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피의자 “CCTV 없는 곳 노려” 계획범죄 정황…밀집지 경찰력 집중된 사이 외진 곳 치안 구멍
#양손에 너클 낀 채 때린 뒤 성폭행
피의자 최 아무개 씨(30)는 범행 당일인 8월 17일 오전 9시 55분께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위치한 자신의 집에서 나와 오전 11시 1분께 신림동의 공원 둘레길 입구에 도착했다. 둘레길 입구에서 범행 장소까지는 걸어서 약 20분 정도 걸린다.
이어 최 씨는 공원과 야산을 잇는 둘레길로부터 약 100m 떨어진 산 중턱 등산로로 향했다. 그리고 너클을 양손에 착용한 상태였던 최 씨는 30대 여성 A 씨를 주먹으로 폭행한 후 성폭행했다. 너클은 손가락에 끼우는 형태의 금속 재질 둔기다. 최 씨는 범행 과정에서 너클을 양손에 착용했다고 자백했으며, 경찰은 범행 당일 현장에서 너클 2개를 수거하기도 했다.
오전 11시 44분께 피해자 A 씨가 “살려달라”는 비명을 들은 등산객의 신고가 접수됐다. 곧바로 출동한 경찰은 오후 12시 10분 범행 현장에서 최 씨를 체포했다. 의식을 잃은 상태였던 A 씨는 병원에서 치료 중이며 현재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는 체포 직후 음주측정과 간이시약 검사를 받았다. 그러나 술을 마셨거나 마약을 한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최 씨의 의료기록과 휴대전화도 확보해 정신질환 등 병력과 최근 행적을 추적하기로 했다. 경찰은 최 씨에게 강간상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성폭행범 “CCTV 없는 것 알아”
최 씨는 “그곳을 자주 다녀 CCTV가 없다는 걸 알고 범행 장소로 정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공원 지리에 익숙한 최 씨가 공원까지 걸어서 이동한 뒤 범행 대상을 물색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강간을 목적으로 한 계획 범죄에 무게를 두고 수사 중이다.
또한 최 씨가 범행을 저지른 장소는 인적이 드문 장소였다. 해당 장소는 인근 아파트 및 초등학교로 향하는 길목이다. 아침에는 비교적 행인이 많지만 점심이 가까워지는 시간에는 다니는 사람이 적다는 것이 인근 주민들의 증언이다.
인근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아침에는 아파트에서 공원으로 올라와서 다니는 사람이 있지만 낮에는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최근 폭염으로 인해 일찍 산으로 나가는 사람이 있다”며 “점심시간에 맞춰서 나가는 이들도 있기는 하다”고 밝혔다.
#경찰 특별치안활동 '무색'
신림역 칼부림 사건, 분당 서현역 칼부림 사건 등 흉기난동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고, 살인예고 글들이 무수히 생기자 경찰은 8월 4일부터 특별치안활동 기간을 선포했다. 그러나 신림역 칼부림 사건과 같은 지역인 신림동에서 발생했고 흉악범죄가 또다시 대낮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시민들은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신림역 칼부림 사건이 발생한 지역과 이번 성폭행 사건은 모두 신림동에서 벌어졌지만 도보로 약 45분 걸리는, 2.6km 정도 떨어진 지역이다. 신림역 칼부림 사건이 벌어진 곳은 지하철 역 인근으로 유동 인구가 많은 다중밀집지역이지만 이번 성폭행 사건이 벌어진 곳은 주위에 아파트와 초등학교, 공원 등이 있는 지역이다. CCTV도 없고 인적도 드문 장소다. 흉기난동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경찰의 치안 활동이 다중밀집지역에 집중되는 동안 CCTV가 없고 인적이 드물어 평소 더 자주 순찰 등 치안활동이 이뤄졌어야 하는 지역에 빈틈이 발생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윤호 고려사이버대학교 경찰학과 석좌교수는 “유동 인구가 많은 다중밀집지역에서 순찰이 강화된 반면, 인적이 드문 곳에 상대적으로 순찰이 적어진 것을 염두에 두고 범행을 계획했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CCTV가 없는 지역을 범행 장소로 선택한 피의자는 체포가 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을 가진 채 범행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사건과 관련해 8월 18일 긴급 지시를 내린 한덕수 국무총리는 경찰청에 현장 치안 활동 강화를 주문했다. 한 총리는 “경찰청장은 112 신고와 강력범죄가 자주 발생하는 지역, 공원과 둘레길 등 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장소에 순찰을 대폭 강화하는 등 범죄예방에 총력을 기울이라”고 지시했다.
노영현 기자 nog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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