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OC 위원이기도 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은 런던올림픽 수영 경기장에 가족과 함께 나와 400m 자유형에 출전한 박태환 선수를 응원했다. 연합뉴스 |
아무리 금메달감 총수들이 두각을 나타냈다지만 재계와 올림픽을 대표하는 인물은 바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자 글로벌 삼성의 총수 이건희 회장이다. 이 회장 가족은 7월 28일 박태환 선수의 자유형 400m 응원에 총출동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부인 홍라희 삼성미술관리움 관장,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부사장과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사장(한국빙상연맹 회장)과 함께였다. 이부진 사장의 남편인 임우재 삼성전기 부사장도 동행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보도사진에선 찾을 수 없었다.
이는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와 대비되는 모습. 당시 이 회장은 상대적으로 가까운 거리임에도 현지에 가지 않았다. 2008년은 ‘삼성특검의 해’인 만큼 운신의 폭이 좁았던 터. 대신 이재용 당시 전무만 개막식 참석과 홍보관을 둘러보고 돌아왔다. 이후 4년간 비자금 사건 종결과 특별사면, IOC 위원과 경영 복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등이 술술 풀려나갔다. 이번 런던올림픽의 감회는 온 가족을 대동하고 맞을 만큼 이 회장에게 남달랐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도 물론 대한육상경기연맹(회장 오동진 삼성전자 고문) 회장사를 맡고 있고 계열사 소속 선수들이 다수 출전하는 등 비인기종목을 후원하고 있지만 이 회장이 특별히 개별 종목을 응원하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의 IOC에서 위상을 감안, 후원 종목 응원은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오른쪽)은 대회기간 내내 양궁장을 지키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
현대차그룹의 ‘대를 이은 양궁 사랑’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정몽구 회장은 1985년 대한양궁협회장에 부임, 1999년까지 네 번의 회장을 역임한 후 명예회장에 오르고 2005년부터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에게 그 바통을 이어줬다. 지금껏 수백억 원의 지원금 규모도 크지만 정몽구 회장의 양궁사랑은 주요 경기 때마다 선수들을 직접 만나 격려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를 이어받아 베이징올림픽 때 대규모 응원단을 조직했던 정의선 부회장은 이번에도 현장 밀착 응원으로 금메달 3, 동메달 1개의 결실을 얻었다. 다만 이번에 정몽구 회장은 현지에 가지 않았다. 정의선 부회장이 런던올림픽을 계기로 적어도 양궁에서만큼은 ‘홀로서기’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 최태원 회장. |
중학교 때 핸드볼을 배우며 그 매력을 알게 됐다는 최 회장은 2007년 핸드볼큰잔치를 후원하면서부터 핸드볼에 다시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지난 베이징올림픽 여자대표팀을 후원한 뒤 협회장 취임과 동시에 434억 원을 들여 지난해 11월 SK핸드볼경기장을 완공, 기부하는 등 굉장한 추진력을 발휘했다. 최 회장에게 있어서 이번 대회가 전폭적인 지원을 시작한 이후 사실상 첫 올림픽인 셈이다.
최태원 회장은 핸드볼대표팀 출정식에서 “올림픽 메달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신력과 투혼이다. 우리는 올림픽에서 끈끈함을 발휘해왔다”며 “이번 올림픽에서도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을 재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최 회장은 런던 현지에서 열띤 응원을 했고 여자 핸드볼대표팀은 유럽의 강호들을 잇달아 제압하는 등 선전을 펼쳤다.
▲ 김승연 회장(왼쪽). |
이라크 도착 전 두바이에서 진 선수의 금메달 경기를 TV로 시청한 김 회장은 “첫 금메달로 대한민국 국민에게 큰 감격을 준 진종오 선수가 자랑스럽다”며 “금메달 소식을 들으니 이라크로 가는 길에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이후 사격에서는 총 금메달 3, 은메달 2개로 사격 종목 참가국 가운데 최고 성적을 냈다.
김 회장은 지난 베이징올림픽 때도 현지에 가지 않았다. 다른 총수들과 사뭇 다른 행보. 이러한 ‘김승연 스타일’은 되레 김 회장의 해외 비즈니스 성과까지 알리는 일석이조의 역할을 했다.
이성로 기자 roilee@ilyo.co.kr