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대체 선수 선발은 천천히 고려…야구계 “너무 때 이른 대표팀 명단 제출 기한은 문제”
'일요신문'은 조계현 전력강화위원장과 전화 인터뷰를 통해 아시안게임 대표팀의 중요한 현안을 살펴봤다.
#이정후 대체 선수 발표는 언제쯤?
아시안게임 3연속 금메달에 도전하는 한국 야구대표팀의 가장 큰 숙제는 부상으로 제외된 이정후의 대체 선수 발탁이다. 대표팀 주장이 유력했던 이정후는 ‘류중일호’의 중심축이었다.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대표팀에서 이정후의 실력과 리더십은 절대적이었지만 이미 ‘과거형’이고 뒤를 돌아볼 만큼 대표팀 상황이 여유롭지도 않다.
조계현 KBO 전력강화위원장은 이정후를 대신할 선수를 언제 발표할 것이냐는 질문에 “최대한 발표를 늦출 계획”이라고 답했다. 부상 선수 관련 대체 선수는 대회 직전까지 교체가 가능하기 때문에 9월까지 정규시즌을 잘 소화하고 있는 선수들 중에서 최종 발탁하겠다는 의미다.
이정후의 대체 선수로는 벌써 여러 후보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후반기 들어 타격감이 살아나고 있는 김현준(삼성), 김민석·윤동희(롯데) 등이 거론되고 있는데 조계현 위원장은 선수 실명을 언급하길 부담스러워했다.
“젊은 선수들은 시즌 내내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 어렵다. 좋을 때도 있고, 잠시 안 좋을 때도 있는데 대표팀 소집 전까지 컨디션을 잘 끌어올리길 바랄 뿐이다. 이정후 대체 선수는 앞으로 시간이 있는 터라 끝까지 관찰하고 검토해서 결정할 예정이다.”
#아직도 재활 중인 구창모, 이대로 괜찮나
NC 다이노스의 왼손 투수인 구창모의 회복이 더딘 것도 대표팀의 난제로 꼽힌다. 구창모는 6월 2일 잠실 LG전에 선발로 나섰다가 1회 말 공 5개를 던진 뒤 왼쪽 팔에 불편함을 느껴 자진 강판했다. 이튿날 왼쪽 전완부 굴곡근 미세 손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6월 말 검진에서 피로 골절로 상태가 더 악화됐다.
전력강화위원회에선 구창모의 부상 정도를 파악한 다음 최종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대표팀에서 구창모의 역할이 정말 중요했기 때문이다. 당시 조계현 위원장은 구창모의 몸 상태에 대해 “부상 정도가 경미하고, 9월까지는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구창모의 회복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됐다. 지난 11일 구창모는 병원 검진에서 왼 전완부의 골밀도가 95% 정도 찼다는 진단을 받았는데 NC 강인권 감독은 구창모의 몸 상태가 100%가 아닌 만큼 좀 더 지켜본 다음 스케줄을 잡겠다고 밝혔다. 일주일 뒤부터 기술 훈련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지만 그마저도 진행 상황을 봐야 알 수 있는 문제다.
투수가 부상에서 회복하면 ITP(단계별 투구 프로그램)를 통해 체계적인 빌드업 과정을 거친다. 처음엔 점차 거리를 늘려가면서 캐치볼을 하고 이후 포수가 서서 공을 받는 하프피칭과 불펜피칭, 라이브피칭을 거친 다음 퓨처스리그 재활 등판을 소화한 다음 1군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 아시안게임이 한 달여 남은 시점에서 구창모가 남은 시간 동안 모든 재활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통증 재발 없이 완벽한 몸 상태로 1군에서 공을 던지다 대표팀에 합류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최근 조계현 위원장은 구창모가 대표팀에 합류하기까지 시간이 많지 않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우리로선 구창모가 잘 회복해 1군에서 서너 경기 정도 공을 던진 다음 대표팀에 합류하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시간이 부족해 고민이 크다. 와일드카드 선수로 뽑은 터라 선수가 회복되지 않은 몸 상태로 대표팀 일정을 소화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만약 구창모의 대표팀 합류가 어려워진다면 전력강화위원회에선 대체 선수를 와일드카드로 발탁할 가능성이 있는지도 궁금했다. 조 위원장은 “(류중일) 감독이 필요로 하는 선수가 있을 것”이라면서 “앞으로 구창모의 상황이 정리되면 전력강화위원회와 대표팀 코칭스태프들이 충분히 논의를 거쳐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투수만 12명으로 구성됐다. 일본, 대만과 비교했을 때 투수 숫자가 2, 3명 더 많다. 만약 투수의 대체 선수를 발탁한다면 투수가 아닌 야수에서 뽑을 수도 있는 걸까? 조 위원장은 그런 내용들이 지난 8월 7일 열렸던 전력강화위원회 회의에서 검토된 바 있다고 귀띔했다.
#2군에 있는 강백호, 1군 합류가 절실한 대표팀
강백호의 부진도 뼈아프다. 강백호는 6월 이후 한 달가량 휴식을 취하다 전반기 막바지에 복귀해 8경기를 치렀지만 다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문제는 1군 말소 후 2군 경기에도 출전하지 않고 있다는 점. 부상 등의 이유가 아닌 심리적인 요인이 경기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다.
조계현 위원장은 강백호 관련해선 단호한 입장을 나타냈다.
“강백호가 경기에 나오지 못하는 건 KT 내부의 사정이라 우리도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 KT는 강백호 관련해 어떤 공식 입장이 없는 상태다. 그건 선수한테 다른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오히려 주변에서 이런저런 소문들을 생산해내며 선수를 위축시킨 게 아닌가 싶다. 대표팀은 최종 엔트리에 강백호를 포함시켰기 때문에 KT의 공식 입장이 있기 전엔 뭔가 예상하는 것조차 어렵다.”
조 위원장은 대표팀에 승선한 선수들이 정규시즌을 치르며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상황을 이해해주길 바랐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크고 작은 부상이 발생하거나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을 수 있는 터라 남은 시간 동안 그런 이슈들이 정리되길 바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팀 3명 차출 규정, 대체 선수라면 예외?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은 프로 선수들이 참가한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이후 대회 기간 리그를 중단하지 않는 첫 번째 국제대회다. 이런 결정은 프로야구 10개 구단 합의에 따른 규정으로 구단별 차출 인원을 3명으로 제한하고, 와일드카드(3명) 선발 대상도 29세 이하로 낮췄다. 정규시즌을 중단하지 않고 리그가 진행되는데 각 팀 주요 선수들이 와일드카드로 대표팀에 차출되는 걸 막기 위해 와일드카드 출전 연령을 29세 이하로 제한한 것이다. 그로 인해 전력강화위원회는 다양한 규정을 적용해 제한된 선수들 사이에서 대체 선수를 뽑아야 한다. 다음은 조계현 위원장의 설명이다.
“일부에서 대체 선수 발탁 시 한 팀의 3명 차출 규정을 지켜야 하느냐고 묻더라. 정규시즌이 진행되는데 한 팀에서 서너 명의 선수가 빠진다면 그 팀의 순위 다툼이나 포스트시즌 진출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선수가 있다고 해도 3명 이상 차출하기 어렵다. 만약 대표팀에서 그런 결정을 한다면 그 팀의 팬들이나 관계자들이 납득하겠나. 사실 젊은 선수들 위주로 대표팀을 구성하다 보니 경험면에서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최고의 기량을 뽐낼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선수들이 마음 안 다치고, 이런저런 말들로 상처받지 않기를 바란다.”
조 위원장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나설 대표팀 선수들은 단순히 이번 대회만 목표로 발탁한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3년 후 열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진출을 염두에 두고 지금의 전력을 구성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들이 아시안게임을 통해 경험을 쌓아 한국 야구가 세계 무대에서 앞으로 더 나갈 수 있기를 희망했다.
한편 조 위원장은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승선한 마산용마고의 장현석이 LA 다저스와 계약을 맺은 것과 관련해 “직업 선택의 자유는 존중해줘야 한다”면서 “처음엔 KBO리그를 위해 선수가 남아주길 바랐지만 선택은 선수의 몫이고, 미국 진출을 결정했다고 해서 대표팀 발탁을 철회한다면 그 자체로 더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대한체육회는 야구 대표팀에 지난 6월 초까지 최종 명단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다른 종목에 비해 대표팀 인원이 많다 보니 선수들의 신분조회를 위해선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는 게 대한체육회의 입장이다. 그러나 야구 관계자들은 대표팀 최종 명단 제출이 한 달 정도만 더 늦춰졌다면 선수 결정에 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조 위원장은 “이 문제는 앞으로 대한체육회가 풀어야 할 것”이라며 “최종 명단이 너무 일찍 발표되는 바람에 여러 가지 면에서 난감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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