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전이 지난 1년 세 차례나 전기요금을 인상하면서 김중겸 사장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그래픽=송유진 기자 eujin0117@ilyo.co.kr |
한전은 당초 전기요금 두 자릿수 인상을 추진했다. 한전 이사회는 지난 4월 13.1% 인상안을, 7월 10.7% 인상안을 의결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정부와 협의도 없이 기습적으로 전기요금을 평균 10% 인상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상률 5%를 넘기지 말 것을 주문한 정부의 반대에 부딪쳤다. 이사회에서 의결한 두 차례 인상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4.9%를 인상하는 데 그쳤다.
비록 두 자릿수 인상이라는 바람은 이루지 못했지만 한전은 지난해 8월 4.9%, 12월 4.5%, 그리고 이번에 4.9%를 인상하는 데 성공했다. 불과 1년 만에 세 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인상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단순 수치로만 계산해도 14.3% 인상이다. 인상된 데서 또 인상한 것이기에 효과는 한 번에 20%가량 인상한 것과 맞먹는 수준이다.
올 연말께 또 다시 전기요금을 인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하지만 증권가를 중심으로 ‘추가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대선을 앞두고 민심을 거스른 결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한전 관계자는 “연말 추가 인상은 잘못 알려진 것”이라며 “현재로선 추가 인상에 대해 아무런 계획도 없다”고 부인했다.
김중겸 사장이 한전에 부임한 때는 지난해 9월.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현대건설 사장을 역임한 데다 경북 상주, 고려대 출신이어서 하마평이 나돌 때부터 ‘낙하산 인사’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지난해 9월 15일 대규모 정전사태를 운 좋게 피해갔던 김중겸 사장은 취임 초 의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중 대표적인 발언은 “국내 사업은 철저히 공익성, 해외사업은 수익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 그런데 지금까지 김중겸 사장이 한 일이라곤 세 차례에 걸친 전기요금 인상과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한국전력기술, 한전KPS 등 자회사에 순이익의 70%를 배당금으로 요구하며 압박한 것이다.
이런 탓에 악화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자구 노력은 게을리 한 채 손쉬운 방법만 강구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한전은 매년 수조 원에 달하는 손실을 보면서도 지난해 기관장 경영성과급으로 1억 4000만 원가량을 지급했고 직원 급여도 평균 200만 원씩 인상한 것으로 알려져 눈총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 요구를 계속 들어주고 있는 지식경제부에 불편한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매번 말만 강경할 뿐 결국 전기요금 인상을 계속 허락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연내에 추가 인상은 힘들 것”이라는 최중경 전 지경부 장관의 공언에도 두 번째 인상을 허락해줬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도 ‘MB맨’ 김중겸 사장을 봐주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자구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한전 측은 “앞으로도 더욱 철저한 자구노력을 통해 1조 원 이상을 절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전 관계자는 “구매·조달부문 개선과 신공법 개발 등 자구노력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했지만 원론적이고 막연한 답변이었다. 김중겸 사장이 수익성을 강조한 해외사업에 대해서도 “다양한 경로로 추진하고 있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과연 한전과 김중겸 사장에게 자구노력과 해외사업 추진에 대한 의지가 전기요금을 인상하고 자회사를 압박하는 것만큼이나 있는지 두고 볼 일이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