심사를 별도로 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는 등의 의견이 기재돼 있어 심사위원들 간 상당한 이견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김 교수는 해당 심사에서 찬성 8명, 반대 6명으로 정년을 보장받았다.
서울대 공대의 한 교수는 “김 교수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한 분야에서 꾸준히 연구한 학자를 대우해 주는 것이 더 맞지 않겠나. 안 원장 부부가 오고 학교가 법인화되면서부터 특채 형식의 임용이 많아질 거라는 이야기가 많아 기존 교수들의 불만이 적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안 원장 측은 “김미경 교수는 의사이면서 미국에서 법학을 공부하며 변호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이런 분의 독창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어떤 분들이 서울대 교수의 자격이 있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안 원장은 부인과 동시에 임용된 이후 내부 비판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적잖은 압박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안 원장은 지난해 서울대로 오면서 융대원과 함께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융기원) 원장까지 겸직했지만 불과 4개월 뒤인 10월 돌연 사임했었다. 당시 상황에 관해 융기원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안 원장이 취임하면서부터 새누리당 의원들과 경기도의회에서 연구원 관련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학교 측에서 난감해했다. 이에 안 원장이 직접 사임을 요청한 것으로 안다”라고 전했다.
현재 서울대 안팎에서는 안 원장이 이번 대선에 나오지 않을 가능성에 관해서도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융대원장 임기를 절반밖에 채우지 않았기 때문에 그가 ‘신의’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서울대 출신의 한 행정학과 교수는 “안 원장이 대선을 포기하면서 야권의 비판적 지지자로 남을 것으로 본다. 최근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이 도덕성에 큰 타격을 줄 정도는 아니라고 보지만 그의 성공 스토리가 상당 부분 부풀려졌다는 것에는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라고 전했다. 민주당 전직 의원 역시 “안 원장은 정치에 발 담그기에는 세력도 실체도 없는 분 같다. 멀리 있을 때 빛나 보이지만 가까이 오면서 점차 허물이 드러나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학생들는 ‘환호’ 교수들은 ‘질투’
2005년 안철수연구소 CEO직을 사임한 안 원장은 곧바로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로 유학을 떠나 석사학위를 받은 뒤 2008년에 카이스트 기술경영대학원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했다. 안 원장은 졸업 전부터 “이공계 학생들에게 경영기술을 알려달라”는 카이스트 측의 부탁을 받아 교수직을 염두에 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교수로서 안 원장의 최초 직함은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정문술석좌교수’였다.
카이스트 홍보팀은 “석좌교수란 대학 내 발전기금으로 탁월한 학문적 업적이 있는 석학을 초빙해 임명하는 교수를 말한다. 안 원장의 경우 카이스트로 올 때 ‘정문술 기금’을 통해 임용됐기에 그렇게 이름이 붙여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문술 씨는 현재 카이스트 이사장으로 반도체 장비업체인 미래산업을 만든 인물이다. 정 이사장은 회사 설립 이후 경영권을 직원들에게 넘겨주는 등 ‘아름다운 경영’으로 화제를 모았고 유학 중인 안 원장에게 카이스트 교수직을 직접 부탁하기도 했다.
카이스트 석좌교수로 있을 당시 안철수 원장은 동료 교수로부터 상당한 관심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카이스트 대학원생 박 아무개 씨(28)는 “카이스트 교수들은 강의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프로젝트를 통해 외부에서 연구비를 끌어오는 것이다. 당연히 교수들에게 이런 부분이 스트레스이자 보람인데 안 원장의 경우 학교 기금으로 교수가 됐지만 별다른 프로젝트를 맡지 않고 외부 강연 등에 치중한다는 비판이 있었다”라고 전했다.
서울대 출신의 한 행정학과 교수는 “당시 카이스트 교수들이 안철수 교수를 의도적으로 배척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라며 “대신 학생들 사이에서는 인기가 좋았다. 개인적으로 교수들과의 인맥 형성에 연연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다르게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정 이사장과 안 원장이 벤처기업을 세우고 나눔 경영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상당히 ‘코드’가 맞았을 것 같다”라며 “안 원장의 서울대 임용 역시 서울대 총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 성공운이 타고난 모양이다”라고 말했다.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