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시장에서 여름은 비수기에 속한다. 무더운 날씨, 휴가 등 창업에 나서는 사람도, 점포를 찾는 소비자의 발걸음도 주춤해지는 시기다. 날씨가 선선해지는 가을과 겨울,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이 시점에서 창업시장을 다시 한 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2012년 상반기 창업시장을 달구었던 아이템은 무엇이었는지, 반대로 열기가 다소 식은 아이템은 어떤 것인지 살펴보고 인기 아이템의 함정도 조명했다.
최근 한 취업포털사이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428명 중 86.7%가 ‘창업을 생각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그중 ‘40대 과장급’의 창업 의향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들이 창업을 하고 싶은 분야는 카페 등 외식업이 1위, 다음으로 인터넷 쇼핑몰, 공예·디자인, 학원 등 교육서비스, 경영컨설팅, 애플리케이션·소셜커머스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처럼 창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불황에도 불구하고 자영업자 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창업시장 경쟁은 치열해지는데 반대로 소비자들의 주머니사정은 여의치 않다보니 이제 대박은커녕 ‘본전만 건져도 성공’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그렇다면 실제 창업에 나선 사람들의 관심사는 어떨까. 현재 대한민국 상권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업종은 외식업으로 예비창업자들의 관심사와 별반 다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진흥원의 상권정보시스템을 살펴보면, 서울에서 운영 중인 한식·백반·한정식 전문점이 3000개가 넘고, 다음으로 치킨전문점 2742개, 고깃집 1610개, 커피전문점 1418개, 슈퍼마켓이 1244개로 파악, 단연 외식업이 강세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세부 업종에 대한 인기도는 어떨까. 점포거래 전문 점포라인의 권리금 변동 내역을 살펴보면 궁금증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점포라인에 따르면 자사DB에 매물로 등록된 점포를 지난해와 비교 분석한 결과 권리금이 가장 많이 오른 업종은 제과점인 것으로 파악됐다. 제과점 권리금은 지난해 1억 7069만 원에서 올해 2억 4277만 원으로 7208만 원 정도가 올랐다. 제과점은 경기를 비교적 덜 타고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 50~60대 퇴직자들을 중심으로 제과점 수요가 늘어나면서 권리금이 상승했다는 분석이다.
다음으로 권리금이 많이 오른 업종은 편의점. 편의점 권리금은 지난해 6464만 원에서 올해 1억 1430만 원으로 4966만 원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편의점 역시 불황일수록 수요가 많아지는 업종 중 하나다. 창업시장 분위기가 안정 쪽으로 비중이 실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편의점 다음은 중국집과 골프연습장이었다. 중국집은 단가 부분이 타 음식점 대비 유리한 측면이 있고, 경기 불황에도 매출 타격이 비교적 덜하다는 점이 권리금 상승에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오르는 게 있으면 내려가는 게 있는 법. 불경기에 소비자들이 지출을 먼저 줄이는 업종의 점포 권리금이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먼저 유흥주점은 지난해 2억 2555만 원에서 1억 5375만 원으로 7180만 원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의류점도 권리금이 1억 1525만 원에서 5642만 원으로 5883원 떨어졌다. 의류점 역시 ‘A급 상권’에 입점하지 않는 이상 불경기에 매출을 올리기가 쉽지 않은 업종으로 분류된다. 맥주전문점, 호프집 등 맥주를 취급하는 주점들 역시 권리금이 떨어졌다. 경기침체로 단가가 비싼 맥주를 찾는 고객이 줄면서 매출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우리가 늘 접하는 상권에서 관련 브랜드 수의 증감으로도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 신경규 가맹거래사는 “경기불황으로 소자본 창업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닭강정, 컵밥, 주먹밥 등 저렴한 가격으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브랜드가 상권에 속속 등장하며 소비자는 물론 예비창업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프랜차이즈 사업을 펼치기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www.franchise.ftc.go.kr)에 정보공개서를 등록해야 가맹점 사업이 가능하다. 2012년 1월부터 6월까지 공정위 가맹사업거래 홈페이지에 신규 등록된 420개 브랜드 중 닭강정이 10여 개로 창업시장에서 도입기를 거쳐 성장기가 예상되는 업종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인기가 상승하고 있는 업종이라고 해서 모두 성공을 거두는 것은 아니므로 업종 선택 시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까지도 큰 붐이 일고 있다는 국수전문점, 떡볶이전문점, 도시락전문점 등이 좋은 예다. 국수전문점은 잔치국수, 비빔국수 등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를 공략하며 단시간에 점포수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그러나 면류의 특성상 점심 매출이 대부분이어서 저녁 매출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고, 공급과잉으로 경쟁이 치열해져 창업한 지 얼마 안 돼 문을 닫는 곳도 적지 않다.
실례로 직장인들 사이에서 저렴한 가격의 국수집이 인기라는 말을 듣고 국수집 창업에 나선 강 아무개 씨. 초보 창업자인 그는 시행착오를 거치느니 빨리 자리를 잡고 싶은 마음에 인수창업을 택했다. 서울 송파구에 문을 연 지 2년이 넘는 프랜차이즈 국수전문점을 1억 3000만 원에 인수한 것. 안정적인 고객도 확보했겠다, 그는 이제 성공가도를 달릴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돌발변수가 발생했다. 점포를 인수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인근에 국수전문점이 3곳이나 더 들어선 것. 고객이 나눠지면서 매출은 반 토막이 났다. 다급한 마음에 국수 외에 다른 식사 메뉴를 추가했지만 손님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사장이 바뀌고 맛도 서비스도 달라졌다는 소문까지 퍼지면서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결국 강 씨는 1년도 되지 않아 간판을 내리고 말았다.
떡볶이전문점의 ‘함정’도 국수집과 마찬가지다. 분식전문점 메뉴 중 하나였던 떡볶이가 주인공으로 신분(?)이 상승, 로드숍에 등장하자 창업시장은 그야말로 떡볶이 열풍에 휩싸였다. 지난 2009년 1600여 곳에 불과했던 프랜차이즈 떡볶이전문점은 2011년 2700여 곳으로 2년 만에 1000여 개 늘어났고, 공정위에 등록된 프랜차이즈 브랜드도 20여 개로 증가했다. 포털사이트에서 떡볶이를 검색하면 무려 570건의 떡볶이 관련 브랜드가 검색될 정도다. 그러나 떡볶이집도 시장진입이 쉬운 반면 단가는 낮고, 경쟁은 치열하다보니 만만하게 보고 덤벼들었다가 큰코다치기 십상이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